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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아 Apr 11. 2021

이 세상 모든 아이는 작가다.

#스토리텔링의 힘 #아이 책 만들기 #소책자 만들기

매일 아이가 하는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받아 적다 보니 서서히 소책자가 쌓여 간다. 마치 원래 있는 이야기처럼 줄줄 풀어내는 아이의 이야기를 녹음하여 소책자에 받아 적은 후, 완성된 이야기를 아이에게 읽어주면 아이는 무척 재밌어했다. 이렇게 우리는 이야기 '책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내가 나의 이야기를 에세이로 출간했을 때의 그 성취감과 기쁨을 아이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꼭 글이 책이 되어야 의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그랬듯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 그 과정에서도 필력이 느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처음 들려주었던 이야기에 비해 구성이 점점 탄탄해지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 과정의 뿌듯함을 아이가 스스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점차 '퇴고'라는 것도 가르쳐 줄 수 있게 되었다. 말은 뱉으면 수정이 불가능하지만, 글은 열 번 스무 번도 고쳐 쓸 수 있다. 그것이 글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 스스로 이야기 책의 작가가 될 수 있도록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물론 모든 것은 수작업이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야기 책이다.



1. 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 녹음하기


처음 책 만들기의 시작은 녹음이었다. 녹음된 이야기를 아이에게 다시 들려주면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아직은 스스로 글씨를 쓸 수 없어서 녹음을 시작했는데, 녹음을 하다 보니 대신 글씨로 이야기를 옮겨주면 글씨와 문장 자체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길 것 같았다. 그리고 아이가 신이 나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바로 받아 적었더니, 말 속도에 비해 글 쓰는 속도가 느려서 아이의 이야기를 중간에 끊을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하는 중간에 '잠깐 기다려 줘. 받아 적게.'하고 끊으면 이야기 흐름이 끊기고 그러면 말을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흥미가 반감되고 말았다. 이야기를 창조할 때에는 최대한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리액션을 해주며 자연스럽게 녹음을 해본다.



2. 종이 소책자 만들기


A4용지(letter 사이즈 용지) 사이즈의 색지를 8등분으로 접어 가운데 선을 가위로 자르고 겹치는 부분을 풀로 붙여주면 귀여운 소책자가 완성된다. 상세한 순서와 사진을 덧붙여 본다.

 

 ** 1/8 소책자 만들기

 1) A4용지(letter 사이즈 용지) 사이즈의 색지를 8등분으로 접는다. 가로로 반을 접고, 세로로도 반을 접고 다시 그것의 반을 접어 선을 내면 여덟 등분의 직사각형이 나온다.

 2) 아래 붉은 선 부분을 가위나 칼로 잘라 준다.

 3) 잘라진 부분을 벌려 주어 위에서 보았을 때 십자가 모양이 되도록 종이를 겹친다.

 4) 안 쪽 겹쳐진 부분을 풀로 붙인다.

 5) 소책자의 표지가 될 부분에 테두리를 그리거나 스티커를 붙여 책의 앞, 뒤를 구분해 준다.  

** 1/4 소책자 만들기

작업이 진행될수록 아이의 이야기는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점점 길어질 수 있다. 그러면 색지 1/8의 소책자로는 지면이 부족하다. 이야기가 발전되며 문장이 늘어나면 A4용지(letter 사이즈 용지) 2장을 4등분 하여 가로로 반, 세로로 반을 접는다. 겹쳐진 부분을 풀로 붙이고, 종이 두 장을 스테이플러로 연결하여 제본 테이프 또는 종이테이프로 묶은 부분을 덮어주면 깔끔하게 A4용지 1/4 사이즈의 소책자가 완성된다.

**1/2 소책자 만들기

아이의 이야기가 점점 더 길어져 A4용지 1/4 사이즈도 부족하다면, 같은 방식으로 A4 용지 두 장을 반만 접는다. 같은 방식으로 연결하여  A4용지 1/2 사이즈의 소책자를 완성한다.

** 무지 노트 사용하기

A4용지 1/2 사이즈도 부족할 만큼 꾸준히 책 만들기 작업을 해오셨다면, (짝짝짝 축하드립니다.) 그 사이에 아이의 문장력과, 이야기 구성 능력 그리고 삽화 실력은 꾸준히 성장했을 것이다. 아이는 이제 이야기꾼이다. 스토리텔링의 대가이다. 동시에 놀라운 삽화가이기도 하다. 아이의 나이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수집한 친구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에 더해 이제 엄가다(엄마 노가다) 소책자 수작업을 끝낼 때가 되었다. 이제는 아래와 같이 선이 없는 무지 노트를 구매해서 아이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일만 하면 된다.

