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하고 여름방학이 생겼다.
직장인에게 언제 있을지 모르는 이 귀하디 귀한 방학을 어떻게 잘 보낼 수 있을까?
매일같이 출퇴근하던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서 새롭게 몸과 마음을 리프레쉬하고 싶지만, 해외여행이나 한달살기를 하자니 준비할 것도 많고 일이 커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국내 로컬 지역에서 일주일 정도 살아보면 어떨까? 그렇게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참가하게 된 로컬 살아보기 프로그램에서 로컬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그리고 네 달 동안 우리나라 팔도를 돌아다녔다. 로컬의 매력은 그 안에 있는 다양함을 발견하는 것이다. 지역마다 특색이 다르고, 가지고 있는 지역 자원과 사람들도 다르며, 그 다양성과 고유함을 간직한 지역의 자원과 사람이 만날 때 특색 있는 로컬의 브랜드들이 만들어진다.
로컬의 다양성과 각 지역에 존재하는 고유함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가치를 창조해내는 일은 마치 고고학자와 연금술사가 하는 일과 비슷하다. 고고학자가 오래 방치되어 있던 유적에서 유물을 발굴해내고, 연금술사가 아무 가치가 없는 광물들을 조합하여 황금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로컬의 매력을 발견하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것들에 파묻혀 있는 고유함을 찾아내어 복원해내는 번뜩이는 눈이 필요하다. 그리고 흔하고 널린, 그래서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창조적이고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여행과 지역에서 살아보기는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을까? 나의 경우, 한달살이처럼 장기간이 아니라 단기간 살아보기를 했기 때문에 얼핏 보면 여행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둘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여행과 살아보기의 다른 점은 지역의 자원과 사람, 브랜드를 바라보는 관점에 있다. 여행은 지역의 자원을 단순히 관광하며 소비하는 정도에 그치지만, 지역살이는 해당 지역이 가지고 있는 자원에서 특색을 발견하여 그것에서 가치를 끌어내려는 노력이 수반된다. 또한 여행에서는 로컬 주민들과 만나거나 소통하는 등의 접점이 거의 없지만, 지역살이는 로컬 주민들과 함께 교류하며 지역과 나의 융합, 함께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에 관해 고민한다. 그리고 지역의 자원과 사람이 만나 시너지를 내며 탄생하는 로컬 브랜드의 경우, 여행에서는 브랜드의 소비자로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지역살이에서는 브랜드를 경험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직접 참여해보거나, 내가 해보고 싶은 일에 적용하여 일종의 콜라보까지 나아가는 경우도 있다. 정리하면 여행은 지역의 소비자에서 그치지만, 지역에서 살아보기는 해당 지역의 자원, 사람, 문화, 브랜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그것들을 활용하여 생산자로 나아가는 단계까지 시도해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나는 단순히 여행이 아닌, 로컬에서 살아보기를 해보기로 했다. 고고학자와 연금술사 같은 마음으로 로컬의 매력과 가치를 찾아 떠난 나의 로컬 탐방기를 풀어보려 한다. 일주일만 살아보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난 발걸음이 길어져 네 달 간 남한 팔도를 돌아다니는 긴 여정이 되었다. 그 여정에서 때로는 가볍게 지금 이 순간, 이 곳의 현재를 감각하고, 그 시간과 장소들이 모여 각 지역이 지니고 있는 고유성과 가치를 발견해 나가는 나의 로컬 탐방 찍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