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속 깊은 뿌리로...
바람 경보가 떴다.
오늘 아침 부터 무시무시한 바람이 불더니
밤 12시가 넘은 지금까지 세차게 불어댄다.
버텨야 하리...
봄이 오기전에 반드시 겪어내야 하는 세찬 바람을
이 바람에
인터넷이 끊기고
전기가 끊긴다는 경고도 함께 왔다.
아니나 다를까
전기도 끊겼다 들어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인터넷 모뎀도 끊겼다 이어지고..
얼마나 바람이 센지 집 전체가 들썩 거리는 것 같다.
집 뒤뜰에 있는 아름들이 나무들이
하늘 높이 휘어져 자라있는데
바람만 불면
겁이난다.
오늘도 잘 넘어가야 할텐데..
지난 번 바람엔
뒷집 옆에 옆에 집의 나무가 바람에 쓰러졌다.
쓰러지면서 맞은 편 집의 지붕을 내리쳤다.
지붕이 완전히 부서진것을 보았다.
우리 집 나무가 올 해도 무사하기를
안전하게 버틸 수 있기를 기도하게 된다.
다른 집보다 우리 집 나무 숫자가 너무 많다.
나무가 많아서 아름답기도 하지만
치러야 할 댓가가 언제나 만만치 않다.
집보험을 들때 나무 갯수도 일일이 세서 포함해야 한다.
봄에는 강바람에 나무가 뽑힐까 행여 부러질까봐 걱정이고
여름에는 햇빛을 가리니 잔디에 이끼가 퍼진다.
가을에는 낙엽이 너무 많이 떨어져서 치우느라 죽을 것 같이 힘들고
겨울에는 나무에 둥지를 틀고 사는 다람쥐 떼가
여름 내 숨겨놓은 도토리를 찾는다고 약해진 잔디를 다 뒤집어 놓는다.
어쩌겠나...
나무가 올해도 그저 잘 버텨주길 바랄 수 밖에
바람이 불어야 봄이 오더라
나무의 뿌리가 깊으면 잘 버텨준다.
버틴 나무들은
그 바람으로 인해 지난 가을에 떨구지 못한 잎새들을 다 떨구고
봄에 새 잎을 내놓을 준비를 하는 것 같다.
낼 모레 계속 바람이 예고되어 있다.
추위도 영하 15도가 넘는다.
이러다가도 봄은 오겠지..
뿌리가 깊은 마음도
바람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야
누군가의 사랑으로 깊게 뿌리를 내린 마음은
바람에 크게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뿌리가 뽑혀서 넘어지고
나도 너도 힘들게 하던 내 마음이
이제는 이 나무들 처럼 견뎌보기로 한다.
봄이 오려면 견뎌야 한다기에
이 바람으로 인해
내게 있었을
지난 가을에 떨구지 못한 낙엽들을 떨구며
새로 돋아날 봄날의 기운을 기대하며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