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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독백 20화

내 어린 날의 모자이크

큰 모자를 쓴 쟌느 에뷔테른의 초상화

by 조앤

중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멀리 적선동 까지 통학을 했고

콩나물 시루같은 버스를 타고 다녀야 했던

그 학교가 좋았다.


어느 날인가 학교에서 전교생 그림 백일장이 있었는데

난 미술 책속의 모딜리아니의 그림 하나를 골라

종이로 색을 내어 모자이크를 만들었고..

그 그림은 유명한 '큰 모자를 쓴 쟌 에뷔테른의 초상화' 였다.


난 나도 모르게 그 그림에 이끌려

도화지에 연필로 비슷하게 그리고

잡지책을 찢어 색종이로 사용했다.

스케치한 도화지 위를 풀칠로 범벅하며

잡지책에서 찢어 낸 종이들을 5미리정도로 작게 오려서

몇 날동안, 오랜 시간 앉아서

얼굴을 표현하고 눈을 표현하고 입술과 모자와 머리와 옷을 붙여나갔다.

당시에 사진을 찍어둘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


백일장에서 큰 상은 아니지만 난생처음으로

가작이란 상을 받았다.

14살의 나는

가작이라는 것은 앞으로 더 잘할 가능성이 있어서

주는 상이라고 이해했었다.

기뻤다.

처음으로 나 자신에 대해

나도 뭔가를 잘 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했었고..


어린 나의 눈에 비추인 모딜리아니..

어둡고 절망적인 삶을 살다가

자신의 사랑하는 잔 에뷔테른의 초상화에

눈동자도 그려넣지 못하셨던 분..

모딜리아니는 대부분의 작품에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 눈동자가 없는 특이한 그림에 이끌려

어린 내가 종이를 오려서

그 그림을 모자이크로 만든 것이

아직까지도 강력한 기억으로 남아있는걸 보면

나도 조금 특이하긴 했다..


마음이 텅 빈 것 같았던 내가

그림속의 여인을 나와 동일시 한것 은 아닐까..

몇 안되는 어린 나의 빛났던 기억의 한 줄기에서

나의 슬픔을 표현한 그 모자이크 작품이 그립다..










(그림출처 : 구글이미지- 모딜리아니 '큰 모자를 쓴 쟌 에뷔테른의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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