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때가 있었네...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내가 어릴 적 살던 집 뒷마당에는
텃밭이 있었다.
지금 남편이 애지중지하는 커뮤니티 밭보다도 컸다고 느꼈다.
거기에는 가지와 고추나무가 있었고
토마토도 있었다.
그 밭은
겨울엔 작은 언덕처럼 된 곳에 눈이 얼어붙어서
거기서 나뭇조각을 깔고 썰매를 탄 것 같기도 하다.
맑은 여름 날 밤엔
그 밭옆에 돗자리를 깔고 마당에 누워 하늘의 별을 보고
나의 별도 저기 어디쯤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거기가 내 세상의 전부 였다.
너무나 커 보였던 곳…
기쁘기도 했고 슬프기도 했던 곳.
어느 날 찾아간 그곳은 너무나 너무나 작아져 있었다.
지금 남편 밭의 한 귀퉁이 정도.. 네 걸음도 안될
이렇게 작은 곳이었구나
아니 거기에 살았던 내가 그렇게 작았었던 거구나
내가 작아서 그래서 그때 일어난 일들은
내게 너무나 큰일들로 다가왔던 거구나
작은 내가 담기에는 너무나 컸던
그쯤은 아무 일도 아니라고 여겼던…
쉽게 못났다 Naming하고
쉽게 무시하고 쉽게 으름장을 놓았던…
너무나 컸던 엄마
마음이 아팠던 엄마
그 시간에 얼어붙은 내 마음.
에게… 이렇게 작은 곳이었어..? 헛헛하게 지금 웃듯이
에게.. 그렇게 작은 일이었는데.. 그거 때문에 난 아직 얼어 붙어있네..
얼어붙은 나를 알아주고 안아준다.
그 밭은 엄마가 가꾼 밭이 아니었다는 것을 최근에 언니한테 들었다.
아버지가 애지중지 가꾼 밭이었단다.
그래서 난 거기서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노래를 불렀던 거였구나
그래서 그 노래만 들으면 눈물이 난거구나
생각해 보니
그 곳이 커다란 세상이었을 때
난 거기서
한 여름 밤의 멋진 별들도 보았고
저물도록 남동생과 동네 아이들과
딱지치기하고 멋지게 나무 칼 싸움하던 재미난 날들도 많았었네..
지금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은
그래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았다는 거네..
주로 슬펐지만 매일 슬프지만은 않았다는 거네..
엄마를 사랑했지만, 엄마의 사랑이 그리웠지만..
늘 내게서 멀었던 엄마의 마음
엄마는 그만큼 힘들었던 것이다.
아.. 오늘은 힘들었던 것은 엄마의 슬픔이었을 뿐
매몰차게
더 이상은
그 슬픔을
내가 껴안고 살지 말자고
불가능해 보이는
다짐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