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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독백 17화

가시나무 같았던 나

자기분석의 틀

by 조앤

가시나무 (하덕규)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이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가시나무 같았던 내가

2년전 상담 실습 첫 학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상담실습 전 필수로 거쳐야 하는 자기분석의 틀, 몇가지 심리검사를 받았다.


있는 모습 그대로 나를 바라볼 수 있다면

내가 받아 든 결과와 해석표만 보면 이러한 나의 모습을 가지고 상담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우울, 불안, 불안정애착 등 폐쇄적이고 방어적인, 자신도 타인도 신뢰하지 못하는 내가 나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찾아 올 아픈 내담자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어떻게 나를 힘입고 자신의 어려움을 견딜 수 있도록 내 안에 담아줄 수 있을까?


좋은 상담자가 되어야 한다는 나의 강박과 불안이 내담자에게 전달되어 더 힘들게 하진 않을까?지속성 우울장애에는 약을 복용하면 좋아진다는 것을 배웠으면서도 선뜻 약을 복용하지 못하는 내가 우울증세로 시달리는 내담자에게 약물복용을 병행하며 상담치료를 받으라 권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한편엔 이런 상태의 내담자가 있다면 그를 진심 공감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가 왜 항우울제를 복용하기를 힘들어 할지를 나는 백 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상담이란 ‘공감’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나는 슈퍼비젼을 감당할 수 있을까? 끈임없이 잘 하고 있다는 확인을 받길 원하고 격려를 받아도 불안하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때문에 열심히 하다가, 그동안의 많은 격려와 칭찬은 다 잊어버리고, 내담자의 반응 하나 혹은 교수님의 직면 하나에 자신에 대한 무력감과 무능함에 곧장 파국을 경험하곤 스스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나는 견뎌낼 수 있을까?


나는 내담자를 만날 때 내담자보다 더 긴장할 것 같다. 긴장하다가 아마도 난 온 몸이 아플거다. 난 마음이 힘들면 항상 몸이 아프다. ‘어떻게 불행이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하는 ACE 평가지의 발견이 놀라울 뿐이다. 장기적인 만남이 되면 난 경계선을 잘 세우지 못할 것이고 에너지를 곧 소진한 후에 번아웃을 경험할 것 같다.

이것이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이다.


셀프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떻게 상담자로서 설 수 있을까? 나의 심리검사 분석표를 통해 상담자로서 나의 어려운 부분들은 여전히 ‘나’ 이면서 나의 공감을 기다리는 나의 파트들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IFS이론을 나는 좋게 생각한다. IFS는 우리 마음의 다양성을 말하며, 심리적인 어려움을 비병리적 관점으로 본다는 것이 나에게 나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로 다가온다. 나의 어려운 마음들이 극단화 된 나의 파트들이며 그 어느 한 부분이 다 내가 아니라는 것, 처음부터 내게 있었던 나의 셀프의 존재가 있으며 내 안의 나 와 내 외부의 하나님을 알 수 있는 영적인 존재라는 것을 IFS에서의 핵심으로 말하는데 이것은 그동안 나의 신앙적인 고민들을 많이 가볍게 해 주었다.


심리검사는 상담자 자신의 미해결과제를 발견하는 데, 자신안에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상담자로서 내담자에게 심리검사를 제안하는 것은 내담자와 잘 소통하며 내담자도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도구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모로

가시나무와 같았던 내가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달라 지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런치와 같이 치열한 곳에서

내가 포기하지 않고

아직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다.


브런치는 나를 훈련하기 좋은 곳이다.






(그림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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