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세계 에너지 통계 분석을 통한 에너지 분야 이슈 분석
<요약 20문장>
2024년 세계 에너지 수급은 총에너지 공급(TES)이 592엑사줄(EJ)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으며, 탄소 배출 역시 4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력 수요가 전체 에너지 수요 증가 속도의 두 배인 4% 증가하면서 전력화(electrification)가 가속화되었으나, 화석연료 소비도 여전히 증가해 에너지 전환은 질서 있게 진행되지 못했다.
석유 시장에서는 미국이 셰일 오일을 바탕으로 하루 생산량 2,000만 배럴을 돌파해 최대 산유국이 되었으며, 중국의 석유 수요는 2023년에 피크를 기록하고 2024년에는 감소했다.
석유 무역 흐름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가 유럽에서 중국과 인도로 전환되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났다.
천연가스는 2024년 역대 최고 생산(4,124 bcm)과 소비(4,200 bcm)를 기록했고, 미국이 최대 LNG 수출국으로 자리 잡았으며 LNG 무역량도 사상 최대였다.
LNG 무역의 중심은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했고, 국제 LNG 시장의 연계성이 강화되어 지역 간 가격 상호작용이 증가했다.
2024년 석탄 소비와 무역량은 아시아 중심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OECD 국가에서는 지속적으로 소비가 감소하며 석탄 시장의 정점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중국과 인도가 세계 석탄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중국은 국내 석탄 생산을 확대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했다.
2024년 글로벌 전력 생산은 재생에너지(특히 풍력·태양광)의 급성장으로 전체 발전량의 32%를 기록했으나, 석탄과 가스발전도 여전히 큰 비중을 유지했다.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는 중국이 주도하며 글로벌 배터리 저장기술(BESS) 역시 중국이 60%의 비중을 차지해 전력망 안정화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었다.
원자력은 프랑스와 일본을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부활 조짐을 보였으며, 중국 등 신흥국은 신규 원자로 건설을 지속하고 있다.
핵심 광물 시장에서는 리튬, 코발트, 희토류 등 생산이 증가했지만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했고, 중국이 대부분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어 미국과 EU 등이 공급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주요국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화석연료 감축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며, 특히 EU는 재생에너지 목표 상향 및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할 계획이다.
미국은 IRA법을 통해 청정에너지 투자를 대폭 확대했으나 트럼프 2기 집권 후 기후협약을 다시 탈퇴하면서 정책적 불확실성이 커졌다.
각국은 에너지 안보를 위해 공급망 다변화, 전략적 비축 확대, 청정에너지 기술 공급망 구축을 강화하며 전통적 에너지 안보에서 청정에너지 안보로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지역별 에너지 믹스는 미국(가스 중심), 중국(석탄과 재생 병행), EU(재생 중심), 중동(석유·가스), 아시아 신흥국(석탄 의존)으로 차이를 보이며, 에너지 전환 전략도 다양하다.
한국은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와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으로 에너지 안보 및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석탄 발전의 점진적 폐지와 재생에너지 확대가 시급하다.
국내 에너지 정책은 재생에너지 인허가 및 송전망 투자 가속화, 원자력의 안전한 활용, 수소와 CCUS 기술 투자 확대 등으로 에너지 믹스를 재편해야 한다.
한국은 핵심광물 확보와 국제협력 확대, 탄소국경세 대응 등 국제적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하여 산업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단기적 에너지 안보 확보와 장기적 에너지 전환 목표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속도감 있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 드라이브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1. 개요
202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에너지 수급은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과 지정학적 변수 속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전 세계 1차 에너지 공급(총에너지 공급, TES)은 전년 대비 2% 증가하며 592엑사줄(EJ)에 이르러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에너지 관련 탄소배출도 4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전력 수요는 전체 에너지 수요보다 빠른 4%의 증가율을 보이며 전기화(전력화)가 가속되었다. 풍력·태양광은 2024년에 18% 이상의 급성장으로 전체 에너지 수요 증가 속도의 약 9배에 달하는 증가율을 보였으나, 동시에 석유·천연가스·석탄 등 화석연료 소비도 약 1% 증가하여 에너지 전환이 완전히 질서 있게 진행되지 못하는 양상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주요 산유국 감산, 이상기후에 따른 수급 불안 등으로 각국이 에너지 안보를 고려해 단기적으로 화석연료 활용을 유지하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투자를 병행한 결과로 풀이된다.
본 고는 Energy Institute에서 발간한 《2025 세계 에너지 통계 리뷰(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25)》의 최신 통계를 토대로, 석유·가스·석탄·전력·재생에너지·원자력 및 핵심 광물에 대한 2024년 동향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또한 수요·공급 추세, 기술 발전, 에너지 공급망과 안보, 지역별 에너지 믹스 차이를 분석함으로써,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에서의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글로벌 동향에 비추어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 현황을 평가하고 향후 대응전략을 제언한다. 본 보고서는 서론, 본론(에너지원별 동향 및 주요 이슈 분석), 정책적 시사점, 한국의 대응방안, 결론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책 제안을 통해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2. 주요 에너지원별 통계와 이슈
2.1. 석유: 생산, 소비, 가격, 정제, 무역 동향
2024년 전 세계 석유 공급은 수요 회복에 발맞춰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글로벌 석유 생산량은 일일 9,700만 배럴 수준으로 전년 대비 0.6% 증가하였는데, 증산을 주도한 것은 비(非)OPEC 산유국들이었다. 특히 미국은 셰일 오일 생산성 향상과 운영 효율 개선에 힘입어 사상 최초로 하루 2,000만 배럴을 돌파하며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를 굳혔다. 미국의 생산량은 이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합산치에 근접할 정도로 증가하여, 세계 석유 생산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브라질과 캐나다 등에서도 해상 및 비전통유 개발로 생산이 늘었고, 남미의 가이아나와 아르헨티나는 유망한 신규 생산지로 부상하여 두 자릿수의 생산 증가를 기록하였다.
수요 측면에서 석유는 여전히 단일 에너지원 중 최대 비중(2024년 총에너지 소비의 34%)을 차지하며, 2024년에도 전년 대비 0.6% 늘어나 사상 최초로 일일 1억 10만 배럴 수준을 돌파했다. 다만 증가는 주로 신흥국에서 일어났고 선진국 수요는 정체되었다. OECD 국가들의 석유 소비는 하루 4,500만 배럴 수준으로 전년과 거의 동일하여 정체되었으나, 非-OECD 국가는 전년보다 0.7Mb/d 증가하여 세계 석유 수요 성장을 견인했다. 지역별로는 아프리카(+2.5%)와 중동(+1.7%)이 가장 높은 수요 증가율을 보였고, 인도 및 동남아시아도 꾸준한 경제 성장에 힘입어 소비가 늘었다. 반면 세계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석유 수요는 전기차와 LNG 트럭 보급 확대로 2023년에 정점을 찍고 2024년에 –1.7% 감소하여 주목됐다. 이는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교통부문의 연료전환 영향으로, 중국 사례는 석유 수요 정점(피크오일)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처럼 지역별 석유 수요는 코로나19 이후 재반등 후 전반적으로 성장세 둔화 또는 정체 기조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제품별 수요 동향을 보면, 2024년 전 세계 디젤/가솔린 등의 교통 연료 수요는 정체 내지 감소하는 추세였다. 디젤의 글로벌 수요는 –0.5% 미미하게 줄었는데, 이는 중국이 LNG 트럭으로 물류 연료를 전환하면서 디젤 사용을 크게 감축한 영향이 컸다. 선진국에서도 물류 경기 둔화와 차량 효율 개선으로 경유 소비가 약세였다. 반면 항공유/등유는 항공 여행 수요 회복으로 비OECD 중심으로 8% 가까이 증가하였고, 나프타·LPG 등 석유화학 원료와 가솔린 수요도 각각 하루 30~40만 배럴씩 늘어나는 등 석유의 비연료용 수요는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이는 석유 수요 구조가 운송연료 위주에서 석유화학 원료 등 비연료 부문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제 유가는 2022년 우크라이나 사태 직후의 급등세를 지나 2023년부터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2024년 평균 유가는 전년보다 약 3%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27%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높은 가격 충격이 일시적이기보다 누적 효과로 몇 년에 걸쳐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4년 동안 브렌트유는 배럴당 70~90달러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했으며, 하반기에는 OPEC+의 감산 연장과 중동지역 갈등 등으로 공급 불확실성이 커져 상승 압박을 받았다.
한편 정제마진은 항공유 수요 증가와 러시아산 제품 제재 등의 영향으로 양호하여 글로벌 정제설비 가동률은 높았으나,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 확대 등으로 아시아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었다. 정제 부문을 살펴보면 2024년 세계 정유설비 총 용량은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이었으나, 가동률은 약간 하락하여 평균 80%대 초반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아프리카는 나이지리아에서 당고테(Dangote) 초대형 정유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정제능력이 20% 이상 급증하는 변화가 있었다. 반면 중국은 신규 설비 증설에도 불구하고 내수 수요 둔화로 정유 처리량이 4% 줄어 정제설비 가동률이 저하되었다. 이러한 정제 부문의 변화는 석유제품 무역 흐름에도 영향을 미쳐, 중국과 중동의 수출이 증가하고 유럽과 아프리카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적인 재편이 진행 중이다.
석유 무역 및 수급 구조의 변화도 두드러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의 흐름이 유럽→아시아로 대대적으로 전환되면서, 인도와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구매처로 부상하였다. 2024년 인도의 원유 수입 중 러시아산 비중은 35~40%까지 치솟으며 전통적인 OPEC 의존도를 크게 낮추었고, 그 결과 2024/25 회계연도 인도의 OPEC 산유국 원유 수입 점유율은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반면 유럽은 러시아산을 대체하기 위해 중동, 아프리카, 미주산 원유 도입을 늘리고 정제제품의 미국과 아시아 의존을 높였다. 이러한 변화로 국제 유류 해상물동량과 톤마일은 증가했고, 중동과 러시아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장거리 유조선 물동이 크게 확대되었다. 종합하면, 2024년 석유 시장은 미국 중심의 비OPEC 증산과 중국 등 아시아 수요 성장세 둔화, 무역 흐름의 동방 이동, 유가의 상대적 안정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다. 이는 석유 수급 구조에 구조적인 전환이 일어나는 초입으로 평가되며, 향후 석유 수요 정점 시기가 앞당겨질지 주목된다.
2.2. 천연가스: 생산, 소비, 가격, 수출입, LNG 및 파이프라인 동향
천연가스는 2022년 유럽 가스위기의 충격 이후 2024년에 수요가 다시 늘어나면서 공급·무역 측면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전 세계 가스 생산량은 2024년 약 4조1240억 입방미터(4,124 bcm)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최대 생산국인 미국은 셰일가스 증산으로 약 1,000 bcm 이상을 생산하여 독보적인 1위를 지켰고, 러시아는 제재와 파이프라인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약 600~700 bcm 내외 생산으로 2위를 유지했다. 그 뒤를 이란과 중국이 잇따르면서, 이들 미국·러시아·이란·중국 4개국이 전 세계 가스 생산의 53%를 차지하였다. 특히 중국은 지난 10년간 생산을 비약적으로 늘려 세계 6위 생산국에서 4위로 부상하였고, 국내 소비의 56%를 자체 생산으로 충당할 만큼 생산비중을 높였다. 한편 중동(카타르 등)과 호주도 LNG 수요에 대응하여 생산을 유지 또는 확대했으며, 아프리카의 가스 생산은 일부 정정 불안과 투자 부족으로 정체되거나 감소했다.
