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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온 날과 다음 날 새벽의 잠실한강공원 풍경

유기열의 일상다반사90-추위가 두려웠는지 한강공원에 사람이 없었다

by 유기열 KI YULL YU

잠실한강공원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와 올림픽대로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다. 어찌 보면 한강공원은 내 집의 뒷마당이나 다름 없다. 그래서 시간 있는 대로 뒤뜰처럼 잠실한강공원을 산책한다. 가끔은 주인행세 노릇도 한다.


2025년12월4일 여느 때처럼 새벽5시50분 무렵에 잠실한강공원에 산책을 갔다. 시계탑 온도계는 영하7℃를 가리켰다. 올 겨울 들어 가장 낮은 온도였다. 강추위 때문인지 산책하는 사람이 눈에 거의 띄지 않았다. 강바람이 매섭게 불어 옷 속으로 파고 들었다. 옷깃을 여미고 빵모자를 꾹 눌러썼다.


1.잠실한강공원-길 위에 사람이 없고 만월이 멀리 보이는 남산 옆으로 지고 있음, 20251204_060403.jpg
1. 사람이 없는 길과 롯데월드타워, 20251204_0550.jpg
1.물놀이장, 20251204_061427.jpg
왼쪽부터(12.04. 0540~0630): 한강 멀리 남산 옆으로 만월이 지는 중, 사람이 안 보이는 보행로와 자전거도로, 텅빈 물놀이장


주위는 모두 정지된 듯 고요하고 적막했다. 하얀 내 입김만이 숨쉴 때마다 사방으로 흩어졌다. 나는 주인처럼 혼자 보이는 것은 다 맘껏 즐기며 고마워했다. 세상은 소유한 자의 것이라기 보다는 즐기는 자의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12월4일 오후부터 첫눈이 왔다. 다음날인 2025년12월5일에도 새벽6시40분 무렵에 잠실한강공원에 산책을 갔다. 눈이 많이 와서 쌓여 있었지만 시계탑 온도계는 어제보다 높은 영하3℃였다. 어제 오후부터 눈이 와서 미끄럽고 추울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어제 새벽보다 약1시간이나 늦은 시간인데도 역시 산책하는 사람을 거의 보기가 어려웠다.


2. 눈 덮인 공원과 아파트단지, 20251205_070118.jpg
2.눈 엎인 산책로와 한강 그리고 만월, 20251205_064736.jpg
2. 사람이 없는 눈 뎦인 산책로와 한강, 20251205_064529.jpg
왼쪽부터(12.04. 0540~0630): 사람이 없는 눈덮힌 공원 옆 롯데월드타워와 아파트단지, 텅빈 보행로와 자전거도로, 한강 위의 달


한강공원은 눈이 덮여 하얗게 변해 있었다. 모든 게 멈춘 듯한 설경(雪景)이 펼쳐 있었다. 나는 하얀 눈을 맨 손으로 한 움큼 집어 하늘로 흩뿌렸다. 움직이는 것은 오직 내가 공중으로 던진 눈이 흩어지는 것뿐이었다. 춥기는 했지만 어린애 마냥 즐거웠다.


미끄럽고 추워도 시린 손을 비비며 사람이 없는 공원, 말 없이 흘러가는 강물, 한강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 서있는 아파트와 가로등 불빛, 올 가을에 새로 생긴 한강버스터미널 등을 눈이 시리도록 실컷 즐겼다. 춥다고 눈이 왔다고 산책하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 했다.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삶보다는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도전하는 삶이 더 가치 있음을 실감했다.


추워도, 눈이 왔어도 그런 데 개의치 않고 산책을 갔기 때문에 잠실한강공원의 색다른 겨울풍경을 즐기고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물질의 소유보다는 즐김을, 두려움보다는 도전을 하는 삶이 멋지고 행복하다는 평소의 생각이 맞음을 거듭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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