만약 처음부터 소책자 만들기가 번거롭다면, 줄 없는 무지 노트를 사서 이야기를 수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4-6세 어린아이들은 하나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자기 손에 쏙 들어오는 소책자를 완성했을 때 더 뿌듯해하므로, 처음 시작은 소책자로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3. 녹음한 이야기 받아 적기


소책자에 아이가 들려준 이야기를 나누어 적어준다. 1/8 사이즈 소책자에 들어가는 이야기는 평균 아이들이 구성하는 짧은 문장(공백 제외 글자 수 15~20자 이내)으로 평균 10~15 문장 정도가 적당하다. 페이지를 넘기며 문장이 페이지 전체의 절반을 넘지 않도록 잘 나누어 기록해준다.  



4. 아이에게 삽화 맡기기


이야기를 다 받아 적었으면 아이에게 책을 넘겨 한 문장씩 다시 읽어준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어울리는 삽화를 직접 그릴 수 있도록 해준다. 어른들이 처음 생각하는 것처럼 반드시 이야기의 내용이 그림에 담기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이 책의 저자는 온전히 아이이므로. 중간에 "아니 여기 지금 이야기에 사과가 나오잖아. 사과를 그려야지, 사과 어딨어? 갑자기 거미를 그리면 어떡해."와 틀에 박힌 같은 강요를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아이의 창조성은 어른인 우리가 이해하기엔 너무나 넓고 창조적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원하는 그림 도구를 내어주고, 페이지에 맞는 문장을 차례차례 읽어주기만 하면 된다.



5. 소책자 완성


그렇게 아이가 33개월 즈음 처음 완성한 첫 번째 책, 제목 [날아다니는 책]이다. 시키지 않았는데 '아빠에게 보여줄 책'이라는 부제까지 덧붙인다. 급하게 만들어 본 처녀작이라 아주 완성도가 높지는 않지만, 아이는 모든 과정 자체를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이야기 내용은 아래와 같다.



옛날 옛날에 한 아이가 살았어. 그 아이는 '이든'이었어. 엄마가 아이에게 신발을 신겼어. 그런데 엄마가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버렸어. 아이가 혼자 남겨져 버렸어. 엉엉 울었어.

아이가 혼자 계속 울고 있었어. 다행히 아이의 누나가 아이의 손을 잡아 주었지. 그런데 엄마가 엘리베이터 바닥에 있었어. 그래서 엄마가 '이든'의 손을 잡고 누나가 이든을 안고 월마트에 갔어.

월마트에서 재밌게 뛰어놀았어. 그리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어. 그런데 복숭아 껍질이 날아갔어. 그런데 아이 엄마가 반짝이는 옷을 잡고 날아다녔어. 아이 엄마가 복숭아 껍질을 잡았어. 아이들은 날아다니는 엄마를 바라봤어. 아이들은 바닥에서 뛰면서 깔깔깔 웃었어.


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주인공이 남동생으로 등장하는 이 이야기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꽤나 재밌는 요소들이 숨어 있다. 먼저 엄마가 사라지는 위기가 등장하고, 누나인 자기가 동생을 위로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면서 엄마는 사실 엘리베이터에 있었다며 반전의 안도를 주고, 그들은 함께 장을 보러 간다. 마트 안에서 뛰어놀고 맛있는 것도 먹는 현실적인 기쁨도, 또 엄마가 날아다니는 환타지적 요소도 등장한다. 아이들은 갈등 상황이 종료된 후 안도와 즐거움을 표현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지속적인 책 만들기 작업을 통해 아이는 점점 문장 구성력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힘도 제법 탄탄해졌다. 이야기에 생각지 못한 반전이 등장하기도 하고, 허구의 등장인물이 함께 하기도 한다. 상상력의 제한을 두지 않으면 아이는 그 안에서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스스로 위기를 설정하고 풀어가기도 한다. 논술 학원에 보내 글쓰기를 가르쳤다면 이런 문장을 구성해낼 수 있었을까. 이야기는 일기도 되었다가, 소설도 되고, 에세이가 되기도 한다. 장르를 불문하며 끊임없이 기발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며, 아이는 오늘도 한 뼘씩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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