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6월 초에 있을 석사 졸업식에 참석을 안한다고 했다가, 한다고 했다가, 다시 안한다고 했다가..결국 한다고 4번이나 번복했다. 사연인 즉슨
첫번째 안간다고 한 이유는 당연히 머.. 아직 박사과정도 까마득히 남아있는데 석사졸업식에 굳이.. 하는 마음이 들어서 안간다고 했는데
둘째 아들이 내 졸업식에 맞춰 휴가내서 같이 가 주고 여행경비도 대겠다면서 아빠랑 셋이 가서 엄마의 석사졸업을 축하하자고 했다. 곧 장가갈 아들의 그 마음이 고마와서 좋다고 해놓고 학교에 다시 연락을 해서 신청기간이 지났는데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하길래 그래서 그럼 참석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며칠동안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가족들이 나 때문에 별로 중요해 보이지도 않은 내 졸업식에 시간과 돈을 들여 여행해서 참석하는 일이 너무 너무 부담도 되었고 차라리 아들한테 그 여행경비로 쓸 돈을 내 다음학기 박사과정 등록금에 좀 보태 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Mother's day라고 아들이 뜬금없이 먼거리를 달려왔기에 .. 큰 맘먹고 말을 꺼냈다. 아들에게 말을 꺼내 놓고 보니 약간은 서운한 기색을 보였으나 아들이 그래주겠다고 해서.. 또 학교에 연락해서 너무너무 미안하지만 졸업식에 못 간다고 했다. 그 경비로 다음학기 등록금을 하기로 했다고.. 주저리주저리 설명까지 하면서 미안하다고 못 간다고 졸업장이나 보내달라고 했다.
이대로 시간 만 지나가면 되는거 였는데.. 졸업식 2주 남기고 지도교수님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죠앤.. 네가 이번에 모든 졸업생 중에 수석이다. 졸업식에 안 온다고 했다는 데 꼭 참석해 주면 좋겠다.. 오늘 까지 확답해 다오. 우리 과의 자랑이다. 꼭 왔으면 좋겠다..' 그 한마디에 나는 아들에게 다시 연락해서 이만저만해서 발레딕토리안이 되었다고 하니 아들이 너무너무 좋아하면서 아빠랑 꼭 같이 가자고 한다.
그래서 결국 간다. 졸업식장에. 수석졸업자라는 한마디에 혹 했다. 내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다..ㅠㅠ
후회스러운 마음이 몰려온다. 고등학교 졸업식도 아니고 석사 졸업 뱅큇에서 수석졸업이 뭐 대단한 일이라고 난 간다고 했을 까.. 아들이 비행기표도 끊고 며느리 될 아이도 늦게 합류한다고 하고 에어비엔비도 예약했고 차도 렌트를 했다고 못을 박는다. 빼도 박도 못하고 가야한다. 수석이란 말에 정신이 팔렸었다. 여행경비로 학비 좀 보태달라고 했었는데.. 물거품이 되었다.
그래서 다음 학기 부터 나는 학비때문에 휴학을 하려고 생각중이다. 펀드도 못받으면서 내돈내산 박사를 하는 것은 확실히 어렵다. 아들들에게 부탁하기도 미안하다.
내 나이 박사학위는 비용과 노력대비 현실이 아닌 것 같다고들 했다.
이번 졸업식 참석과 바꾼 다음학기 등록금 보조 무산으로 '휴학하는 일'을 결정하며
슬퍼하는 나를 진심으로 위로한다.
(그림출처 :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