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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E스포츠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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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마태 Sep 27. 2023

E스포츠 에코시스템Ⅱ

Chapter1-2 에코시스템

생태계 접근법


캔버스와 붓 그리고 물감을 사용할 줄 모르는 아이에게 선생님과 똑같이 따라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제대로 할 수 없다. 기본이 되는 도구의 사용법을 다 배우고 이후 익숙한 것부터 연습을 어느 정도하고 나야 선생님을 따라 얼추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서는 콘솔 게임 에코시스템을 예시로 활용한다. 콘솔 게임은 이쪽 생태계를 설명하기에 충분히 익숙하면서 역사도 비교적 깊다. 그래서 좋은 소재다.  

 

콘솔 에코시스템은 플랫폼사를 중심으로 산업 참여자들을 해석한다. 여기서 플랫폼이란 콘솔이고 콘솔은 곧 게임기이다. 게임기는 비디오 게임을 실행하기 위한 기기다. 대표적인 게임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닌텐도의 스위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밸브의 스팀덱이 있다. 게임기가 없으면 게임을 할 공간과 게임을 할 사람, 게임 소프트웨어, 전기, TV 등 그 외 다른 어떤 것들이 있어도 게임을 할 수 없다. 콘솔 생태계에서는 플랫폼을 퍼스트-파티로 구분한다. 생태계의 시작점이다.

 

콘솔 퍼스트-파티를 잘 알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개념을 확립해야 한다. 필자는 플랫폼을 설명할 때 기차역을 주로 예로 든다. 기차역에 도착한 탑승객은 ‘몇 번 플랫폼에서 대기하세요’라는 사인을 가장 먼저 찾는다. 내가 탈 기차가 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만약 3번 플랫폼에서 부산행은 대기하라는 사인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플랫폼에서 기다리고 있다면 부산에 갈 수 없다.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소용이 없다.

 

콘솔도 이와 같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게임기가 먼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하나의 게임기로 모든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에 맞는 게임기가 있어야 한다. 엑스박스 전용 게임을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실행할 수 없다. 반대로 플레이스테이션 전용 게임을 닌텐도에서 실행할 수 없다. 부산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 3번 플랫폼에 가는 것처럼 특정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특정 게임기를 구해야 한다. 따라서 게임기는 플랫폼에 비견할 수 있다. 그래서 게임기가 곧 기차역인 것은 아니다.

 

또 모든 게임이 게임기에서 실행되는 것이 아니다. PC나 모바일 전용 게임도 있다. 이런 경우 게임기는 그 게임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콘솔에 적용하여 플랫폼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때는 (콘솔은) 콘솔 전용 게임을 실행할 수 있는 게임기를 의미함과 동시에 각각의 게임기가 그 안에 각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결국 콘솔 생태계에서 콘솔은 기차역에, 게임기는 각 플랫폼에 해당한다. 엑스박스 전용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엑스박스라는 번호가 붙은 플랫폼에 간다는 의미다. 


콘솔에서의 세컨-파티는 게임 소프트웨어다. 보통 업계에서 게임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는 게임 소프트웨어를 줄여서 표현한 것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타이틀을 수식한다. 만약 누군가 ‘디아블로4 해봤어?’라는 말을 한다면 그 내용은 다음을 함축한다. 디아블로4라는 타이틀을 가진 게임 소프트웨어. 그런데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이 게임은 비디오 게임이다. 따라서 풀 네임은 디아블로4 비디오 게임 소프트웨어다. 결국 디아블로4 해봤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는 다면 그것은 디아블로4 비디오 게임 소프트웨어를 실행시켜서 플레이를 해본 적이 있는가를 묻는 말이다.   


