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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스트 Sep 11. 2021

#다크아카데미아

고전에 대한 향수와 신비주의를 담은 지적 일탈

놈코어나 코티지코어처럼 접미사 -core가 붙은 말들은 국내에서도 비교적 유명세를 탔던 터라 들어본 느낌은 있었을 텐데, '-academia'는 또 무슨 새로운 조합인가 궁금할 것이다. 

아카데미를 연상시키는 단어에서 느껴지듯이 '-academia'는 주로 학교, 공부, 독서 같은 배움과 관련된 미학을 뜻하는 접미사다. 이 아카데미아를 사용한 키워드 중 요즘 가장 주목받는 것 하나가 #darkacademia다. 

틱톡에서 1,8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인스타그램에서 #darkacademia를 검색해보면 100만 건이 넘는 게시물이 등장한다. 고풍스럽고, 고전적이며,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비슷한 캠퍼스 감성으로서 미국 사립학교 스타일로 잘 알려진 '프레피(Preppy) 룩'이 다소 스포티하고 경쾌한 분위기를 풍긴다면, 다크아카데미아는 고전적인 19세기 유럽의 낭만주의풍 문화와 컬트적인 신비주의가 뒤섞여 결코 가볍지 않은(그래서 dark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 다크아카데미아는 이미 2015년 경 텀블러에서 시작해 인스타그램과 틱톡의 10대 사용자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말이라고 한다. 

정확한 기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낭만주의 시대의 지식인 귀족 부류의 삶이나, 퓰리처상에 빛나는 작가 도나 타트(Donna Tartt)의 책 '비밀의 계절(The Secret History)'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귀족 출신이면서 기존의 관습이나 제도에 반항하는 퇴폐적인 아웃사이더 면모로 알려진 바이런, 퍼시 셸리, 오스카 와일드 등이 있다. 다크 아카데미아에는 이들 낭만주의 작가들의 지적이고도 탐미주의적인 감각과 양성성의 진보적인 성향, 그리고 주술, 악마와의 거래 등 음침한 분위기가 동시에 배어 있다. 그리고 이런 복잡 미묘한 감성이 실질적인 라이프스타일로 구현되는데 영향을 끼친 것이 도나 타트의 책 'The Secret History'라고 한다. 이 소설은 미 동부 햄튼 지역 대학의 고전어 비밀 동아리원 7명이 술, 마약, 주문 등 디오니소스적 광기 속에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이야기다.


다크아카데미아는 2019년 정도까지만 해도 소규모의 서브컬처였다. 하지만 지난해, 오랫동안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못하고 가상공간과 온택트가 일상화된 코로나 시국에서, 현재의 삶과는 대조적인 아날로그 성향의 고전적인 캠퍼스에 대한 향수와 감정에 충실한 자유로운 낭만주의적 삶에 대한 동경이 크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인스타그램 계정인 @dark.academia나 다크아카데미아 패션을 소개하는 @myfairesttreasure 같은 계정이 인기를 끌면서 대규모로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알려진다. 

출처: 인스타그램 계정 @dark.academia(앞2), @myfairesttreasure(뒤2)

다크아카데미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요소로는 트위드 소재 재킷, 체크무늬 바지, 검정 터틀넥, 아가일(마름모꼴을 다양하게 연결한 형태의 패턴) 스웨터 등의 패션 아이템과, 가죽으로 제본한 일련의 사진과 책, 손으로 쓴 메모, 대표적인 낭만주의 소설 '폭풍의 언덕' 표지, 고전적인 건축물 이미지 등이 있다. 

고풍스럽고 역사적인 분위기에서 영향을 받다 보니 요즘 10-20대 사이에서 하나의 생활양식이 된 빈티지 아이템으로 멋지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도 젊은 세대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블랙, 짙은 브라운, 짙은 그린, 버건디와 골드, 오렌지, 크림이 어우러지는 가을 겨울 감성의 색감 덕에 가을의 문턱에서 빠져봄직한 서브컬처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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