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아닌 것 같아
아픈 팔목 부여잡고 열심히 랩탑을 두드리며 숙제하는 중에
'까똑, 까똑' 소리가 난다.
누구냐 바쁜데.. 하고 보니 큰아들이다 !
'엄마 나 애기때 사진 좀 보내줘요. 졸업식 때 쓴다네..ㅎ'
아들이 원하는 일은 뭐든지 하지.. 엄마는..
하던 숙제 멈추고 갑자기 아들놈 어릴 적 사진 찾아 지하로 달려갔는데
정리가 안된 내 서랍속에서 아들의 온전한 사진을 찾을 수 가 없었다.
지하에 있는 책상 서랍 한곳에 뭉텅이로 넣어 두었는데
손목이 아파 한장한장 열어보지도 못하겠고
시간도 없고..
내가 생각하던 사진은 더더욱 찾을 수가 없었다.
여기 저기 이사한다고 어떤 건 한국 시댁에 있고
어떤 건 엄마 집에 있었던 기억이 나길래
엄마가 사시던 한국.. 엄마 방에 있던 사진들을 유품으로 미국으로 가져 온
그 보따리 상자를 열어보았다.
애들 사진들, 내 사진들.. 액자들
애들과 함께 찍은 사진 속의 엄마의 얼굴이 보인다.
우리 아이들 키우며
그래도 그 시간들이 살면서 가장 행복했다고 했었는데
난 그말도 믿지 않았다.
돌아가신 이후로 열어보지도 않았던 보따리 속에는
몇 장안되는
내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사진도 있었다.
우선 바쁘니 아들 애기 때 사진만 몇장 골라 찍어 카톡으로 보내주고는
대충 원래대로 넣어놓고
다시 숙제한다고 책상에 앉으니..
엄마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그동안 나는 엄마를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엄마를 꿈에서 만났는데
'엄마 이젠 안아파..?' 하고 나는 묻고 있었다.
'응..'
그날 그 꿈속에서 울었던 기억이 마지막이었고
그 이후론 엄마 꿈도 안꾸었다.
아직은 엄마 라고 부르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엄마' 라고 부르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래도 용기내어 편지라도 써보려고 했다.
자신있게 '엄마에게..' 라고 쓰니
뜨거운 눈물부터 솓구쳐 올라
랩탑 화면이 흐릿해진다.
아직은 아닌가 보다.
아직은 아닌거 같아...
하마터면 엄마에게 편지를 쓸 뻔했다
아직 너무 아픈 내 마음도 모르고..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울지 않고 편안하게 엄마를 생각할 수 있을 때
엄마를 부를 수 있을 때..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오겠지.
(그림출처 :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