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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서류가방 살리기

우리의 대화도 살리기

by 조앤

남편의 오래된 가죽 서류가방에 어깨끈을 거는 고리를 붙들어 주는 부분이 찢어져서 가방을 멜 수가 없다고 했다.

구레~? 흠~ 이래봬도 나는 손바느질로 인형을 만드는 사람아니요.. 까잇꺼~ 바느질이라면 내가 좋아하니 오늘 낼 시간내서 꿰매드리리다 했다. 작은 아들이 쓰던 방을 내가 공부하는 방으로 쓰고 있는데, 그 방엔 온갖 바느질 도구도 많다. 슬그머니 끈떨어진 가방을 가져다 놓았길래 나도 작정하고 재봉틀 앞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재봉틀은 안될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옵션들을 비교해 보았더니

1) 내 재봉틀 : Singer에서 제일 싼 것을 샀기에 가벼워서 덜덜거리니 바짓단 줄이는 데나 쓸 수 있다.

가죽제품엔 택도 없다.

2) 손바느질 : 인형 만들때 쓰는 완전 길고 튼튼한 바늘이 있다. 그런데 내가 그 바늘로 가죽을 뚫어 바느질을 하려다가 내 손가락이 뚫어질 우려가 있다.

3) 아마존 : 가방을 새로 산다. 그러자니 다른데는 멀쩡한 가방을 버리기엔 좀 아깝다.


2번 손바느질로 결정하곤..커다란 바늘에 실을 끼웠다. 우와.. 가죽에 바늘을 생으로 찌르는 일은 무지막지하게 힘들다. 일단 헤어진 가죽을 잘 정렬해서 찢어진 부분을 이리저리 바느질로 묶어주고 가죽이 찢어지면서 빠진 쇠고리를 다시 중간에 끼워가지고 고리와 가죽을 묶어주는 일이 나의 목표였다. 그러나 바늘이 안 들어 갔다. 바늘을 한 5mm 정도만 나올 정도로 안간힘을 써서 찔러 넣은 다음 수술실에서 쓰는 Forcep으로 붙잡아 바늘을 잡아 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인형을 만들다 보면 이런 저런 많은 도구들이 필요했는데 오늘 요긴하게 썼다

그런 와중에 바늘이 하도 안들어가서 무력으로 찔러 넣다가 바늘귀에 내 손가락이 몇 번 뚫렸다.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정말 아팠고 피가 흘렀다. '아구 아파라..ㅠㅠ 그냥 하나 새로 살 걸.. 괜히 한다고 했네...' 하다가 그래도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아서 어찌어찌 마무리를 했다.

나름 피흘리며 땀흘리며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 튼튼하게 잘 되었다. 뿌듯했다. 이 남편이 좋아할 얼굴이 떠오르며 '와~ 이걸 어떻게 했어!! 역시 최고야' 라고 칭찬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잠시 후 거라지 문이 열리고 남편이 오는 소리가 들리며 드디어 내 방문을 빠꼼히 열고 '뭐해~?' 한다.

난 아무말 없이 고개짓으로 자랑스럽게 우쭐해서 가방을 가르켰다.

'어~ 고쳤네.. 아 여길 좀 튼튼하게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했나..?'

엥~? 내가 듣고자 한 말은 이게 아니었는데....

나 : '아니 뭐라고.. 난 손가락 찔려 가면서 열심히 해주었더니.. 뭐야 고맙다는 말도 없이.. 더 잘해야 했다고??" (의도치 않게 자동적 사고와 함께 내 목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남편 : 아니.. 아이구 왜 손가락에 피흘려 가며 했냐구... 뭣하러 했어 그렇게 힘들게..

나: '아이구 이 사람은 도대체가 .. 말을 할 줄 모른다니까..'

남편: 허허 또 시작이네 그 뜻이 아니구.. 아니 상담 공부한다는 사람이 매일 왜 그래..

나 : '모라구..?'


이것은 패턴이었다. 우리 부부가 소통하는 역기능 적 패턴 말이다.

이러다가 난 삐지고 남편과 말 안하고 남편이 미안하다 할 때까지 ... 담을 쌓고.


난 갑자기 정신이 들어서 " I Message"를 했다.

'난 내가 가방을 애써서 고친 것을 당신이 보면 잘했다고 칭찬해주길 기대했는데 그런 말이 아닌 것 같아서 섭섭했어..'

'아 난 그게 아니고 손가락 다치면서 힘들게 해서 미안해서 그랬지..'

'손가락은 괜찮아. 나는 당신이 내가 한일에 크게 칭찬해주면 정말 행복함을 느껴'


말하는 방법을 새로 배워야 했다. 속이 답답할 정도로 느리고 듣는자나 말하는 자나 익숙하지 않은 방법이었다. 그래도...내가 바라는 것을 말로 잘 표현하기를 이제라도 연습해 본다.

우리의 순기능적인 소통을 위해서 ...

끈떨어진 가방이

피땀 흘린 노력끝에 다시 기능을 찾았듯이

역기능적인 우리의 대화와 소통방법도

순기능이 되려면

애쓰고 작정하고 노력해야

좋아지겠지..


어쨌거나..

그 가방은 그런대로 한 몇 년은 더 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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