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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구십칠 Dec 27. 2020

노시보 효과에 빠진 작가 지망생을 위한 응원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구나'라고 깨닫는 것이 모든 도전의 진입점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외부의 시점으로 어떤 일을 바라볼 때는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며 마냥 쉬워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배에 힘주고 '어디 한번 해볼까?' 하며 구체적인 실행에 들어가게 되면 생각했던 것처럼 쉽지는 않고 미처 몰랐던 어려움들이 기포처럼 떠오르기 시작한다.


언제부터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내 안에 자리 잡은 것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으나,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간직만 한 채 가만히 웅크려 있었던 기간은 꽤 길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회사일만 좀 잠잠해지면', '결혼생활 좀 적응되면', '조금 더 시간 여유가 생기면'

끊임없이 생성되는 핑계를 방어막 삼아 망상만 했었던 그 시기에는 나도 마음만 먹으면 누군가의 노트에 고이 적힐 멋진 문장을, 내려야 할 정류장을 놓치게 만드는 몰입감 있는 스토리를 척척 써내려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야 글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획을 하고 하나하나 글을 써 내려가는 입장이 되어보고 나니 에피소드 하나를 쓰는 것만으로도 근력운동을 하듯 버겁기만 하다. 바야흐로 글쓰기의 진입점이다.

멋진 문장이나 몰입감 있는 스토리는 차치하고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부터 고민이다. '내가 왜 글을 쓰고 싶어 했더라?' 문득 길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주춤거리게 된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우울이라는 음울한 짐승은 덩치를 키워가고, 작아지는 나는 곧 삼켜질 것만 같다.


소재로 쓰려고 끄적여두었던 심리학 꾸러미들을 들춰보다 보니 '플라시보 효과'가 눈에 들어온다.

효과 없는 약을 먹어도 환자가 긍정적인 마음을 먹으면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플라시보 효과의 반대 개념은 '노시보 효과'이다.

효과 있는 약을 먹어도 환자가 약의 효능을 믿지 못하고 부정적인 생각만 하게 되면 병세가 개선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플라시보 효과와 노시보 효과 모두 약의 효능에 대한 심리학 이론이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의지'와 '믿음'에 대한 이야기로 번역되어 들린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부정적 자기 암시보다는 노력한다면 좋아질 것이라는 '의지'와 '믿음'이 우리를 성장시킨다고 믿는다.


글쓰기라는 외로운 작업.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 자신을 돌봐주지 않는다면 아무도 돌봐주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쪼그라드는 자신감에 '후'하고 바람을 불어넣는다. 의기소침해지려는 나를 토닥토닥, 쓰담쓰담해주며 꾸욱꾸욱 글을 써내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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