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분(Motovun)에서 점심과 산책을 마친 나는 다음 목적지인 풀라(Pula)로 향했다. 1시간 거리에있는 풀라(Pula)는 로빈(Rovinj), 모토분(Motovun)과 같이 이스트라 반도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이탈리아 로마의 모습을 느끼며 여행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로마보다 보존 상태가 좋은 콜로세움과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 신전, 악티움 해전의 승리에 기여한 세르기우스 형제들을 기리기 위한 세르기우스 개선문이 있기 때문이다. 풀라(Pula)가 크로아티아에 소속되기 한참 오래전에 로마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아직 그 흔적이 남아있다. 난 이런 풀라(Pula)의 모습이 궁금해서 이번 여행 일정에 넣게 되었다. 그리고 콜로세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나는 그 모습을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보고 싶어서 숙소도 창문을 열면 콜로세움이 보이는 곳으로 예약했다.
Tip : 풀라의 콜로세움은 로마의 콜로세움보다 먼저 건축되었으며, 남아있는 콜로세움들 중에서 규모는 6번째로 크고 보존 상태는 가장 좋다.
풀라(Pula)의 콜로세움은 상당한 세월을 보내오면서 복구도 같이 진행되는 상태이지만 국민들에게 오픈해서 공연장과 같은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때마침 내가 방문한 날에 운이 좋게도 콘서트가 있었고, 밤에 그 콘서트홀로 쓰이는 콜로세움의 모습을 보고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다.
콜로세움 외곽을 따라 구경하다가 등지고 길을 따라 걸으면 구시가지로 자연스레 진입한다. 로빈과 모토분에서 빈티지함과 감성을 자극하는 모습을 만났다면, 풀라(Pula)에서는 이와 다르게 현대적인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우리가 알고 눈에 익숙한 브랜드 샵들이 거리에 많이 있으며, 기념품 샵들도 많이 있어서 관광지에 왔다는 사실을 바로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런 모습들도 풀라(Pula)의 일부분이라 생각하고 괜찮은 샵들이 보이면 들어가서 구경하는 재미도 꽤 있다. 다른 도시들에 비해 도시 규모가 큰 편이기 때문에 기념품 샵에도 더 많은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거리를 구경하며 걷다 보면 넓은 광장이 나온다. 바로 로마 시대의 유적인 아우구스투스 신전과 구시청사가 있는 포럼 광장(Forum Square, 또는 로마 광장)이다. 이 곳은 이 두 유적을 제외하고는 딱히 특색이 없는 곳이다. 하지만 이 두 건축물이 가지는 아우라가 꽤 크기 때문에 무게감은 상당하게 느껴진다.
Tip : 아우구스투스 신전은 원래 신을 모시기 위해 만든 곳이었으나 로마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에게 헌정한 곳이다. 그리고 원래 3개의 신전이 있었으나, 2개는 무너지고 1개만 남아있으며 이 1개도 무너진 것을 복구한 것이다.
신전이라고는 하지만 그리스의 신전처럼 웅장한 멋은 없다. 하지만 2천 년이란 역사를 가진 한 시대를 상징하는 건축물이기 때문에 가치는 충분히 있는 곳이다. 그리고 잠시 계단에 앉아 그 세월의 흔적을 바로 앞에서 보고 느끼며 광장을 지나가는 수많은 관광객들을 구경하며 잠시 쉬기에도 괜찮은 곳이다.
주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충분한 휴식을 가진 다음 다시 길을 따라 거리를 걷다 보면 거리의 끝을 나타내는 세르기우스 개선문을 만날 수 있다. 이 곳을 구시가지를 들어가는 입구라고 하지만, 콜로세움 근처에 숙소를 잡은 나에게는 출구가 되어버렸다. 개선문이라는 이름 덕분에 처음에는 대부분 파리의 개선문처럼 웅장한 모습을 생각하지만, 막상 마주하면 생각보다 작은 규모에 실망을 한다. 하지만 겉에 보이는 수많은 세월의 흔적들을 보면 주변에 사라진 것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규모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개선문 근처에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소설을 쓴 소설가 ‘James Joyce’의 동상이 있는 ‘율리우스 카페’가 있다. 풀라(Pula)에서는 꽤 유명한 곳이라고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크게 와 닿지 않는 부분이다. 나도 중요하게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개선문 바로 옆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들어가서 시원한 모히또 한잔으로 목을 축이며 강렬한 태양이 수그러지길 기다렸다.