2024년 세계 가스 소비는 전년도 일시적 감소 후 2.5% (약 +1,130억㎥) 증가하며 4,200 bcm 내외의 사상 최고 수요 수준으로 돌아왔다. 천연가스는 여전히 화석연료 소비의 약 29%를 차지하며, 전 세계 1차에너지의 1/4가량을 공급하는 핵심 에너지원이다. 지역별로 보면 모든 지역(아프리카 제외)에서 가스 수요가 증가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가장 큰 증가폭인 +450억㎥를 기록했는데, 이 중 약 70%에 해당하는 300억㎥ 이상이 중국의 수요 증가분이었다. 중국은 경기부양과 석탄→가스 전환 정책으로 2024년 가스 소비가 큰 폭으로 늘었다. 중앙아시아·러시아(CIS) 지역도 +250억㎥, 북미는 전력용 수요에 힘입어 +180억㎥ 증가하여 뒤를 이었다. 유럽은 2022년 대폭 감소 이후 2024년에 약 +70억㎥(+2% 미만) 소폭 반등했으나, 이는 평년보다 온난한 겨울로 난방 수요가 억제된 영향 등을 감안하면 제한적 회복이다. 아프리카만이 유일하게 가스 수요가 정체 혹은 약간 감소했는데, 일부 국가들의 경제난과 에너지 인프라 제약 때문으로 보인다.
가스 가격 측면에서는 2022년 유럽 위기 당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천연가스 가격이 2023년에 급락한 후 2024년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유럽의 기준가인 TTF 가격은 2022년 중반 MWh당 300유로에 육박했다가 2023년 평균 40~~50유로 수준으로 내려왔고, 2024년에는 전반적으로 20~~50유로 범위에서 등락하였다. 이는 유럽이 겨울 전 가스비축을 충분히 확보하고 대체 공급선을 다변화한 덕분에 시장의 안도감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아시아 LNG 현물가격(JKM)도 2023년 초 급등 후 하향 안정되어 2024년에는 한때 2년만의 최저인 10달러/mmBtu대까지 내려갔다. 다만 연말에 겨울 수요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로 가격이 반등하는 등, LNG 시장의 불안정성은 상존한다. 국제가스연맹(IGU)에 따르면 2024년 LNG 가격은 최근 몇 년에 비해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시장 불확실성에 크게 좌우되는 취약한 균형 상태로 평가된다.
LNG를 중심으로 한 천연가스 무역 부문에서는 사상 최대 거래량 경신과 무역 흐름의 지각변동이 나타났다. 2024년 세계 LNG 교역량은 4.11억 톤(약 5,600억㎥)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LNG 수출국은 총 22개국, 수입국은 48개국에 달했고, 지역별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1억3,891만 톤으로 세계 최대 LNG 수출 권역 지위를 유지했다. 유럽의 LNG 수입량은 1억 톤 수준으로 전년 대비 약 2,122만 톤(-17%) 크게 감소했는데, 이는 겨울 난방용 가스수요 감소와 높은 재고, 파이프라인 러시아 가스의 잔여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반면 아시아의 LNG 수요는 재반등하여 중국과 인도가 무더위에 따른 발전수요 증가와 인프라 확충으로 spot LNG 구매를 크게 늘렸다.
이러한 추세로 2024년 아시아가 글로벌 LNG 수요 성장세를 주도하며, 유럽 중심이던 LNG 흐름이 일부 아시아로 균형을 되찾았다. 미국은 2024년에도 세계 최대 LNG 수출국 위상을 공고히 하였고, 카타르와 호주가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전통적인 파이프라인 가스 무역에서는 러시아의 유럽향 수출 감소가 지속되는 가운데, 북미 지역(미국-캐나다-멕시코 간)과 중동-남아시아 파이프라인 흐름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유럽은 노르웨이, 북아프리카, 아제르바이잔 등에서 파이프라인 수입을 늘리고 일부 러시아 가스의 터키 경유 재수입 등에 의존하며 공급선 다변화를 추진했다. 전반적으로 2024년 천연가스 시장은 LNG 무역 확대와 지역 간 가격 연계성 증가로 세계 단일가스시장화가 진전되는 한편, 공급망 측면에서 미국 등 우방국 비중 증대, 러시아 비중 축소라는 지정학적 재편이 이어졌다.
수소(H₂)는 2024년 에너지 분야의 화두로 떠올랐으나, 상용 생산과 소비는 아직 초기 단계다. 2024년 전 세계 저탄소 수소 생산능력(그린·블루 수소 위주)은 수백만 톤 규모로 추정되며, 에너지전환 수단으로 각국에서 설비 투자가 진행 중이다. 세계 각국은 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한 수전해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다수 발표하여 2030년까지 수십 GW 규모의 전해조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2024년 말 현재 가동 중인 수전해 설비는 수 GW 내외에 불과하며, 수소의 글로벌 교역도 호주→일본 시범운송 등 극히 제한적이다. 수소는 천연가스 개질 등 화석연료 기반 생산이 여전히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본질적으로는 가스 시장의 하위 부문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주요국의 정책 지원으로 청정수소 생산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국제 가격도 초기이지만 형성되기 시작했다(예: 2024년 일본 등 아시아 수소(암모니아) 도입가격 약 1kg당 10달러 내외). 2024년은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이 대형 수소 프로젝트에 투자 결정을 내린 해로, 미국 IRA를 통한 수소세액공제, EU의 수소은행 계획, 한국과 호주의 수소협력 등 수소 경제를 향한 초석이 다져진 시기라 할 수 있다. 향후 수소가 에너지 믹스에서 차지할 비중은 아직 미미하나, 일각에서는 중장기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기술로 부각되어 2030년 전후 급성장을 예상한다. 다만, 전주기 생태계 구축이 필요한 만큼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2.3. 석탄: 생산, 소비, 무역, 가격 동향
석탄은 탄소중립 기조 속에서도 2024년에 ‘최고 소비’와 ‘최고 무역’이라는 두 가지 기록을 세우며 여전히 세계 에너지에서 중요한 위치를 유지했다. 세계 석탄 소비량은 2024년 전년 대비 1% 증가하여 에너지 함량 기준 165 EJ(엑사줄)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북미·유럽 등 서방의 감축을 상쇄한 결과다. 지역별 석탄 수요를 보면, CIS(독립국가연합), 북미, 중남미는 2024년에 석탄 소비가 줄었고 유럽은 –7%로 가장 가파른 감소세를 보였다. 유럽의 석탄 소비 감소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온난한 겨울로 발전용 수요가 줄어든 데 기인한다. 그러나 이러한 감축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증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나타났는데, 중국을 중심으로 약 2% 증가하여 아시아 전체 석탄 수요가 글로벌 증가를 견인했다. 2024년 글로벌 석탄 수요의 83%가 아시아에 집중되었고, 그 중 67%포인트는 중국 한 나라에서 소비될 정도로 중국 비중이 절대적이다. 중국 외에도 인도는 4%의 높은 석탄 소비 증가율을 보이며 석탄 사용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인도의 2024년 석탄 소비는 CIS, 중남미, 북미, 유럽의 소비를 모두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로 성장해 석탄 수요 중심이 극단적으로 중국·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OECD 국가 전체 석탄 소비는 2024년에도 –4% 감소하여, 지난 10년간 평균 –3%씩 지속 감소해온 추세를 이어갔다. 이러한 추세는 2022년 에너지 위기로 일시 증대되었던 선진국의 석탄발전이 다시 감소세로 복귀했음을 의미한다.
석탄 공급(생산) 부문에서도 지역별 명암이 엇갈렸다. 2024년 세계 석탄 생산량은 수요 증가에 맞추어 완만히 늘었거나 전년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 석탄 생산은 3년 연속 자급량이 수요를 초과하여, 2024년에는 생산량이 수요 대비 6% 많은 사상 최대의 잉여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국내 석탄 생산을 지속적으로 증대시킨 영향이 크다. 중국 정부는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21년 이후 자국 석탄 증산을 장려해왔고, 그 결과 2024년 중국 혼자 전 세계 석탄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였다. 인도도 2024년 석탄 생산을 7% 늘리면서 자국 수요 증가에 대응했고, 인도네시아는 8% 증산을 통해 수출 공급을 확대했다. 두 나라의 합산 생산량도 중국의 37% 수준에 불과하지만, 증가율에서는 두드러졌다.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수출국들은 인프라 제약과 물류 문제로 생산 증가가 제한적이었고, 미국은 발전용 수요 감소로 생산이 줄어 44년 만의 최저 생산량을 기록했다. 유럽과 중남미, 러시아/CIS 등도 구조적 수요 감소로 생산이 지속 하락했다. 결과적으로 2024년 석탄 생산은 중국·인니 등 아시아 신흥국의 증산과 미국·EU 등 선진국의 감산 추세가 상쇄하며 세계 총량 기준으로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2024년 국제 석탄 무역은 역사상 최대 수준으로 활기를 띠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세계 석탄 교역량은 전년 대비 증가해 사상 최고인 약 1545백만 톤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발전용 유연탄(thermal coal) 무역이 동남아 및 남아시아 수요에 힘입어 증가하였다. 수출 측면에서는 인도네시아가 세계 1위 석탄 수출국 지위를 공고히 하였고, 호주는 중국의 금수 해제 이후 대중 수출을 재개하여 이익을 보았다. 러시아는 유럽 수출길이 막힌 이후 아시아(중국, 인도, 터키 등)로 수출선을 전환하여 2024년에도 비교적 높은 수출량을 유지했다. 수입국 측면에서는 인도가 2024년 상반기까지 석탄 수입을 크게 늘렸으나, 2025년 들어서는 비축량 및 국제가격 하락으로 구매를 둔화시키는 추세를 보인다. 중국은 국내 생산 증가로 수입이 정체되었지만 호주산 재개로 수입선 다변화가 이뤄졌다. 유럽연합(EU)은 2022년 러시아산 금수 이후 미국, 호주, 남아공, 콜롬비아 등으로부터 조달했으나, 2024년 신재생 발전 증가와 수요 감소로 석탄 수입이 전반적으로 줄었다. 이처럼 2024년 석탄 무역은 아시아 신흥국들의 수요 증대와 선진국 수요 감소가 교차하며 전체적으로 성장했으며, 무역 흐름의 중심축이 아시아로 더욱 쏠리는 양상이 강화되었다.
석탄 가격은 2022년의 사상 최고치에서 2023년에 급락한 후 2024년에도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2022년 가을 호주 뉴캐슬산 유연탄 가격이 톤당 400달러를 넘는 전례없는 폭등 이후, 2023년 말에는 150달러 안팎까지 떨어졌다. 2024년 평균으로 보면 주요 시장들의 석탄 가격은 전년보다 약 11% 하락했고, 2022년 최고치 대비 절반 이상(–52%) 낮은 수준이었다. 이는 석탄 수급이 비교적 완화되고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가스 가격 안정 등 대체재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다만 2024년 하반기 들어 인도네시아의 수출세 논의, 남아공 철도망 차질 등으로 연료탄 가격이 일시 상승하는 등 공급망 리스크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아직 상존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석탄 수요가 정점에 근접하며 광산 투자도 위축되는 추세이므로, 향후에는 구조적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다시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24년을 글로벌 석탄 수요의 정점으로 예상하면서 향후 수년간 현재 수준에서 소비가 정체 또는 완만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향후 석탄 시장은 점진적 축소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비해 주요 석탄 수출입국들은 수익 다변화와 산업 전환 전략을 모색 중이다.
2.4. 전력 및 재생에너지
전력 부문은 에너지 전환의 중심으로서 2024년에도 빠르게 성장하고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전 세계 전력 발전량은 2024년에 약 3만 TWh 중반대로 추정되며, 전년 대비 4% 증가하여 에너지 수요 증가율(2%)의 약 두 배 속도로 늘었다. 지난 10년간 글로벌 전력 생산은 연평균 2.6%씩 성장해왔는데, 이는 같은 기간 1차에너지 소비 증가율의 두 배에 해당하여 전기화(electrification)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별 발전 비중을 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전 세계 전력 생산의 52%를 차지하며 2024년에도 가장 큰 증가(+4%, 16,132 TWh 증가)를 보였다. 북미와 유럽은 각각 2.2%, 1.5% 증가하여 합쳐서 세계 발전량의 30%(9,514 TWh)를 생산했다. 나머지 지역(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은 약 18%를 차지했다.
