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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다시 길 위

by 로도스로

“하지만 법은 사회에 적용되는 보편타당한 규범이므로 객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또한 법이란 공평무사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가급적 모든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고에게 딱한 사정이 있다는 건 충분히 공감하나, 그렇다고 하여 법원이 법에서 허용한 해석의 범위를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재판장은 계속 말했다.

“법원은 법에서 정해진 대로 해석을 할 뿐이고 새롭게 법을 창조할 수도 없고 창조해서도 안 됩니다. 임대주택법에 따라 우선분양권을 가지는 사람은 임차인인데, 이때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임대차계약서에는 분명히 피고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피고는 법적으로 임차인이 아닙니다. 결국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를 원고에게 인도해야 합니다.”

재판장이 길게 설명하긴 했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랬다.

- 계약서에 다른 사람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피고는 임차인이 아니고 아파트를 비워줘야 한다.

처음부터 계약서 기재가 문제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결국 끝까지 계약서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고혁두는 한숨을 토해냈다.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였지만, 그래도 기대를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대는 실현되지 못했다.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패배였다.

고혁두, 심정순, 김선경은 고깃집에 앉았다.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아 분위기는 무거운 편이었다.

“좋은 결과를 안겨 드렸어야 하는데, 결과가 이래서 면목이 없습니다.”

“아닙니다, 변호사님! 변호사님께서는 정말 최선을 다하셨어요.”

김선경이 고혁두에게 위로를 건넸다.

“저도 딸아이와 생각이 같습니다. 변호사님!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변호사님이 아니었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텐데, 그래도 변호사님 덕분에 이것저것 다 해 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심정순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고기를 먹던 중 김선경이 질문을 던졌다.

“이건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건데요, 이걸로 재판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죠?”

“물론입니다. 우리나라는 3심제이니 원하시면 항소를 할 수 있습니다.”

“항소를 하면 2심에서는 결과가 달라질까요?”

“희망적인 답변을 원하시나요, 객관적인 답변을 원하시나요?”

고혁두는 즉답을 하는 대신 다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그 질문에는 2심 재판을 하더라도 결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대답이 이미 포함되어 있었다.

“2심을 가더라도 뒤집기는 어렵겠군요.”

이어서 심정순이 입을 열었다.

“그만하면 되었어요, 변호사님. 솔직히 말해서 판결에서 이기길 바란 건 맞지만, 이기지 않더라도 별로 상관없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변호사님께서 재판에서 다 해 주셔서 어찌나 가슴이 시원하던지요. 그걸로도 충분합니다.”

“저.... 제가 걱정할 문제는 아닌지 모르겠지만, 만약 아파트에서 나가시면 지낼 곳은 있으세요?”

고혁두가 묻자 김선경이 대답했다.

“저희 집에서 같이 지내면 되죠. 제가 모실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너희 집에서 지내라고? 정 서방과는 이야기해 봤어?”

김선경의 집은 방이 2개인 아파트였다. 그 집에는 총 4명, 김선경과 남편, 시어머니, 아들이 살았다. 부부가 함께 방을 쓰고 다른 방에 아들과 시어머니가 함께 생활했다. 아들은 어릴 때만 해도 큰 불만이 없었는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할머니와 함께 방을 쓰는 게 싫다는 기색을 내비쳤다. 심정순은 김선경의 그런 사정을 빤하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자신까지 몸을 의지하면 집은 더 복잡해지고 가족들의 원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리고 그건 자신의 딸이 더 힘들어진다는 걸 의미했다. 딸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는 없었다.

김선경이 먼저 집으로 돌아가고 심정순과 고혁두 둘만 남았다.

“변호사님은 이제 어디로 가세요?”

“글쎄요. 저야 뭐, 떠돌이 인생이라 발길 닿는대로 가려고요.”

“변호사님! 이미 충분히 폐를 끼쳐서 염치가 없지만 이왕 폐를 끼치는 김에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될까요?”

“무슨 부탁인가요?”

“그게...”

