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열의 씨알여행232-산초나무1, 암수한그루도 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성전환을 한지가 오래 되었다. 그렇다면 나무는 어떨까? 나무도 스스로 성전환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1년에 암꽃만 피었던 산초나무가 이듬해인 2012년에는 거의 대부분 수꽃을 피우고 암꽃은 몇 송이만 피웠다. 그들 암꽃은 열매를 맺어 씨까지 생산했다. 그리고 산초나무는 암수딴그루(雌雄異株)로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암수한그루(雌雄同株)도 관찰되었다.
◼이름: 운향과(Rutaceae)의 식물로 학명은 Zanthoxylum schinifolium 이다. 한글 이름은 산초(山椒)나무이고 영어이름은 Chinese 또는 Mastic pricky ash, Toothache tree라고 한다.
◼형태, 잎 등: 2~3m의 관목(灌木)이나 작은키나무(小喬木)이며 자라는 공간이 넓으면 가지가 넓게 펴진다. 줄기와 가지에 가시가 어긋나며 큰 것은 굵기(아래)5mm, 길이2~6mm인 것도 있었다.
잎은 홀수깃꼴겹잎으로 9~23개의 작은 잎이 마주나나 더러는 2~5mm 간격으로 어긋나기도 한다. 작은 잎은 길이2~5cm의 긴 타원형이나 위 끝이 길고 뾰족하기도 하다. 잎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많다.
◼꽃: 꽃은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에 핀다. 꽃은 암꽃과 수꽃이 따로따로인 단성화다. 꽃 크기는 길이 2~3mm로 작다.
암꽃은 3개의 심피((心皮, Carpel)로 이루어진 겹(복)심피암술과 5개의 양끝이 안으로 휘어 가운데가 볼록한 흰색(연녹색)에 가까운 꽃잎(드물게 아주 옅은 부분이 연분홍인 것도 발견)으로 되어 있다. 암술은 3개의 심피가 모였으나 겉보기에는 하나처럼 보인다. 다만 암술머리는 3개의 핀 머리와 같은 원판이 불은 모습으로 갈라져 있다.
수꽃은 흰색에 가까운 5개 꽃잎(암꽃 꽃잎과 비슷함)과 5개 수술로 되어있다. 수술은 꽃이 피면 벌어진 꽃잎 위로 솟아 있고 꽃 밥은 노랗다.
꽃대(축)는 둥글지 않고 3~4각형 모양이며, 열매가 익기 전까지는 녹색이다가 열매가 빨갛게 익으면 따라서 같이 빨갛게 변한다.
◼나무의 암수여부: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을 비롯한 거의 모든 문헌에는 산초나무는 암꽃과 수꽃이 다른 나무에 피는 암수딴그루(雌雄異株, dioecious)로 되어 있다. 암꽃만 피는 암나무와 수꽃만 피는 수나무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관찰한 바로는 한 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같이 피는 암수한그루(雌雄同株, monoecious)도 있었다. 암수한그루도 있다는 1개의 문헌도 찾았다.(필자 주 참조) 결론적으로 산초나무는 암수딴그루가 많으나 암수한그루도 있다.
◼성전환여부: 나무가 자연적으로 성전환을 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산초나무의 경우 2011년에 암꽃이 피어 열매를 맺은 암나무가 해가 바뀌자 2012년에는 수꽃이 많이 피고 암꽃은 몇 개만 피어 열매를 맺었다. 산초나무가 성전환을 한 셈이다. 흥미로운 일이며 앞으로 연구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산초나무는 암수딴그루가 많기는 하지만 암수한그루도 있다. 게다가 암꽃만 피던 암나무가 해가 바뀌니 수꽃이 많이 피는 수나무로 성전환을 하였다. 이런 일들이 인간에게는 그저 신기하거나 흥미롭게 보일지 모른다. 그리고 어찌 보면 이런 모든 일들은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별거 아닌 사소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산초나무 입장에서 보면 갈수록 험악해지는 지구생태계에서 멸종되지 않고 영원히 살아남기 위한 지혜의 발로이자 치열한 생존전략이다. 식물을 우습게만 보면 안 되는 이유다.
필자 주
1. 산초나무는 암수딴그루와 함께 암수한그루도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암나무가 수나무로 성전환 되는 것은 관찰이 되었지만 수나무가 암나무로 전환되거나, 성전환이 된 나무가 다시 성전환을 하는 지 여부는 관찰하지 못했다. 기회가 되는 데로 앞으로 이런 점은 관찰하려고 하며 전문가들의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있었으면 한다.
2. https://www.treesandshrubsonline.org/articles/zanthoxylum/zanthoxylum-schinifolium/ 이 문헌에 산초나무는 암수한그루도 있다고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