전원별 발전구성을 살펴보면, 2024년 모든 주요 발전원이(석유 제외) 발전량이 증가하였다. 특히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2024년 전세계 전력 증가분의 53%를 담당하며 가장 큰 몫을 차지했고, 재생에너지(수력 포함)는 전 세계 발전량의 32%를 공급하여 사상 최고 비중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화석연료가 여전히 약 60%의 발전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 석탄발전이 35%로 단일 최대 원천 자리를 유지했다. 2024년 석탄발전량은 전세계적으로 1.2% 증가하여 10,613TWh에 달했으며, 가스발전도 2.5%(+172 TWh) 늘어나 화석 발전 증가를 견인했다.
https://www.voronoiapp.com/energy/Coal-Still-Dominates-Global-Electricity-Generation-4622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은 2024년에도 기록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풍력과 태양광의 합산 발전량은 전 세계 발전의 15%까지 높아져 전년(13%)보다 크게 상승했고, 최근 10년간 무려 4배로 증가했다. 신규 발전량 증가분 중 절반 이상(53%)을 차지할 정도로 풍·태양광이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 증가가 두드러져 2024년 한 해에만 풍력의 4배에 이르는 설비가 추가되어, 전세계 태양광 누적용량은 1,865 GW, 풍력은 1,135 GW에 달했다. 중국이 전세계 태양광·풍력 설비의 47%를 보유하여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설비용량은 미국과 유럽을 합친 것의 두 배에 달한다. 지역별 재생에너지 확대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발전량 증가 399 TWh의 대부분(91%)이 중국에서 나왔고, 중국 혼자 전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분의 60% 가까이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이 풍력·태양광 설비투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두임을 보여준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전력의 28%를 풍력·태양광으로 생산하여 세계 평균(15%)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며, 사상 처음으로 태양광 발전량이 석탄을 넘어서는 성과를 거두었다. 반면 중국의 경우 여전히 전체 발전량의 58%를 석탄이 차지하고 있어 전력 탈탄소화에서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10년 전에 비해 석탄 비중이 70%에서 58%로 낮아졌다. 인도 역시 전력의 75%를 석탄에 의존해 1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나, 태양광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다.
전력 분야의 에너지 저장기술(BESS)도 크게 도약하였다. 2024년 전세계 그리드 규모 배터리 저장용량은 전년 대비 113% 급증하여 총 126GW에 달했다. 대규모 배터리 저장은 간헐성 재생에너지의 출력변동을 보완하는 핵심 수단으로 각국에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신규 증가분의 67%를 차지하여 글로벌 배터리 저장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누적 용량 기준으로도 세계의 60%를 중국이 보유하고 있다. 그 뒤를 미국(20%)과 영국(5%) 등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의 배터리 산업 경쟁력과 재생에너지 투자규모를 감안할 때 이 분야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막강함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배터리 제조강국이지만 정작 국내 전력망에 연계된 저장설비 용량은 아직 선도국 대비 낮아 향후 확대 여지가 크다.
수력 및 기타 재생에너지의 경우, 2024년은 기상이변으로 일부 지역에서 발전량 변동이 있었다. 전 세계 수력발전량은 2024년에 전년 대비 180 TWh 증가하여 2010년 이후 최대의 연증가를 보였다. 이는 유럽과 아메리카 일부에서 가뭄이 완화된 덕분에 발전이 늘어난 영향이다. 다만 북미 및 남미의 수력은 소폭 감소했으나 중국의 삼협댐 등에서 꾸준한 발전으로 보완되었다. 여전히 수력은 전 세계 전기의 14%를 공급하는 최대의 재생에너지원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지키고 있다. 바이오에너지 부문에서는 바이오연료의 사용이 늘었다. 2024년 글로벌 바이오연료(에탄올·바이오디젤 등) 수요는 전년 대비 3% 증가하여 일일 220만 배럴 유류환산량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아시아-태평양이 하루 4.7만 배럴 증가하여 가장 큰 폭으로 늘었고, 북미도 4.2만 배럴 증가하여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아시아 증가분의 63%를 차지할 만큼 바이오연료 소비가 확대되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3위 바이오연료 소비국으로 부상(하루 19.4만 배럴 소비)하여 미국(89.9만 배럴), 브라질(43.2만 배럴)에 이어졌다. 반면 EU의 바이오연료 수요는 경유 소비 감소와 함께 11% 감소하였는데, 특히 바이오디젤 소비가 15% 줄었다. 이는 전기차 보급과 산업 수요 감축 등으로 경유 소비가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요약하면, 전력 부문은 풍력·태양광의 급성장과 배터리 저장 확대로 탈탄소화가 진전되었지만 여전히 석탄과 가스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도기적 상황이다. 2024년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1/3을 넘어섰고, 전력 수요 증가세가 에너지 전체보다 두드러진 해였다. 향후 전력 수요는 전기차, 전기난방 등의 보급으로 더욱 급증할 전망이어서, 청정 전원 확대와 전력망 안정화 투자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2.5. 원자력: 발전량, 최신 동향
원자력 발전은 2024년 세계적으로 부분적 부활 조짐을 보였다. 2024년 전세계 원자력 발전량은 전년 대비 3% 증가하여, 전 세계 1차에너지 수요의 약 5%를 충족하는 수준이 되었다. 전력 발전 비중으로 환산하면 약 9~10% 수준으로, 2010년대 중반 이후 하락세가 멈추고 소폭 반등한 모습이다. 증설 정체와 잦은 정지로 수년간 침체되었던 원전이 다시 늘어난 것은 주로 프랑스와 일본 덕분이었다. 2024년 원전 발전 증가분의 2/3가 이 두 나라에서 나왔는데, 프랑스는 노후화로 장기 정지 중이던 원전들을 수리해 재가동함으로써 원전 출력이 크게 회복되었다. 일본 역시 후쿠시마 이후 중단되었던 원전 다수를 재가동하고 노후 원전 수명연장 정책을 추진한 결과 발전량이 증가했다. 이외에도 한국, 영국, 벨기에 등 일부 국가는 기존 원전의 높은 이용률을 유지하거나 수명연장에 착수하여 원자력 발전량 유지에 기여했다. 반면 독일은 2023년 마지막 3기의 원전을 전면 폐쇄하여 유럽 내 원전 비중 축소에 일조했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에서는 신규 원자로가 준공되며 원전 발전이 꾸준히 늘었다.
2024년 말 기준 전세계에서 60기 이상의 신규 원자로가 건설 중이며, 특히 중국이 20기 이상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원전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2030년대 초까지 원전 설비용량을 2배 이상 늘릴 계획으로, 에너지안보와 탄소저감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인도, 터키, 이집트, 방글라데시 등도 러시아, 미국, 프랑스 등의 기술로 원전을 신규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운전 중인 92기의 원전을 최대한 수명연장하는 한편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 에너지시장에서 2024년은 원자력의 중요성이 재조명된 해로, 일각에서는 “2025년 원자력 르네상스”의 도래를 전망하기도 한다. 실제로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원전의 안정적 출력과 저탄소 속성이 재평가되고 있으며, 미국·캐나다·영국 등 일부 선진국들은 신규 원전 건설 및 SMR 상용화 전략을 적극 추진 중이다. 다만 다른 한편으로 원전 안전성과 경제성 문제도 여전히 존재하여, 독일·벨기에 등의 원전 폐지 결정이나 오스트리아 등의 반원전 기조도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원자력의 부활 여부는 안전기술 확보와 경제성 개선, 사회적 수용성 등에 달려 있으며, 2024년은 그 변곡점으로서 각국 정책 방향이 엇갈린 한 해로 볼 수 있다.
2.6. 핵심 광물: 생산량, 가격, 지역별 공급 현황 (리튬, 코발트, 희토류 등)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 시장은 2024년 수급이 확대되었으나 가격은 큰 폭 하락하여 변동성이 컸다. 태양광, 풍력, 전기차 배터리, 송배전 인프라 등에 사용되는 리튬, 코발트, 니켈, 희토류 등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요 자원의 생산도 증가 추세를 이어갔다.
2024년 희토류 원광(rare earth metals) 생산량은 전년 대비 3.2% 증가하여 약 40만 톤에 달했다. 이 중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71%를 담당하며, 세계 최대 생산국 및 공급국 지위를 유지했다. 또한 전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48%가 중국에 분포하는 것으로 추정되어, 희토류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는 여전히 절대적이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와 풍력터빈 발전기에 필수적인 네오디뮴(Nd) 자석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데, 중국이 채굴부터 정제·가공까지 장악하고 있어 미국·유럽·일본 등이 공급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리튬(Li)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로 2024년에도 생산이 큰 폭 증가했다. 세계 리튬 생산량은 전년보다 16% 늘었고 주요 생산국들이 증산을 이어갔다. 세계 1위 리튬 생산국은 호주이나, 2위인 칠레가 글로벌 생산의 23%를 차지하며 생산을 18% 늘렸고, 3위 중국도 호주산 광석과 남미 소금을 가공하여 상당량을 생산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아르헨티나의 약진으로, 2024년 전년 대비 109%라는 폭발적 증가율로 생산을 늘리며 리튬 공급 신흥강자로 부상했다. 리튬의 자원 부존은 남미 소금호수(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와 호주 광산에 편중되어 있고, 정제는 중국이 과점하고 있어, 미국·EU·한국 등은 리튬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코발트(Co) 시장도 변화가 있다. 코발트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재 원료로 많이 쓰이는데, 2024년 전기차 배터리의 고망간·인산철(LFP) 등 탈(脫)코발트 양극재 확산으로 수요 증가세가 주춤했다. 세계 최대 생산국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은 여전히 코발트 원광의 70% 이상을 생산하지만, 가격 하락으로 투자가 위축되고 일부 광산 운영이 불안정해졌다. 코발트 가격은 2024년 평균 23% 하락하여 주요 광물 중 상당한 낙폭을 보였다. 이는 공급 증가와 수요 정체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니켈(Ni)은 배터리 및 스텐레스 산업 수요로 견조한 편이지만, 인도네시아 등 신흥 생산국의 공급 확대로 가격이 안정되었다. 2024년 인니의 니켈 선철(NPI) 생산 증설이 지속되어 세계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으며, 중국의 대규모 투자로 인니는 글로벌 니켈 제련허브가 되었다.
그래파이트(흑연)은 배터리 음극재 핵심소재로, 천연흑연의 65% 이상이 중국산이다. 2024년 천연흑연 가격은 평균 26% 하락하여 리튬 다음으로 큰 가격조정을 보였다. 이는 배터리 재활용 및 인조흑연 대체 등으로 수급에 여유가 생긴 영향이다.