심정순은 약간 뜸을 들였다. 그만큼 입을 떼기가 어려운 모양이었다.

“혹시 변호사님 가시는 길에 제가 함께 동행해도 될까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의외의 이야기에 고혁두가 화들짝 놀랐다.

“변호사님 같이 훌륭한 분에게 어떤 사연이 있어 한 곳에 거처하지 않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죠. 중요한 건 변호사님이 곧 길을 떠나려 하고 있고, 저 역시 여행을 할 예정이라는 겁니다. 생각해보니, 칠십 평생 살면서 먹고 사는 일에 급급해서 제대로 여행도 못하고 지냈더라구요. 변호사님 혼자 다니시는 게 훨씬 편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옆에서 말동무라도 해 드리면 훨씬 덜 적적하지 않을까요? 제가 특별히 할 줄 아는 건 없지만 변호사님 옆에서 사소한 일은 도와드릴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음식도 웬만큼은 할 수 있고요.”

고혁두는 생각에 잠겼다.

“저는 정확한 행선지를 정해 놓고 여행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이곳저곳 떠돌고 있는 중입니다. 어디로 갈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원래 인생은 예측하지 못하는 일 투성이더라구요.”

“잠자리가 불편하고 먹는 것도 시원찮을 수 있습니다.”

“그런 건 전혀 상관없습니다.”

심정순은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이건 변호사님께만 말씀드리는 건데요....”

심정순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고혁두는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리고 나서는 뭔가를결심한 듯 드디어 입을 열었다.

“같이 가시죠.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았다.

사흘 뒤, 고혁두는 심정순의 짐을 차에 실었다. 필요한 세간 살림이라는 건 별게 없었다. 원래 짐이 별로 없기도 했지만 차를 타고 이동할 계획이라 많이 챙길 수도 없었다. 옷과 세면도구 정도가 전부였다.

“재판 때도 변호사님께 신세를 많이 졌는데, 이렇게 부담을 안겨 드리게 되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네요. 제가 어떻게든 어머님을 잘 모셨어야 하는데...”

심정순의 옷을 뒷좌석에 싣던 김선경이 말했다.

“훌륭한 동행이 생겨서 저도 좋습니다.”

“면목 없지만 저희 어머님 좀 잘 부탁드릴게요.”

“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김선경은 두 사람이 탄 차가 멀리 사라져서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변호사님 어디로 갈 계획이세요?”

심정순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강한 빛이 고혁두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예전에 본 적이 있던 하얀빛이었다. 차 안에 가득했던 빛은 이내 사그라들었다.

“조금 전에 빛 보셨어요?”

고혁두가 물었다.

“무슨 빛이요?”

심정순이 되물었다.

“방금 아까 엄청 강한 빛이 이 차에 가득 했다가...”

설명을 계속 이어나갔지만, 심정순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반대편 차량 헤드라이트를 보고 제가 착각했나 봅니다.”

이걸로 휴대폰의 하얀빛은 고혁두에게만 보인다는 게 확인되었다. 이상한 빛을 뿜어내는 것도 이상한데 특정인에게 빛이 보인다고? 이래저래 보통 휴대폰이 아닌 건 분명했다.

고혁두는 차를 잠시 갓길에 세우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이번에도 역시 바탕화면이 바뀌어 있었다. 이번엔 산을 찍은 사진이었다. 휴대폰 바탕화면 속 사진은 고혁두의 다음 행동을 알려주는 이정표 역할을 했다.

‘이곳은 어딜까?’

저번에는 청남대라는 특징적인 건물이 있어 어딘지 알아보기 쉬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우리나라 국토의 70%가 산이기 때문이다. 고혁두는 사진을 유심히 살펴봤다.

그랬더니 산의 특징적인 모습이 보였다. 사진 속엔 수직으로 솟아오른 굵은 돌기둥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마치 돌로 된 빌딩이 우뚝 솟은 모습 같기도 했고, 여러 개의 김밥이 세로로 줄지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혹시 사진 속에 있는 곳이 어딘지 아세요?”

