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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구십칠 Nov 11. 2020

포장마차에 온 아이돌 팬과 칵테일파티 효과

 

 쉬는 시간. 시끌벅적한 교실. 누군가 내가 짝사랑하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나도 모르게 눈이 번쩍 떠지며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칵테일파티 효과'라고 부른다.

수많은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뒤섞여 시끄러운 칵테일 파티장에서도 누군가 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귀에 쏙 들어오는 것처럼 관심 있는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더 잘 들리는 현상을 말한다.


나와 나의 아내는 모두 광고, 마케팅 분야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보니 평소에도 광고를 찾아서 보는 편이다. TV를 보다가 프로그램이 끝나고 난 후 광고가 나오기 시작하면 채널을 돌리는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리, 프로그램보다 광고를 더 집중해서 보고 그 광고에 대해 토론하는 이상한 부부인 것이다.


프로야구 시즌에 맥주나 한잔할 겸 동네 호프집에 방문하게 되면 가게 안 TV에는 으레 야구경기가 틀어져 있다.

공격이 마무리되고 공수가 교대되며 광고가 나오기 시작하면 열성적으로 경기를 보던 사람들도 고개를 돌리고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기 시작한다. 그러다 아주 가끔 "저 광고 좀 웃기다." "저 모델은 좀 별로네." 하며 누군가 광고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멀리 떨어져 있는 테이블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귀에 쏙 들어온다.

그리고 '그렇죠. 저도 저 광고 좋더라고요.' '전 모델 괜찮은 것 같은데...’ 하며 내적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지난밤에는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어 아내에게 위로 좀 받아볼 생각으로 함께 동네 포장마차에 방문했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내가 '쉿'하며 노련한 사냥꾼처럼 자세를 낮춘다. 덩달아 자세를 낮추며 귀를 기울여 보니 옆 테이블 여자 손님들이 그룹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신화는 아내가 오랫동안 팬이었던 그룹이기도 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아내의 입꼬리가 자꾸 씰룩씰룩 올라간다.


소음 속에서도 귀를 기울이게 되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눈에 훅 들어오는 주제라면 분명 그 사람에게 소중한 무엇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소중한 것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의 하루는 그렇지 않은 사람의 하루보다 더 생동감 넘칠 것이다.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게 되는 대상, 흥미를 느끼는 주제라는 것은 삶에 에너지가 되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나에게 칵테일파티 효과를 체감하게 해 준 소중한 대상은 무엇이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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