가격 동향을 종합하면, 2024년 핵심 광물 가격은 전반적으로 약세였다. 리튬 탄산염 가격은 1년 새 69% 급락하여 에너지전환 광물 중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는 2021~2022년 폭등에 따른 조정과 중국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 둔화, 그리고 공급 증가가 맞물린 결과다. 코발트와 흑연도 앞서 언급한 대로 각각 –23%, –26% 하락했다. 이외에 구리, 니켈 등 전통적인 금속 원자재는 비교적 완만한 조정을 보였으나 전반적 톤당 가격은 2022년 고점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주요 광물 가격의 하향 안정은 재생에너지 기술 보급에 긍정적이지만, 공급사의 투자 감소를 야기할 수 있어 중장기 공급부족 리스크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핵심 광물 공급망은 특정 국가와 지역에 크게 편중되어 있다. 예를 들어 리튬·코발트는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주로 채굴되고, 희토류·흑연은 중국이 압도적이며, 니켈은 인도네시아가 부상했다. 중국은 이러한 원료를 수입해 제련·가공하는 밸류체인의 정점에 서 있다. 2024년에도 중국은 배터리용 리튬 화합물 정제의 60% 이상, 코발트 화합물의 70% 이상을 생산하며, 희토류 분리정제에서는 85% 이상의 점유율을 보였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를 우려해 2022~2024년에 걸쳐 ’광물 안보 파트너십’(MSP)을 구축하고, IRA법의 핵심광물 요건, EU 핵심원자재법 등 정책을 통해 중국 외 공급망 확보에 나섰다. 2024년에는 미국이 호주, 칠레, 잠비아 등과 핵심광물 협력을 맺고, EU도 캐나다, 나미비아 등과 공급 MOU를 체결하는 등 다변화 움직임이 본격화되었다. 또한 민간에서는 배터리 제조사들이 원료 광산 지분을 확보하거나 장기 공급계약을 맺는 추세다. 핵심 광물은 향후 에너지 안보의 새로운 쟁점으로, “석유패권에서 광물패권으로” 국제질서가 재편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석유·가스·석탄 같은 전통 에너지원부터 전력·재생에너지, 핵심 광물에 이르기까지 2024년 에너지 시장은 전반적으로 수요증가와 에너지전환이 교차하는 가운데 지역별·연료별로 상이한 양상을 보였다.
3. 주요 동향 분석
3.1. 시장 동향: 수요 및 공급 트렌드, 글로벌 무역 흐름
2024년 세계 에너지 수급 동향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첫째, 에너지 수요가 신흥권을 중심으로 계속 성장하여 화석연료 소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둘째, 에너지 공급 및 무역 구조가 지정학적 요인으로 재편되었다는 점이다.
우선 수요 측면에서, 전 세계 1차에너지 총수요는 2024년 592 EJ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증가는 주로 아시아 신흥국이 주도했는데, 2024년 에너지 수요 증가분의 65%가 아시아-태평양에서 발생했고 이 지역이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47%를 차지했다.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가 지속되는 개발도상국에서는 에너지 소비가 꾸준히 늘어나 “남반구 수요 증가 – 북반구 수요 정체”라는 구조적 흐름이 확연해지고 있다. 실제로 2024년 OECD 국가들의 에너지 소비 증가율은 매우 낮거나 마이너스였던 반면, 비OECD 국가들은 석유·가스·전력 등 전 부문에서 수요가 확대되었다. 특히 인도,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의 1차에너지 소비가 견조하게 증가하여, 국제 에너지 기업들의 시장 전략도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연료별 소비 추세를 보면, 석유 수요는 정체 기미를 보이나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했고, 천연가스 수요는 일년 만에 반등해 성장세를 회복했으며, 석탄 수요도 아시아발 증가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즉 3대 화석연료 수요 모두 2024년에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다만 증가율은 석탄 +1%, 석유 +0.6%, 가스 +2.5% 등으로 높지 않아 성장세 둔화 국면임을 알 수 있다. 석유의 경우 중국 등 일부 대형 소비국에서 수요 피크 조짐이 나타났고, 석탄은 선진국의 지속적 감축으로 전세계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에너지전환 정책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 수요가 절대량 측면에서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동시에 피크 이후 둔화 국면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무탄소 에너지 공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4년 풍력·태양광 발전량은 전년 대비 18% 급증했고, 원자력 발전도 +3%로 반등했다. 이들 무탄소 전원의 증가분이 화석연료 증가분을 상쇄해주었다면 배출 정점이 앞당겨졌겠지만, 아직은 재생에너지 증가속도가 화석연료 수요 억제에는 충분치 않아 에너지 전환이 “불균형적 (disorderly)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급 측면에서는 2024년 에너지 공급망의 지정학적 재편이 두드러졌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에 따른 러시아산 화석연료 제재로, 유럽을 중심으로 수입선 다변화와 국내 생산 확대 노력이 전개되었다. 그 결과 유럽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는 2021년 40%에서 2024년 한 자릿수로 급감했고, 석탄 수입도 러시아산을 전면 중단하며 남아공·호주 등으로 대체했다. 러시아는 감소한 유럽 물량을 중국, 인도, 터키 등 아시아 시장으로 전환하여, 세계 에너지 무역의 중심축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했다. 동시에 미국과 카타르, 호주 등 우방 공급국들의 역할이 강화되어, 2024년 미국은 세계 최대 LNG 및 원유(제품 포함)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도 아시아 수요를 향한 공급을 확대하고 OPEC+ 체제를 통해 시장 영향력을 유지하였다. 전반적으로 석유·가스 무역은 미주→아시아, 러시아→아시아 흐름이 증대한 반면, 유럽은 수입 다변화와 수요 감소로 무역 규모가 축소되는 양상이었다. 한편 석탄 무역 역시 러시아산의 유럽 퇴출로 대체 공급이 발생하고 인도·중국이 수입을 늘리면서, 국제 석탄 운송량이 사상 최대치에 이르렀다.
또 다른 공급 측면 이슈는 OPEC+의 석유시장 관리 전략이다. 2023~2024년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OPEC+ 산유국들은 생산쿼터를 줄이고 감산을 연장하였다. 이에 따라 2024년 하반기 세계 석유 공급은 인위적으로 억제되어 수요 대비 약간 타이트한 수급이 유지되었다. 러시아와 사우디는 일일 수백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추가감산을 시행하며 유가 하한선을 지키려 했고, 이는 민간 투자 감소로 인한 공급부족 위험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미국 등 비OPEC 생산자들은 고유가에 생산을 증대하여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이처럼 OPEC vs 비OPEC 간 공급 경쟁과 협조가 공존하는 복잡한 시장 동인이 2024년 석유시장에 작용했다.
에너지 시장의 지역별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관찰된다. 2024년 선진국은 에너지 효율 개선과 저성장 기조로 1차에너지 수요가 정체·감소하는 반면, 개도국은 경제성장과 도시화로 견조한 에너지 수요 증가세를 보였다. 그 결과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절반 가까이를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이 차지하는 구조가 되었다. 이러한 추세는 향후에도 지속되어 2040년경에는 아시아가 세계 에너지 수요의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새로운 수요 중심지에 투자와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으며, 에너지 거버넌스에서도 신흥국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컨대 인도는 2023년 G20 정상회의에서 에너지 안보와 전환에 대한 적극적 의제 설정을 주도했고,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신흥국 에너지 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글로벌 무역 흐름 측면에서 또 하나 주목할 동향은 국제 LNG 무역의 확대와 지역 간 가스시장 연계 강화다. 2024년 LNG 무역량 사상 최대 기록은 앞서 언급했듯이 아시아 수요가 이끈 결과이며, 이제 가스 가격과 공급이 지역별로 상호 연결되는 통합 시장화가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24년 초 유럽의 온화한 겨울로 LNG 수요가 감소하자 아시아 현물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등, 유럽-아시아 가스 시장이 하나의 큰 풀(pool)처럼 움직였다. 이는 미국 등 중심 공급국의 중재자 역할로 가능해진 현상이며, 결과적으로 LNG 선물 및 벤치마크 가격은 국제적 영향력을 지니게 되었다. 다만 지역별 인프라 제약과 계약구조 차이로 완전한 단일 시장은 아니며, 비상시 각 지역별로 가격 급등은 여전히 발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와 에너지 수급의 상관관계가 2024년 두드러졌다. 기록적인 폭염과 한파, 가뭄과 폭우 등 이상기후 현상이 여러 지역에서 일어나면서 에너지 수요와 발전량에 영향을 주었다. 여름의 열파(heatwave)는 냉방전력 수요를 급증시켜 중국, 남유럽, 미국 등에서 전력피크 부담을 가중시켰다. 반대로 겨울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던 유럽은 난방용 가스 수요가 줄어 가스위기 완화를 가져왔다. 또 가뭄과 홍수가 수력발전량 변동을 야기해, 예컨대 남미 브라질은 가뭄으로 수력발전이 줄자 화력발전 연료 수입을 늘려야 했다. 기후변화가 에너지 수요 및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으며, 이를 고려한 기후위험 대응형 에너지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요약하면, 2024년 에너지 시장은 “수요는 동방으로, 공급은 재편되고, 무역은 동쪽으로 기울고, 전환은 지속되나 완만하게”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시장 동향을 기반으로, 다음으로 기술적 발전과 에너지 공급망 및 안보 측면에서의 주요 이슈를 살펴본다.
3.2. 기술 발전: 배터리 저장, 탄소 포집·저장(CCUS), 수소 생산 등
에너지 기술 분야에서는 신재생 에너지 보급을 가속화하고 화석연료 사용의 환경영향을 줄이기 위한 혁신 기술들이 2024년에 괄목할 발전을 보였다. 특히 에너지 저장기술,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수소 에너지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우선, 에너지 저장 기술(ESS) 중 대규모 배터리 저장이 2024년 폭발적으로 성장하였다. 앞서 전력 부문에서 언급했듯이 2024년 BESS 용량은 전년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하여 126 GW에 달했고, 이는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리튬이온배터리 가격 하락과 기술 성숙으로 인해 전력망용 배터리 프로젝트가 미국, 중국, 호주, 유럽 등에서 본격화되고 있으며, 이제 태양광·풍력 설비에는 필수적으로 대용량 저장장치가 병행되고 있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한 V2G(vehicle-to-grid) 기술과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도 확산되며 분산형 저장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2024년 중국과 미국이 주도한 BESS 시장은 향후 10년간 계속 급성장하여, 재생에너지 시대의 전력망 안정성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전기차(EV)와 배터리 기술도 중요한 발전 분야다. 2024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400만 대를 돌파해 신차 판매의 약 18%를 전기차가 차지했으며, 특히 중국과 유럽에서 전기차 보급이 가파르게 늘었다. 전기차는 석유 수요에 구조적 변화를 주고 있는데, 2024년 중국의 석유 수요 감소는 EV 보급 영향이 큰 사례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는 개선되고 가격은 하락하여, 2024년 배터리 팩 평균가격이 kWh당 150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전기차 경제성이 한층 향상되었다. 또한 고체전해질 배터리,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도 진전을 보여, 전기차 성능 향상과 비용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교통 부문의 전동화 전환을 가속화하여, 석유 수요 정점 도래 시기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탄소 포집·저장(CCUS) 기술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배출을 줄이기 위한 중요한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4년 전 세계 CCUS 설비 용량(포집 가능 이산화탄소량)은 수천만 톤 규모로, 아직 전 세계 배출량(400억 톤 CO₂ 이상)에 비하면 미미하다. 그러나 신규 CCUS 프로젝트가 북미와 유럽, 중동을 중심으로 다수 발표되었다. 예를 들어 미국은 2024년 IRA법의 세액공제(45Q) 강화로 CCUS 투자 붐이 일어 다수의 프로젝트가 착공되었고, 유럽에서는 노르웨이의 Northern Lights CO₂ 저장시설이 상업 운영에 들어가 주변 국가의 포집 탄소를 저장하기 시작했다. 중동의 UAE도 ADNOC 주도로 대형 CCUS 설비를 확충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전세계 CCUS 연간 포집능력은 약 50 Mt 수준으로 추산되며 (프로젝트 진행 단계 포함 시 더 큼), 이는 5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CCUS는 경제성과 규제 미비로 보편화에는 갈 길이 멀다. 2024년에는 EU가 탄소제거 인증제를 논의하고, UN이 탄소관리 기술에 대한 국제협력을 강조하는 등 정책적 지원도 확대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CCUS를 장려하여 산업·발전부문의 잔여 배출 감축을 도모하는 것이다. 향후 CCUS 기술비용이 낮아지고 탄소가격이 높아진다면, CCUS는 화석연료 사용과 병행해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주요 수단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만, 시장 주도의 성장과 생태계의 확장에 대한 기대는 제한적인 상황으로 판단된다.