행여나 하는 기대를 안고 심정순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디더라? 얼마 전에 ‘6시 내 고향’에 나왔던 곳인데... 아 맞다, 생각났어요.”

“어딘가요?”

“광주에 있는 무등산이에요.”

심정순의 대답을 듣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무등산이 맞았다. 특이한 돌기둥은 고온의 용암이 분출한 후, 지표에서 냉각되는 과정에서 수축하여 다각형으로 갈라지면서 형성된 주상절리였다.

“다음 행선지는 광주가 어떨까요?”

“좋습니다, 변호사님!”

고혁두가 탄 차는 고속도로를 한참 달린 뒤에 국도로 빠져 나왔다.

“시간도 늦었고 날도 어두워졌으니 숙소를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저기 앞에 빨간 불빛이 보이는데 한 번 가볼까요?”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에 갑자기 앞에 무언가가 툭 튀어나왔다.

끼이익. 고혁두는 급정거를 했다. 차는 아주 큰 소리를 내며 멈췄다. 어찌나 급하게 멈췄던지 도로에 스키드마크가 선명하게 남을 정도였다.

“무슨 일이에요, 변호사님?”

“앞에 뭐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그 존재를 알아차리는 데에는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차 바로 앞에는 머리를 길에 풀어헤친 여성이 엎어져 있었다. 놀란 고혁두는 얼른 차에서 내렸다.

“아가씨, 괜찮아요? 다친 곳은 없어요?”

그 여성은 놀란 눈으로 고혁두를 쳐다봤다. 갑자기 도로에 뛰어들었는데 차가 오자 놀라서 넘어졌을 뿐 다행히 차에 부딪히지는 않았다.

“저 좀 살려주세요.”

여성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데없이 나타난 여성과 살려달라는 요청. 고혁두의 머릿속은 심하게 혼란스러웠다.

“누가 절 쫓아와요. 저 좀 차에 태워주세요.”

묻고 싶은 말이 많았다. 하지만 여성의 목소리가 하도 다급해서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일단 몸을 피하게 만든 뒤에 사정을 파악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차에 타세요.”

여성을 부축해서 뒷 좌석에 태우고 난 뒤 운전석에 다시 앉으려고 하는 순간. 거친 손길이 운전석 옆문을 당겼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주먹이 고혁두의 얼굴로 향했다.

난데없는 공격을 당하자 문득 옛날 일이 떠올랐다. 8년 전에도 이렇게 갑자기 주먹을 휘두른 사람이 있었다.

***

8년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형사 법정.

“피고인 안강인.”

판사의 호명에 따라 피고인 전용 출입문이 열리고 안강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강인은 교도관의 안내에 따라 법정에 들어왔다. 보통의 피고인들은 법정에 들어오자마자 판사에게 간단하게 목례를 한다. 조금이라도 좋은 인상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강인은 달랐다. 인사 같은 건 과감하게 생략하고 피고인석으로 직진했다. 피고인석에 앉기 전 안강인은 정면을 바라봤다.

피고인석의 맞은 편에는 검사석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고혁두 검사가 앉아 있었다. 안강인은 강한 적개심이 담긴 눈빛으로 고혁두를 노려봤다.

‘참 사람이 일관적이야.’

드디어 재판장이 판결문을 읽었다.

“피고인 안강인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다.”

검사석에 앉아 있던 고혁두는 예상했던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때 안강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함을 질렀다.

“무슨 판결이 이따위야?”

피고인이 판결에 불만을 품고 반발하는 건 종종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안강인은 단순히 고함을 지르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석의 의자를 딛고 올라서더니 법정 중앙으로 점프했다. 옆에 있던 교도관과 법원 경위가 안강인을 제지하려고 재빠르게 움직였으나, 안강인의 몸놀림이 더 빨랐다.

“어이쿠야.”

