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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구십칠 Dec 13. 2020

협상 - 크레스피 효과 편


 "가정을 꾸리고 유지해 나간다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

밖에서 볼 때는 마냥 즐거운 일만 있는 것 같지만 분명 현실적인 부분들이 존재하지.

우리 둘의 일상도 사실 굉장히 현실적이고 사소한 일들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지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예를 들면 많은 집안일들을 내가 담당하고 있잖아.

청소라던가 빨래, 설거지,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공과금 내기 등등.

아니. 오해는 하지 마.

난 이런 집안일 배분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들인 걸.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능률에 대한 부분이야.

이런 일들을 4년 넘게 반복하다 보니까 조금씩 능률이 떨어지는 게 느껴져.

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해. 회사에서도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누구나 그렇게 되잖아?

중요한 건 이럴 때 '능률을 어떻게 다시 끌어올리는가?'라는 것이지.


혹시 '크레스피 효과'라고 들어봤어?

크레스피라는 심리학자의 실험에서 유래한 이론인데, 누군가에게 일을 시킬 때 일의 능률을 계속 높이고자 한다면 그 보상도 점점 커져야 한다는 거야.

쥐에게 미로 찾기를 반복적으로 시키고 보상으로 먹이를 주는 실험을 통해 이를 밝혀낸 거지!


그러고 보니 우리가 용돈을 정한 지가 벌써 4년이 넘었네. 집안일의 능률과 그를 통해 만들어지는 우리의 쾌적한 일상을 위해서 이 참에 용돈을 조금 올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안돼"


협상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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