수소에너지 분야 역시 2024년에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 앞서 핵심광물 부분에서 논의했듯,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전해조 설비가 세계 각국에서 증설되기 시작했다. 특히 중동 지역(사우디, UAE 등)은 풍부한 태양광으로 그린수소를 생산·수출하려는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호주와 칠레 등 신재생 잠재력이 큰 국가들도 그린수소 해외공급을 노리고 있다. 한국, 일본, 독일 등 수소 수요국은 장기적으로 수소를 대량 수입하여 산업·발전 연료로 활용할 계획을 내놓았다. 2024년에는 한국과 호주가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 MOU를 체결하고, 일본이 호주에서 생산된 액화수소를 세계 최초로 실증 수입하는 등 국제 수소 거래의 초석이 마련되었다. 또한 암모니아 혼소 발전 시험이 일본 등에서 이루어져, 기존 석탄 발전에 20% 암모니아를 혼소하여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술 검증이 진행되었다. 다만 아직 비용과 효율 문제로 수소의 광범위한 활용은 시기상조이며,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인프라 구축(배관, 충전소 등)과 표준화 작업이 과제로 남아 있다. 2024년은 각국이 수소법 제정, 로드맵 수립 등 제도적 준비를 마무리한 해로서, 향후 2030년까지 청정수소 생산능력과 활용처가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CCUS와 더불어 시장의 형성에 대해서는 낙관보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좀 더 우세한 상황이다. 수소와 CCUS 모두 당위성은 존재하나 시장의 수용성은 여전히 높지 않고 불확실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재생에너지 기술 혁신도 지속되었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탠덤셀(이중접합) 태양전지와 페로브스카이트 전지 기술이 효율 기록을 경신하며 주목받았다. 2024년 실리콘-페로브스카이트 탠덤전지 효율이 33%를 넘는 등 연구가 진전되어, 차세대 초고효율 태양광 모듈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풍력 분야에서는 부유식 해상풍력이 노르웨이 등지에서 실증되었고, 터빈 대형화가 지속되어 18~20MW급 해상풍력 터빈이 개발되었다. 또한 에너지효율 기술 측면에서 LED조명, 열펌프 보급이 확대되고 스마트그리드·AI 최적화로 수요관리 효율이 향상되는 등 보조적 기술 발전도 활발했다. 예컨대 유럽은 열펌프 판매가 급증하여 가정 난방의 전기화가 가속되고 있고, 데이터센터의 폐열(waste heat) 활용 등 효율 제고 방안이 도입되었다.
기술 발전의 종합적 영향으로 2024년 에너지 시스템은 이전보다 청정하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한 걸음 진전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자력에 대한 기대, 전기차와 배터리 혁신, CCUS와 수소의 태동 등은 장기적으로 1차에너지 공급 정점 도달 시점을 앞당기고, 에너지 소비 패턴을 바꾸며, 탄소중립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와 배터리를 제외한 나머지 기술들이 실질적 배출감축으로 이어지려면 상용화 비용 저감, 정책 지원, 국제 협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2024년은 그 변곡점으로서, 앞으로 10년 간 기술 발전의 성패가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결정할 것이다.
3.3. 공급망 및 에너지 안보: 수입·수출 의존도와 리스크
에너지 공급망의 안정성과 에너지 안보는 2024년 각국의 최우선 정책 과제로 부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 갈등, 팬데믹 여파 등 연속된 위기들이 에너지 수급 불안을 야기하면서, 자국 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하고 수입 의존도를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우선, 지역별 에너지 자급률과 수입 의존도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은 셰일혁명 이후 석유·가스 생산이 급증하여 2020년대 들어 순에너지수출국 지위에 올라섰다. 2024년 미국은 석유(원유+제품)와 천연가스를 모두 순수출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이자 3대 원유 수출국 중 하나다. 이에 따라 미국의 1차에너지 자급률은 100%를 넘어서, 사실상 에너지 독립을 달성한 상태다. 반면 유럽연합(EU)은 화석연료의 대다수를 수입에 의존한다. 2024년 EU의 석유 소비의 약 96%, 가스의 83%, 석탄의 40% 이상을 수입으로 조달하고 있어, 전체 1차에너지의 약 55~~60%를 수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석유·가스는 중동, 노르웨이, 아프리카, 러시아 등 외부 공급원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은 에너지자원이 거의 없어 석유·가스·석탄의 90%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며, 세계에서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군에 속한다. 예컨대 2024년 한국과 일본은 각각 에너지 공급의 93%, 96%를 수입에 의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석탄과 전력은 비교적 국내에서 충당하지만, 원유의 약 75%와 가스의 45%를 수입한다. 대규모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의 경우 2024년 총에너지의 약 25%를 수입에 의존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최근 5년간 약 87 EJ에 달하는 화석연료 수입을 대체함으로써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였다. 인도도 원유 85%, 석탄 30~~40%, 가스 50% 이상을 수입하며, 특히 석유는 서아시아, 러시아 등에 크게 의존한다. 중동 산유국들은 역으로 에너지 순수출국으로서, 자국 에너지 소비는 모두 국내 생산으로 충당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다만 UAE, 쿠웨이트 등은 가스 일부를 수입). 전반적으로,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은 수입국과 수출국 모두에 존재한다. 수입국은 해외 공급차질에 취약하고, 수출국은 국제 수요·가격 변동에 재정이 좌우되는 취약성을 지닌다. 2024년의 여러 사태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유럽 가스수출이 막혀 재정타격,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LNG선 통행 우려, 미중 갈등으로 태양광 공급망 긴장 등 – 는 이러한 상호 취약성을 드러냈다.
이에 대응하여 각국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가 핵심이다. 유럽은 러시아산을 대체하기 위해 미국, 카타르, 앙골라 등 다변화된 LNG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석유도 중동 의존도를 낮추려 남미, 아프리카산 도입을 늘렸다. 한국과 일본도 중동산 원유 의존이 높아 미국, 북해 등 비중동산 수입을 확대하고 비축유 확충으로 리스크를 완화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 이란 등 지정학 리스크가 있는 공급원과의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재생에너지와 전력 증설로 수입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대규모 풍력·태양광, 원자력 투자를 통해 최근 5년간 87 EJ의 화석연료 수입을 피했고, 유럽 63 EJ, 미국 34 EJ 등의 수입대체 효과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수입 의존도가 극도로 높은 한국과 일본은 5년간 절약한 수입에너지가 10 EJ도 채 되지 않아, 재생에너지 통한 에너지자립 효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이는 지리·환경적 제약으로 재생에너지 확대가 더딘 탓도 있지만, 두 나라의 에너지안보 취약성을 방증한다.
다음으로 전략 비축과 예비 인프라 확보가 안보 전략으로 강화되었다. 석유 비축은 IEA 회원국 기준 90일분 의무가 있지만, 2024년에는 석유뿐 아니라 가스 비축 및 비상 인프라 구축이 부각되었다. 유럽연합은 2022년 말 비축률 95%를 달성한 이후 2024년에도 겨울 전 가스저장고를 90% 이상 채워 가스위기를 넘겼다. 또한 독일, 이탈리아 등은 FLNG(FSRU) 부유식 LNG 터미널을 급히 설치하여 대체 수입역량을 갖추었다. 동북아의 일본·한국·대만도 겨울철 LNG 비축 권고치를 높이고 민간 발전사들의 재고 확보를 독려하였다. 한국은 2024년 겨울 전 발전용 LNG 비축량을 평년대비 150%까지 늘렸고, 일본은 전력회사들이 서로 LNG를 융통할 수 있는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석탄의 경우 중국, 인도가 대형 저탄장을 운영하고 비축량을 관리하며, 일본도 발전사들이 일정량 이상 석탄 재고를 유지토록 관리하고 있다.
국제 공조도 에너지 안보 대응의 한 축이다. IEA는 2022년 이후 회원국 합동 비축유 방출 등을 통해 유가안정을 도모했고, 2024년에도 추가 비상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G7은 러시아산 석유 가격상한제 등을 시행하며 지정학발 공급충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자 협력했다. 한편 산유국간 공조(OPEC+)도 일종의 카르텔 안보 전략이라 볼 수 있는데, 2024년 러시아·사우디 공조를 통해 감산 조율과 가격방어에 성공하였다. 이는 수출국 측의 안보(재정안보)를 위한 협력이라 할 수 있다.
공급망 안보 측면에서 최근 부각된 것은 청정에너지 기술 공급망이다. 태양광, 배터리, 핵심광물 등의 생산이 특정 국가에 편중되면서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들이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핵심광물의 우방국 조달 비율 요건을 설정하여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 EU도 핵심원자재법을 통해 전략광물의 역내 생산·가공 비중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2024년 주요국들은 필수 광물안보 파트너십(MSP) 회의를 개최하여, 리튬·니켈·코발트·희토류 공급망 협력을 논의했다. 이는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진행됨에 따라 새롭게 대두된 “그린 공급망 안보”라 할 수 있다. 태양광 제조는 현재 중국이 폴리실리콘부터 모듈까지 70% 이상 장악하고 있는데, 미국·인도 등이 자국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고, 한국·EU·미국은 대중 관세나 수입규제 등을 통해 중국산 의존을 줄이려는 정책을 폈다. 이러한 무역장벽과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 노력은 한편으로 보호무역 논란을 낳고 있다. 2024년 미국과 유럽, 중국 간에는 태양광·배터리 보조금과 관세를 둘러싼 갈등이 있었으며, 이는 WTO 분쟁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 보인다. 따라서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다변화를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과도한 보호주의로 인한 시장 왜곡을 방지하고자 하는 국제조율이 향후 과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안보의 개념 확장도 언급해야 한다. 과거 에너지 안보가 “공급의 안정성과 가격의 적정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안정적이면서도 청정하고 자립적인 에너지 시스템” 구축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4년의 연이은 충격은 중앙집중적 화석연료 공급망의 취약성을 드러냈고, 각국은 분산형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에너지 안보 전략의 핵심으로 삼기 시작했다. 예컨대 유럽연합은 REPowerEU 계획에서 재생에너지 확충을 에너지안보 전략의 중심에 놓았고, 중국도 국무원 문건을 통해 재생에너지 투자 가속으로 수입 연료 의존을 줄이는 것을 안보 강화로 인식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건설 후에는 연료비와 공급망 리스크가 적어 운영비가 낮고 가격안정적이며,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게 해주므로, 투자가 곧 에너지 안보 투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재생에너지가 늘어날수록 전력망 안정성 유지와 계통 유연성 확보가 중요해지므로, 향후 에너지안보와 전력망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100% 재생전원을 달성한 국가(아이슬란드, 부탄 등)도 있으나, 간헐성 문제를 겪을 수 있어 에너지저장, 그리드 강화, 인접국 연계 등을 통해 안보와 안정성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2024년은 전통적 에너지 안보(화석연료 공급망)에 대한 도전과 신흥 에너지 안보(청정에너지 공급망) 이슈가 교차한 해였다. 각국은 화석연료 수급충격에 대응하느라 단기적으로 수입 다변화와 비축을 강화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핵심광물 확보로 자국 에너지 주권을 강화하는 이중 노선을 취하고 있다. 이는 “탄소중립 = 에너지안보”라는 새로운 등식이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에너지정책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3.4. 지리적 분석: 미국, 중국, EU, 중동, 아시아 등 지역별 에너지 구성 비교 및 시사점
세계 에너지 지형은 지역마다 상이한 자원 부존과 정책 방향으로 인해 에너지 믹스와 전략에 큰 차이를 보인다. 이에 주요 지역별 에너지 구성의 특징을 비교하고 그 함의를 살펴본다.