판사는 깜짝 놀라서 바닥에 엎드렸다. 하지만 안강인의 공격 대상은 판사가 아니었다. 안강인이 공격 목표로 삼은 것은 고혁두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고혁두에게 접근한 안강인은 법정을 나가려고 하는 고혁두를 돌려세웠다. 그리고는 주먹을 힘껏 날렸다. 다행히 고혁두는 탁월한 운동신경을 발휘해서 피했다. 만약 피하지 못했다면 크게 멍이 들었을 정도로 강한 펀치였다.


***

잠깐 과거의 회상에 빠졌던 고혁두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과거에 안강인이 그랬던 것처럼 의문의 남성도 고혁두를 향해 강펀치를 날렸다. 남성의 주먹은 고혁두의 왼쪽 얼굴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고혁두는 빨리 여성을 피신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골몰했고 급하게 차를 출발시키려다 갑작스러운 일격을 당하고 말았다.

“너, 이 새끼. 당장 차에서 내려.”

남성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남성은 고혁두의 팔을 잡고 바깥으로 끌어냈다.

“누구시죠? 저한테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건가요?”

고혁두가 남성에게 나름의 항변을 해 보았지만, 남성은 막무가내였다. 고혁두의 말 따위는 들을 생각도 없었고 고혁두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말로 해서는 안 될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자 고혁두도 몸으로 맞서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남성의 주먹이 고혁두의 머리를 향해서 날아왔다.

하지만 고혁두라고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조금 전이야 워낙 경황이 없던 중에 공격을 받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고혁두는 날아오는 주먹을 정확하게 보고 있다가 주먹이 얼굴에 닿기 직전에 몸을 숙여 피했다. 대단한 순발력이었다. 온몸에 힘을 잔뜩 실었던 남성은 고혁두가 갑자기 피해버리자 몸이 휘청였다.

“이것 봐라?”

고혁두가 주먹을 피하자 남성은 더욱 씩씩거렸다. 몇 번의 주먹질을 더 했지만 이번에도 고혁두가 가볍게 피해버렸다. 그러자 남성은 발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주먹을 휘두른 척하면서 사실은 고혁두의 급소를 강타하는 게 남성의 의도였다. 젊은 시절 싸움깨나 했던 남성은 이 방법으로 재미를 톡톡하게 봐왔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고혁두는 이런 얕은수에 당할 사람이 아니었다. 남성이 발차기로 회심의 일격을 가했지만 고혁두는 남성의 발을 맨손으로 받아냈다. 힘을 가득 실은 성인 남성의 발차기를 맨손으로 막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특전사에서 특공무술을 익힌 고혁두에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남성은 상당히 당황했다. 고혁두는 남성의 다리를 휙 돌렸고 남성은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이쯤 되면 싸움의 실력차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승패는 정해져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하지만 남성은 포기하지 않고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맨몸으로는 고혁두를 당해낼 수 없다고 생각한 남성은 주변을 황급하게 살폈다. 길거리에 돌멩이가 보이자 남성은 돌멩이를 집어 들었다.

‘저 새끼가 제아무리 싸움의 고수라고 하더라도 돌멩이를 쉽게 피하지는 못하겠지.’

고혁두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돌멩이가 어디로 날아올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

“아이고, 변호사님! 조심하세요.”

돌멩이를 본 심정순이 놀라서 소리쳤다. 피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아무리 칼을 잘 다루는 무사라고 하더라도 총을 가진 사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피할 수 없다면 손목으로 막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손목 부상은 불가피했다.

‘간만에 깁스를 해야 하나.’

고혁두가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여성 한 명이 고혁두의 앞을 가로막았다. 갑자기 차에 뛰어들어 고혁두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던 그 여성이었다. 여성이 등장하자, 남성의 동작도 멈췄다.

“이제, 제발 그만 해요.”

여성이 간절하게 말했다.

“그만 두시라구요......... 아빠......”

‘아빠?’

고혁두는 귀를 의심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여성의 말을 듣고 잠깐 고민하던 남성은 돌멩이를 힘없이 떨어뜨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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