태양이 사그라들었을 때, 조명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하는 거리로 나와서 저녁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 탐색을 했다. 마땅한 뷰를 찾기 어렵다면 조명이 켜진 포럼 광장을 뷰로 삼아 적당히 괜찮아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것이 좋다. 여행을 왔다면 그 도시의 뷰를 감상하면서 식사하는 것도 하나의 낭만이다. 특히 야외에서 먹는 식사는 괜히 기분마저 좋게 해 준다.
Tip : 마땅한 맛집을 못 찾겠다면, 트립어드바이저나 구글 지도의 리뷰를 참고하면 좋다. 그러면 대부분 성공한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다음, 구시가지 구석구석 둘러보던지 아니면 나처럼 콜로세움의 야경을 감상하러 가자. 풀라(Pula) 콜로세움의 야경도 로마 못지않게 꽤 아름답다. 특히, 콘서트가 열리고 있는 모습은 더욱더 매력적이다. 비록 이름 모르는 가수의 공연이었지만, 이 특별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 자체에 난 매우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다른 도시들에 비해 풀라(Pula)의 밤은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콜로세움의 야경을 감상한 다음 숙소에 가서 하루를 일찍 마무리하고, 다음날 아침 풀라(Pula) 요새에 올라가 전경을 감상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 중 하나이다. 보통 크로아티아로 여행을 온다면 풀라(Pula)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으며, 한참 여행 중일 때 오기 때문에 체력 관리를 위해 한번쯤은 이른 휴식이 약이 되기도 한다. 만약 나처럼 콜로세움이 보이는 뷰를 숙소로 잡았다면, 맥주를 사들고 들어가 콜로세움 야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맥주 한 모금에 바라보는 콜로세움의 모습을 보면, 내가 언제 이런 호사를 누려볼까란 생각마저 들게 한다.
다음날 이른 아침, 일찍 마무리 한 어제의 일정 덕분에 개운하게 잠에서 깼다. 창문을 열어 콜로세움의 모습을 한번 더 감상하고, 사람들이 붐비기 전에 요새에 오르기 위해 곧바로 밖으로 나왔다.
풀라(Pula) 요새는 시내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를 잡고 있다. 1층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성벽을 오르면 구시가지의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다. 이 곳은 풀라(Pula)에 왔다면 꼭 방문해야 할 곳이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그 어느 도시보다 멋있게 느껴진다. 그리고 시원한 바다도 볼 수도 있다.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는 것을 이 곳에서 느낄 수 있다.
아침에 요새에 올라와서 전경을 바라봤다면, 사실상 풀라(Pula)는 다 둘러본 것과 마찬가지다. 난 콜로세움 감상에 대한 비중이 컸기 때문에 다른 로마의 유적을 찾아다니진 않았지만, 시간이 남는다면 전날에 다 못 본 나머지 부분들을 찾아다녀도 좋다. 하지만, 난 곧바로 다음 도시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체크아웃을 하고 포럼 광장 근처에서 브런치를 먹기로 했다. 영업하는 곳을 겨우 찾아 크로아티아 전통 요리인 체바피와 실패 없는 치킨 요리를 주문했고, 오랜 기다림 끝에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다음 도시로 이동했다.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이동한 다음 목적지는 크로아티아의 휴양 섬으로도 불리는 크르크(KRK) 섬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크로아티아를 여행하지만 의외로 크르크(KRK) 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래서 실제로 방문한 사람을 찾기도 힘들다. 주로 유럽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보내기 위해 찾는 곳인데, 난 해수욕을 즐기기 위해 이 곳을 일정에 넣었다. 그리고, 5년 전에 크로아티아를 처음 여행 왔을 때부터 계속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번 일정에 넣은 이유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