미국은 셰일자원 혁명으로 화석연료 부국이 된 선진국이다. 미국의 1차에너지 소비 구조는 2024년 기준 석유 35%, 천연가스 34%, 석탄 10%, 재생에너지 13%, 원자력 8% 정도로, OECD 평균 대비 가스 비중이 높고 석탄 비중이 낮다. 발전 부문에서는 천연가스가 42%로 최대 전원이며 석탄은 20% 미만으로 떨어졌다. 미국은 풍부한 가스와 저렴한 전력 덕에 산업 경쟁력이 있고, 에너지 자급률이 높아 안보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최근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제정해 향후 10년간 3,690억 달러를 청정에너지에 투자하며, 2035년까지 무탄소 전력 100%를 목표로 하는 등 에너지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정치적 이유로 석유·가스 산업 지원도 병행하고 있어, 2024년 석유 생산 사상 최대치 경신 등 단기 에너지 안보와 장기 탄소중립을 함께 추구하는 양상이다. 미국의 경우 자국 에너지 생산력이 뒷받침되기에 이러한 투트랙 전략이 가능하며, 향후에도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 겸 청정기술 혁신국이라는 이중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미국 사례의 시사점은 “에너지 안보 확보가 에너지 전환 추진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급이 높아 석유·가스 가격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흔들리기에, 과감한 재생에너지 투자도 국내 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논리로 추진될 수 있었다. 다만, 2025년 트럼프 2기의 수립과 에너지 전환 정책의 후퇴는 에너지 안보와 전환의 연결 고리를 끊어놓은 듯한 파급력을 이끌어 내고 있다. 미국의 에너지 경로 변경은 시장,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이자 재생에너지 생산강국이지만, 동시에 화석연료 수입에도 크게 의존하는 에너지 모순의 집합체다. 중국의 1차에너지 소비는 2024년 기준 석탄 약 56%, 석유 19%, 가스 9%, 수력 8%, 풍·태양광 5%, 원자력 2% 등으로 석탄 중심 구조가 뚜렷하다. 발전량의 58%가 석탄에서 나오고 원자력 5%, 풍력 9%, 태양광 6%, 수력 15% 등으로 구성된다. 중국은 석유·가스의 해외의존도가 높아 에너지안보 취약성이 있으며, 이를 극복하고자 자국내 석탄 생산 및 석탄발전 유지를 에너지안보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2024년에도 전력 부족을 우려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인가가 급증하여 50GW 이상이 승인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재생에너지 투자는 세계 최대 규모로 진행되어, 태양광·풍력 설비 세계 1위, 수력 1위, 원전도 매년 3~4기씩 준공 중이다. 중국은 2030년까지 비화석에너지(원자력+재생) 비중 25% 목표, 2060년 탄소중립을 표방하며 거대 시장과 제조역량을 바탕으로 에너지 전환 기술의 공급망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의 에너지 구성과 전략의 함의는 “에너지 안보(단기 석탄 확대)와 기후 대응(장기 재생 확대)을 병행하는 투트랙”이라는 점이다. 이는 중국의 거대한 규모로 인해 두 목표 모두 놓칠 수 없기 때문이며, 이러한 양면 정책이 향후 글로벌 탄소중립 달성 여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은 주요 경제권 중 가장 탈탄소화된 에너지 믹스를 가진 지역이다. 2024년 EU의 1차에너지 구성은 석유 약 32%, 천연가스 22%, 석탄 10%, 원자력 13%, 재생에너지(풍·태양·수·기타) 23% 등으로 추정된다. 전력 부문에서는 앞서 보았듯 풍력·태양광 28%, 수력 10%, 바이오 6% 등 재생에너지가 44%를 차지하고, 원자력 약 25%, 가스 20%, 석탄 15% 미만으로 낮아졌다. 특히 2024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50%에 육박하며 세계 최고 수준이고, 석탄발전 비중은 사상 처음 원자력보다 낮아졌다. 이러한 EU의 에너지 구성은 1990년대 이후 기후정책의 결과이며,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계기로 가속화되었다. EU는 Fit for 55 패키지를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55%, 재생에너지 42.5% 목표를 법제화했고, 2050년 탄소중립 법제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또한 2030년대 중반까지 석탄발전 전면 퇴출(독일 2038, 프랑스 2027 등), 내연차 판매 금지(2035년부터) 등을 추진 중이다. EU의 에너지안보 전략은 “에너지전환 그 자체”라 할 만큼 재생에너지 자립과 효율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만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수입이 아직 많아 2022년 가스위기 때 큰 어려움을 겪었고, 2024년부터는 원전 감축(예: 독일 폐로)으로 석탄·가스에 대한 과도기적 의존이 재발 가능하다는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는 세계 탈탄소 흐름을 선도하며, 탄소국경세(CBAM) 도입, 글로벌 메탄 감축, 기후외교 등에서 적극적이다. 유럽 사례는 “기후 선도정책이 곧 산업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보여주며, 재생에너지 산업 및 저탄소 기술 분야에서 EU 기업들이 혁신하고 시장을 선점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높은 에너지 비용과 산업 경쟁력 저하, 극우 정치 세력의 확장 등 에너지 전환을 어렵게 만드는 장벽들도 등장하고 있으나 장기적 투자가 장기적 효용과 지속가능성의 확대로 이어지는 흐름이 궁극적인 경쟁력을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중동 산유국(걸프국가)들은 화석연료 부국이자 수출국으로서 특수한 위치에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등은 자국 에너지 소비는 석유·가스로 100% 자급하고 대규모를 수출한다. 이들의 국내 에너지 믹스는 석유와 가스가 대부분이고, 재생에너지는 이제 막 시작 단계다. 예컨대 사우디는 발전의 40%를 석유로, 60%를 가스로 충당하며, UAE는 가스 95%, 원자력 5%(2020년 최초 원전 운전) 구조다. 그러나 최근 에너지 전환 필요성을 인식하고 태양광·풍력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 중이며, UAE는 2050 넷제로 선언, 사우디는 2060 넷제로와 2030년 50% 청정에너지 목표 등을 표방했다. 2024년 UAE는 글로벌 기후회의(COP28)를 주최하며 화석연료 부국으로서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이들 국가의 경제는 여전히 석유산업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재정수입 50% 이상)하고 있어, 탈탄소 시대에 경제다변화와 에너지정책 전환이라는 이중 도전에 직면해 있다. 최근 사우디의 Vision 2030, UAE의 에너지전략 2050 등이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수소산업을 육성하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으나, 화석연료 수요가 장기간 유지되지 않으면 경제 충격이 클 수 있다. 중동 산유국의 행보는 “탄소중립 시대에 화석자원 부국의 생존 전략”으로 볼 수 있으며, 이들의 성공 여부는 국제 에너지 공급 안정과 기후목표 달성 모두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도 및 기타 아시아 신흥국은 발전하는 ‘경제 vs 기후과제’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 중이다. 인도는 중국 다음가는 에너지 수요 성장국으로, 1차에너지 구성에서 석탄 44%, 바이오매스 22%(전통적 바이오매스 사용 포함), 석유 26%, 가스 6%, 수력·원자력·풍력·태양광 합계 2% 수준이다. 인도 전력의 73%는 석탄에서 나오며 나머지는 수력 10%, 재생에너지 10%, 원자력 3% 등이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석탄·석유 수요가 계속 늘어 2024년 석탄 소비가 4% 증가했고, 석유 수요도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2070년 넷제로 목표를 세우고 2030년까지 500GW의 비화석발전 설비(주로 태양광)를 설치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청정에너지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실제 2024년 인도는 태양광 신규 설치 세계 3위, 풍력 4위를 기록했고, 세계 4위의 신차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석탄·가스 등의 화석연료 의존이 높고 신재생 비중이 낮지만, 최근 태양광 투자 증가와 국제 금융의 석탄 투자 중단 등으로 에너지전환 압력이 커지는 중이다. 베트남은 2022년 COP26 이후 신규 석탄발전 취소 및 신재생 확대 정책으로 선회했고, 인도네시아도 2060 넷제로 선언과 함께 2030년 이후 신규 석탄발전 금지에 합의했다(국제파트너십 JETP). 아프리카와 중남미는 지역 내 국가별 편차가 크다. 남아공, 나이지리아 등 일부는 석탄·석유 중심이지만, 케냐, 에티오피아 등은 수력·지열 등 청정전원이 상당하다. 중남미의 브라질은 50% 이상을 수력·재생에너지로 공급하여 청정 비중이 높고, 멕시코, 아르헨티나는 화석의존도가 높다.
이러한 지역별 에너지 구성 차이는 각국의 정책 우선순위와 국제 협력의 방향에도 영향을 준다. 에너지 다소비 신흥국들은 경제성장이 최우선이므로 단기에는 화석연료 사용이 불가피하고, 기후대응은 선진국 지원을 전제로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선진국은 자국 내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효율 개선에 집중하면서, 국제적으로는 개도국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금융·기술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2024년 COP28 회의 등에서도 선진·개도국 간 “공평한 전환(Just Transition)”에 대한 논의가 핵심이었다. 또한 지역별 구성차이는 무역과 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줘, 예컨대 EU의 CBAM 시행은 석탄전력 비중이 높은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의 철강·알루미늄 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에너지 믹스 차이는 경제 및 외교 영역에서 “탄소조정 비용”이라는 형태로 반영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중국-EU-인도-중동 등의 주요 지역 에너지 구성 비교에서 볼 수 있듯, 각 지역의 에너지전략은 자원 여건과 정책 목표에 따라 상이하지만 상호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한 지역의 에너지 수급 변화는 국제 에너지 가격과 무역에 파급되고, 기후변화 대응에서도 공동의 목표가 요구된다. 지역별 비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첫째로 모든 국가가 처한 상황은 다르기에 에너지전환 경로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 둘째로 그럼에도 기후위기와 에너지안보라는 보편적 도전에 직면하여 국제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자원빈국이자 산업대국인 국가는 각 지역 전략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해 에너지 믹스 최적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4. 정책적 시사점
4.1. 에너지 전환과 기후대응을 위한 주요국 전략
앞서 살펴본 시장·기술·지역 분석을 토대로, 에너지 전환(탈탄소)과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주요국의 정책 전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효율 향상이 공통적인 핵심 전략이다. 미국은 IRA법을 통해 향후 10년간 태양광, 풍력, 배터리, 전기차 등에 대한 대규모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제공하여 청정에너지 투자를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 EU는 역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42.5%(2030)를 법제화하고 각 회원국별로 풍력·태양광 목표를 상향 조정했으며, REPowerEU 계획으로 러시아 가스 의존 탈피와 재생에너지 2배 확충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5개년 계획에 따라 2025년까지 풍력+태양광 1,200GW 목표를 세우고 매년 수백GW 규모의 설비를 설치하고 있다. 일본은 6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36~38%를 목표로 확대(현재 20% 미만)하고, 해상풍력 45GW(2040) 등의 목표를 수립했다. 인도는 국제 태양광동맹(ISA)을 주도하며 2030년 재생에너지 500GW를 약속했다. 이처럼 주요국 모두 재생에너지 확대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고 있고, 그 방식은 보조금, 의무할당제(RPS), 입찰제도 등 다양하지만 목표는 같다.
또한 수요 측면의 에너지효율 및 절약 정책도 병행된다. 유럽은 2022년 가스위기 시 13%의 가스수요 절감을 달성하며 수요관리의 중요성을 확인했고, 2024년에도 에너지효율 지침을 강화하여 2030년까지 에너지소비 11.7% 추가 절감을 법제화했다. 일본과 중국 등도 산업부문 에너지효율 기준 강화, 건물 단열 개선, 스마트미터 보급 등을 확대하고 있다. 이같은 수요관리와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는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안보 강화에 동시에 기여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국제 정책 공조의 핵심 분야가 될 것이다.
둘째, 화석연료 감축을 위한 정책이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석탄발전 퇴출 전략이 대표적이다. EU 20여 개국이 2030년대까지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며,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은 2030년 이전 완전 퇴출 목표를 세웠다. 미국은 연방 차원 목표는 없으나 경제성 악화로 석탄화력 절반 이상이 폐지되었고 남은 것도 2030년대에 상당수 퇴출될 전망이다. 한국과 일본도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수명 만료시 점진 폐지하되, 암모니아 혼소 등 감축기술을 시범 적용 중이다. 자동차 내연기관 퇴출도 화석연료 감축 핵심 정책이다. EU는 2035년부터 신차 판매를 사실상 전기차만 허용(탄소배출 100% 감축 기준)하도록 결정했고, 영국, 캐나다, 미국 일부 주(캘리포니아 등)도 유사한 규제를 도입했다. 중국은 강력한 EV 보조금 정책으로 신차 시장을 전기차로 재편하고 있고, 인도도 2030년 신차 30% 전기차 목표를 추진 중이다. 화석연료 생산 억제 정책으로는 신규 유전·탄광 개발 중단 논의가 있으나, 이는 산유국 반대로 국제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다만 국제금융기관 및 다자개발은행들은 석탄 등 탄소집약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철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 5대 MDB(세계은행 등)는 2024년부터 석탄발전에 대한 금융 지원을 전면 중단했고, 석유·가스는 엄격한 조건 하에서만 예외 허용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민간 투자계에도 영향을 주어, ESG 투자 활성화와 화석연료 기업의 그린전환 압박으로 나타나고 있다.
셋째, 수요관리와 전기화(electrification) 촉진이다. 이는 앞서 효율 정책과도 관련되지만, 특히 건물과 교통 부문의 연료 전환이 중요하다. 유럽과 미국은 가정용 가스보일러를 전기 열펌프로 대체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며, 유럽연합은 2029년부터 화석 연료 보일러 신규 설치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도 도시 지역 중심으로 전기 히트펌프 냉난방을 확대하고 농촌 연료를 석탄에서 전기로 전환하는 ‘촌촌통전(村村通電)’ 사업을 추진했다. 교통 분야는 전기차 외에도 대중교통 전기화(전기버스, 전기철도)와 연료전지 버스 도입 등이 각국에서 이루어지는 추세다. 또한 수요관리형 전기요금제,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피크 부하를 낮추고 재생에너지 활용률을 높이는 정책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FERC 규정을 통해 수요반응자원(DR)이 전력시장에 참여하도록 했고, 유럽은 각국에 스마트미터 보급 의무를 부과했다. 일본과 한국도 수요관리 리베이트나 절전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2024년은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러시아 가스위기로 절감한 유럽을 필두로, 수요측 솔루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한 해였다. 궁극적으로 모든 에너지수요를 전기화하고, 전기를 청정원으로 만드는 것이 이상적인 전환 경로이므로, 이런 방향의 정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넷째, 탄소중립 목표(NDC)와 탄소가격제이다. 현재 전세계 GDP의 91%가 속한 국가들이 2050 전후 넷제로 목표를 선언했고, 2030년까지 국가별 감축공약(NDC)을 UN에 제출한 상태다. 2024년에는 파리협정 시행 후 첫 글로벌 재고(Global Stocktake)가 이루어져 각국 진도를 점검했고, 대부분 목표 상향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에 따라 EU는 기존 -55%/2030 목표 유지, 미국도 –50~~52%를 재확인했다(물론, 트럼프는 2기 집권 직후 기후협약을 탈퇴했다). 중국과 인도는 아직 절대량 감축목표는 없으나, GDP 대비 감축 목표를 성실히 이행 중이다. 탄소가격제도는 기후정책의 핵심경제수단으로 확산되고 있다. 2024년 현재 전세계 73개 탄소세·ETS 제도가 운영 중이며, 배출 커버리지 약 23%, 평균 탄소톤당 가격은 25~~30달러 수준이다. EU ETS는 2024년 톤당 80~100유로의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여 탈탄소 투자 유인을 제공했고, 중국 ETS는 아직 톤당 8달러 내외이지만 2024년 범위를 전력 외 시멘트, 철강으로 넓히며 강화되었다. 한국과 뉴질랜드 등의 탄소시장은 가격이 안정적이지 못했으나 제도 보완이 진행 중이다. 또한 국경탄소조정제도(CBAM)를 EU가 2026년부터 본격 시행 예정이고, 미국도 탄소조정 수입관세 도입을 검토하는 등 국제무역에 탄소비용을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이는 탄소규제 회피를 막고 글로벌 동등경쟁의 장(level playing field)을 만들려는 시도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수출 제조업 비중이 큰 국가들에 중요한 정책적 변수다. 전반적으로 주요국들은 기후대응 정책 강도를 지속 높여가며, 2030년과 2050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을 다각화하고 있다.
다섯째, 에너지 안보 전략이다. 앞서 공급망 부분에서 논의한 것을 정책 관점에서 정리하면, 에너지 자급률 제고와 다변화, 동맹 강화로 요약된다. 미국은 에너지 안보와 동맹 안보를 연계하여, 자국은 생산을 늘리고 동맹국에는 안정적으로 공급(예: LNG 수출증대)하는 전략을 취한다. 또한 자국 주도의 에너지 공급망 동맹(예: 핵심광물 MSP)에 동맹국들을 결속시켜 중국·러시아 등에 대비하고 있다. 유럽은 안보 취약성 극복을 위해 회원국 간 에너지 연대를 강화했는데, 가스공동구매 플랫폼 구축, 역내 파이프라인 상호연결 확대, 전력망 동기화 등이 그 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인도 등이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등을 통해 중동 에너지 물류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또 한 가지, 전략비축 확대 정책이 두드러졌는데, 한국, 중국, 인도 등은 석유 비축량을 100일분 이상으로 늘렸고, IEA도 비회원국의 비축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 OPEC+ 감산으로 유가가 오르자 미국은 SPR 방출 카드를 검토하며 시장에 메시지를 주기도 했다. 종합하면, 정책적 시사점은 “에너지 안보 없이 에너지 전환 없다”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각국은 화석연료 시대에 다져진 에너지 안보 체계를 청정에너지 시대로 이행하면서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국제협력과 갈등이 교차하고 있다.
정리하면, 주요국의 에너지 정책 전략은 화석에너지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하면서,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안보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수렴되고 있다. 재생에너지·효율·전기화는 공통 기조이고, 석탄·내연기관 퇴출 등은 선진국이 선도하며, 개발도상국은 형편에 맞게 점진적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탄소가격과 무역조치가 글로벌 정책으로 부상하면서, 개별 국가의 정책은 이제 국제정책과 연동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에너지 다소비 제조강국은 국제 정책 공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면서 자국 산업 경쟁력을 지키는 균형 있는 접근이 요구된다.
5. 한국의 대응방안
5.1. 국내 에너지 정책 평가와 에너지원별 보완 방향
우리나라는 2024년 현재 에너지 다소비구조와 높은 수입 의존도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 대한민국의 1차에너지 소비는 OECD 5위 수준이며, 에너지자급률은 약 17% (원자력·재생에너지 포함 시) 또는 화석연료만 보면 5% 미만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탄소중립 2050 목표를 가지고 있으나, 2021년 기준 여전히 82%의 에너지를 석탄·석유·가스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최근, 이스라엘 – 이란 간 군사적 충돌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전체 석유 중 87%가 해당 해협을 통해 수입된다. 즉, 우리는 에너지 안보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NDC)을 위해 에너지믹스 개혁 계획을 내놓았으나, 현 정책으로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에너지원별 국내 정책을 점검하고 향후 보완이 필요한 방향을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1) 석유:
한국은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며 석유화학 및 수송 부문에서 석유 비중이 높다. 국내 정유산업은 GDP의 4%를 차지하는 수출산업이지만, 전기차 등으로 석유수요가 정체될 전망이다. 정책적으로 전략비축유 201일분 확보, 공급선 다변화(미국·아프리카산 증대), 정제 고도화 등을 추진해 왔다. 향후에는 석유 의존도를 구조적으로 낮추기 위해 교통 부문의 전기화(EV 보급 가속), 석유화학의 원료 다변화(바이오 연료, 재활용 원료 활용)가 필요하다. 또한 정유산업의 장기적 전환을 위해 정유→수소·암모니아 터미널 전환 등 사업다각화 전략을 유도해야 한다. 단기적 안정과 장기적 전환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정유산업의 장기 침체 우려가 커진 상황은 이러한 전환의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다. 산업 구조조정 혹은 산업 대전환 역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중동 정세 불안에 대응해 비상시 석유 배분 체계와 군수물자 대체 연료 확보 등 에너지 안보 매뉴얼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2)천연가스:
한국은 전량 LNG 수입국으로 세계 3위 LNG 수입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가스는 발전용 37%, 산업·건물용 63%로 소비되며, 수요가 동절기 난방으로 피크를 보이는 특성이 있다. 국내 가스정책은 장기 도입계약과 공기업(한국가스공사)의 공급 안정화 역할에 기반해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2022년 가격 폭등을 겪으며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정부는 가스 비축 의무 신설, 민간 직도입 확대, 수요관리(가정 난방온도 제한 권고) 등을 실시했다. 향후에는 국가 가스비축기지 확대, LNG 도입선 다변화(미국, 아프리카와 신규 계약), 가스발전 백업 용량 확보 등이 필요하다. 또한 수소혼입 및 암모니아 발전 시범사업을 통해 장기적으로 가스발전의 탈탄소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 가격제도 측면에서는 연료비 연동 및 요금현실화로 민간 수요조절을 유도하고, 가스공사의 미수금 문제를 해소하여 재무 건전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3) 석탄:
한국은 석탄화력 발전 비중(2022년 29.8%)이 높지만 기후대응을 위해 감축이 불가피하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총 58기의 석탄발전 중 노후 석탄 40기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예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석탄 수입량은 세계 4위(주로 호주, 인도네시아산)이고, 산업용(제철 등) 수요가 상당하다. 정부는 석탄발전 상한제약, 계절별 탄력 운영 등을 통해 석탄 이용률을 낮추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향후 2030년대 중반 석탄발전 퇴출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지역별 전력수급 안정을 위한 대체 발전(가스, 재생, 연료전지 등) 확보를 병행해야 한다. 제철 산업은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위한 기술개발 및 설비투자 지원이 필요하며, 이는 탄소국경세 대응에도 필수적이다. 또한 석탄산업 종사자의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지원해 폐광지역 경제 전환과 일자리 재훈련 등을 준비해야 한다. 석탄 발전소 대부분이 지방에 위치한 상황을 고려하면,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목표와 함께 석탄 축소라는 정책 방향은 어려움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석탄 폐지를 가스로 대체하는 방식은 2030년 초반까지 전환기의 현실적 선택일 수 있으나 그 이후에는 탄소중립이라는 정책 목표와 안정적 전력공급이라는 에너지 정책의 양 대 축을 무엇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장, ESS 보급이라는 수단이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4) 전력:
한국 전력부문은 현재 석탄 33%, LNG 29%, 원자력 27%, 재생에너지 7~8% 수준이다. 2030년 목표는 재생 21.6%, 원자력 32.4%, 석탄 21.8%, LNG 20%로 발표되었다. 그러나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 21%는 국제적 기준에서 낮은 편이며, 실제 진행 속도도 부진하다.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이 더딘 원인으로 입지 갈등, 송전망 용량 부족, 인허가 지연 등이 지적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규제 완화(예: 태양광 농지규제 합리화), 주민 수용성 제고(이익공유제), 계통투자(신재생 밀집지역 송전선로 확충) 등이 시급하다. 또한 분산자원 활성화로 전력망 부담을 줄이고, 동서발전 수소연료전지 발전, 남동발전 해상풍력 등 공기업 주도의 선도사업을 통해 초기 시장을 견인해야 한다.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의 가격 신호가 정확히 반영되도록 녹색프리미엄, REC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새로운 정부가 ‘전력망 고속도로’라는 정책 비전을 제시하였으나 이는 10년 이상의 건설기간이 소요된다. 빠르게 재생에너지를 확장하고 전력망 여건을 개선하는 문제를 5년 임기 내 해소시키는 마술 방망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해야할 일들을 빠르게 추진, 착공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 기반을 형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전력시장의 활성화와 새로운 전력 생태계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단기적 해법과 미래를 위한 준비가 모두 빠르게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5) 원자력:
한국은 2022년 윤석열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자력 활용 극대화로 방향을 틀었다. 2030년 발전비중 30% 목표를 세우고 가동연장,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등이 추진 중이다. 원전은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를 동시에 지원하는 자산인 만큼, 안전 확보를 전제로 신중한 활용이 바람직하다. 다만 고리 2호기 등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은 안전성 검증과 주민 동의를 투명하게 거쳐야 하며,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문제 해결에도 나서야 한다.
2025년, 계엄과 탄핵으로 새롭게 시작한 이재명 정부는 원칙적으로 원자력을 보조적 수단으로 천명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혹은 감원전에서 벗어나 현실적 접근으로 해석된다. 원자력 산업 생태계가 존재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몇 개 되지 않는다. 글로벌 원자력 산업이 ‘르네상스’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나 원자력 산업이 탈탄소와 인공지능발 전력수요 폭증이라는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는 점은 사실이다. 이에 원자력 산업 생태계를 보다 경쟁력 있게 만들 필요는 있다고 본다. 우선, 이번 정부는 원자력 발전 추가 건설 입지와 안전기준, 사회적 수용성에 대한 국민 전반의 여론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계는 보다 투명하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기반을 형성에 시장과 사회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또한, SMR(소형모듈원전) 개발은 국내 기술경쟁력 강점 분야로 정부 R&D와 실증투자 지원을 통해 2030년 전후 상용화와 시장의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유럽의 노후 원전에 대한 교체 수요는 수출(예: 체코, 폴란드 등)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원자력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적 수단으로 보여진다. 민관이 협력하여 차세대 원전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함으로써 원전산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6) 수소 및 신기술:
한국은 2021년 “수소경제법”을 제정하고 2040년 수소차 620만대, 발전용 연료전지 15GW 등 야심찬 수소사회 구현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2024년 현재 수소차 누적 3만대 수준, 수소 생산의 회색수소 일변도로 아직 초기단계다. 정책적으로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를 도입해 발전용 연료전지에 청정수소 사용을 의무화하고, 블루·그린수소 인증제를 시행해 저탄소 수소 시장을 육성할 계획이다. 향후 정부는 수소 공급망 구축을 위해 해외 청정수소 도입 사업(호주, 중동 등)과 국내 수전해 실증 클러스터를 지원해야 한다. 또한 수소 도시, 수소 지게차·항만 등 수소 활용처 다변화 실증을 통해 수요 기반을 넓혀야 한다. 연료전지 발전은 분산전원으로 계통보강 역할도 할 수 있으므로 도심지에 적극 도입하되, 안전규제와 주민소통 강화로 신뢰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수소에 대한 기대는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진행되는 R&D 실증이 바로 시장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수소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은 지속하되 시장, 산업적 목표는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분야에서 한국은 2030년까지 4~5개 대형 CCUS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나, 현재 상업 가동 사례는 없다. 국내 저장소 부재로 해외 탄소저장과 연계가 필요하며, 한-노르웨이, 한-중동 간 CCUS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23년 "탄소포집·저장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여 관련 인프라와 제도 정비를 시작하였다. 향후 CCUS가 산업 공정 및 발전부문 감축에 기여하려면, 탄소 저장 비용에 대한 인센티브, 배출권 거래제와 연계한 경제성 부여 등이 요구된다.
정책 평가 측면에서, 한국은 그동안 값싼 에너지 공급과 산업 경쟁력 유지에 중점을 둔 정책을 펴왔으나, 이제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도전과제를 동시 달성해야 하는 기로에 있다. 2024년까지의 정책들을 보면 일부 개선 움직임은 있으나, 여전히 재생에너지 보급속도, 에너지 효율향상 실적, 온실가스 감축량에서 목표 대비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국제비교 시 한국의 1차에너지당 탄소배출량, 산업 생산당 에너지소비는 OECD 최고 수준으로 개선 여지가 크다. 따라서 기존 정책의 실행력 담보와 함께 보완 정책 도입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 인허가를 원스톱화하고 송전망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리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며, 산업부문에는 에너지효율 투자 세액공제 상향, 설비 고효율화 지원 등을 강화해야 한다. 건물부문도 2025년 제로에너지 건물 의무화를 차질없이 시행하고 기존 건물 리트로핏에 그린팩토링 금융을 도입하는 등 속도를 내야 한다. 이번 정부가 집중해야 할 일은 ‘규모의 경제 실현과 속도를 높이는 데’ 있다.
5.2. 국제 협력 및 산업 구조전환 전략
한국의 에너지 및 기후 대응 전략은 국제 협력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한국은 주요 에너지수입국이자 제조 수출국으로, 글로벌 시장 변화에 민감하다. 따라서 다자 및 양자 협력을 적극 활용하여 에너지안보와 산업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우선 국제 에너지 협력 측면에서, IEA 회원국으로서 정보공유와 비상대응 협력을 지속 강화하고, IRENA(국제재생에너지기구), IPHE(수소경제 국제파트너십)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2024년 한국은 IEA의 탄소중립 기술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CCUS, 수소 등의 기술 개발을 함께하고 있으며, 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양자 협력에서는 에너지 자원 부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호주와는 리튬, 희토류 등의 핵심광물 공급 및 그린수소 협력을, 중동(UAE, 사우디)과는 수소·암모니아 생산 투자 및 석유 비축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력은 IRA 대응 차원에서 핵심으로, 한미는 2023년 에너지 안보 대화를 통해 원전 협력, 핵심광물 협정(한미 NCPA) 등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한국산 배터리·EV가 미국 보조금 혜택을 받도록 하고, 반대로 미국산 에너지 제품(예: LNG)의 안정 조달이 가능하도록 윈윈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과는 기후변화 공동 대응과 동시에, 태양광·배터리 공급망에서의 건전한 경쟁과 협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최근 미중 갈등 속 한국 배터리기업들은 핵심광물 공급선 다변화를 추진 중이며, 정부도 한-캐나다 핵심광물 MOU, 한-인도네시아 EV 협력 등을 통해 중국 의존을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다.
탄소 국경조정제(CBAM) 대응도 우리 산업계의 시급한 과제다. 2023년 10월부터 EU CBAM이 시범 시행되어 한국 철강·알루미늄 등 수출기업은 탄소배출 보고를 해야 한다. 2026년부터는 실제 비용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산업계와 협력해 탄소중립 산업전환 펀드 조성, 저탄소 기술 지원,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탄소인증 체계 구축 등을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철강의 수소환원제철 전환에 기술개발비 지원과 인프라(수소공급 등) 조성이 필요하고, 시멘트 업계의 혼합재 사용 확대 및 CCUS 적용에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무역상대국과의 탄소가격 연계 협상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이 탄소비용을 내부화하는 만큼 이를 상계하는 협정을 맺어야 산업경쟁력을 지킬 수 있다.
국내 산업구조 전환 측면에서는,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효율 혁신과 신산업 창출이 핵심이다.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시멘트 등 국내 주력산업들의 에너지소비·배출을 줄이지 않고서는 NDC 목표 달성이 어렵다. 다행히 이들 기업이 자체적으로 2050 넷제로 선언을 하고 공정 전환을 모색 중이다. 정부는 산업별 탈탄소 로드맵 이행을 뒷받침하고 애로사항(전력망 확충, 수소·암모니아 가격 등)을 해소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P-APT) 실증에 필요한 대규모 그린수소 공급 및 전력 확보를 지원하고, LG화학의 전기분해·바이오원료 전환 노력에 정책적 인센티브(탄소감축 인증 이용 등)를 주어야 한다. 동시에, 에너지전환으로 성장할 신산업 분야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한국은 2차전지, 수소연료전지, 해상풍력, 스마트그리드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잠재력이 있다. 정부가 2023년 발표한 국가첨단전략산업(배터리 포함) 육성 정책,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등을 차질없이 집행해 관련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 이를 통해 화석연료 관련 산업 일자리가 감소하는 만큼 신산업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이룰 수 있다.
끝으로, 국민 인식과 참여도 한국의 에너지전환 성공의 열쇠다. 아직 에너지 가격의 왜곡(과도한 산업용 교차보조, 낮은 전기·가스요금 등)으로 절약 유인이 부족하고, 지역 주민들은 발전소나 송전선 설치에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에너지 요금 현실화로 시그널을 바로 잡고,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또한 재생에너지나 핵폐기물 처분장 등과 관련해 공론화와 이익공유제를 강화해 지역 수용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한국이 나아갈 길은 “에너지 다소비·수입 대국”에서 “에너지 고효율·청정 강국”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와 산업계의 혁신, 그리고 시민사회의 지지가 삼위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6. 결론
2024년 세계 에너지 통계 리뷰를 바탕으로 살펴본 2024년 에너지 시장과 정책 동향은, 에너지 전환과 안보가 맞물린 복잡한 양상을 보여준다. 화석연료 수요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성장률은 둔화되어 정점에 근접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은 전력부문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충격은 국제 에너지 무역 지형을 재편하고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이에 주요국들은 화석연료 공급망을 재정비하고 한편으로 청정에너지 투자를 가속화하는 이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기술 혁신은 배터리 저장, 수소, CCUS 등 분야에서 미래 탈탄소 사회의 토대를 놓고 있으나, 상용화와 비용 저감에는 여전히 도전이 남아 있다.
이런 전환기에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 재생에너지 및 전력망 확대, ESS 확충으로 에너지 시스템을 저탄소 전기 기반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기후대응을 넘어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유지에도 필수적이다. 둘째, 재생에너지, ESS, 전기차뿐만 아니라 원자력, CCUS, 수소 등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하여 과도기적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면서 장기 탄소중립을 준비해야 한다. 한국의 2050 탄소중립 달성에는 모든 기술의 조화가 필수적 역할을 할 것이다. 셋째, 국제 협력과 외교력을 강화하여 에너지 자원과 핵심 광물 확보, 그리고 해외 감축사업 등에서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한국이 최근 체결한 미국·호주 등과의 핵심광물 협약은 좋은 출발이며, 향후 기후금융 공여나 기술지원으로 개도국의 전환을 돕는 노력을 통해 국제 위상도 높일 수 있다. 넷째, 탄소국경세 등 무역변화에 선제 대응하여 수출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오히려 친환경 제품 경쟁력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계의 저탄소 혁신에 과감한 지원과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전환은 산업 구조와 국민 생활 방식의 전환을 수반한다. 석탄화력의 단계적 폐지, 내연기관차의 EV 대체, 에너지다소비 산업의 재편, 국민의 절약 실천 등 사회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는 어려운 과제이나, 명확한 비전과 사회적 대타협, 지속적 정책추진이 있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 2024년의 여러 경험 – 유럽의 에너지절약 성공, 중국의 재생에너지 투자, 미국의 정책 드라이브 – 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한국은 높은 화석연료 비중과 전환을 최대한 뒤로 늦춘 지난 정책들의 여파로 해야할 일은 많고 어려움은 큰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큰 변화는 어렵겠지만 10년을 둔 거대한 전환은 가능하다. 어렵지만 해야 하는 시장 개혁과 인프라 구축의 노력과 단기적 효능감을 얻을 수 있는 정책들간의 균형이 필요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를 높이는 데 있다. 다만, 감당해야 하는 비용을 어떻게 억제하며 ‘속도’를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크며, 여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링크
https://www.energyinst.org/statistical-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