게임은 기차역에서의 기차와 같다. 승객이 플랫폼에 서 있는 이유는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다. 그런데 기차가 오지 않거나 기차표를 못 구했다면 플랫폼에 서 있는 의미가 없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후속작을 손꼽아 기다리거나 인기가 너무 많아 타이틀을 구할 수가 없는 경우는 꽤 있다. 2011년 출시된 베데스다(스튜디오)의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의 후속작은 7년이 지난 2018년에 개발 상황이 일부 공개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실제 출시는 언제 될지 아무도 모른다. 2020년에 발매된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출시 당시에는 구할 수가 없었다. 게임 소프트웨어보다 최소 6~7배의 가격에 달하는 닌텐도 스위치 게임기를 게임에 끼워 팔 정도였다.

   

소비자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 게임기를 산다. 따라서 게임이 없다면 게임기는 존재 의미가 없다. 하고 싶은 게임이 있지만 그 게임을 하지 못한다면 전혀 다른 게임을 하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목적이 분명하다면 게임을 잠정적으로 쉬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게임으로 인해 콘솔이 가치가 하락하거나 상승하는 경험은 지난 몇십 년간 지속적으로 있었다. 이처럼 퍼스트-파티와 세컨-파티는 게임 산업을 구성하는 최소한의 요건이다. 이 플랫폼에 대한 개념은 PC나 모바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만 콘솔은 게임을 하는 용도 외로는 활용도가 낮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의존도가 높다. 이 이유로 생태계 예시로 들기가 좋다. PC는 하이엔드일 때는 콘솔과 비슷한 수준이다. 모바일은 다른 플랫폼 보다 전체적으로 낮은 의존도를 보인다.


기술의 변화에 따라 등장한 여러 플랫폼들은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사람들에 손에 들리게 된다면 소프트웨어도 급속도로 개발되고 퍼진다. 아이패드 1세대는 2010년에 출시되었다. 국내에서는 판매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에서 구입해 온 국내 얼리버드 사용자들이 있었다. 공수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큰 화면은 다운로드한 영상을 보는 것에 한정됐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 손에 패드가 들리는 시점이 왔고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제공된 수많은 앱들은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한편에 게임도 있었다. 


같은 관점으로 VR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은 단지 사람들의 손에 충분히 VR기기가 들려 있지 않을 뿐이라고 판단한다. 콘솔, 스마트폰, 아이패드와 같은 승자만을 예로 들었지만 역사적으로 주인공이 되지 못한 플랫폼들은 꽤 있다. 기억을 남기지도 못하고 사라진 것들이다. 그래서 이와 같은 주장은 일리가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다만 VR이 승리한다면 PC나 콘솔이나 모바일이나 태블릿 등과 동일한 길을 걸을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플랫폼-소프트웨어 기반 에코시스템의 공통된 특징이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본은 여기까지다. 그래서 엄밀히 말한다면 더 이야기해야 할 것이 없다. 보수적으로 시장 규모를 책정하려 할 때 이 두 부분에서 발생하는 매출에 국한한다. 다만 인간 사회는 일종의 생명체다.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요구하며 끊임없는 활동을 한다. 그래서 생태계를 환경의 변화에 따라 계속 확장적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를 테면 기차역에는 본래 목적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 여러 요소가 있다. 카트를 밀고 다니면서 도시락 등의 상품을 파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커피숖, 빵집, 백화점, 면세점 등도 있다. 군장병을 위한 휴식 공간도 있고 외국인을 위한 관광 안내소도 있다.

   

다른 플랫폼과 연결을 시켜주는 공간도 있다. 지하철로 갈아탈 수 있는 루트, 버스 환승 출구 등이 있다. 공항이나 기타 다른 곳에서 기차역까지 반복 운행하는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 대신 우편물을 보낼 수 있도록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도 있다. 누군가가 그 서비스를 이용한다. 전부 기차역의 본래 설치 목적과 관련이 없다. 그러나 공통점은 기차역에 오는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존재하게 되는 것들이다. 물론 극단적으로 다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플랫폼과 기차가 존재하고 사용자가 필요가 있기에 공존할 수 있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게임을 만들 때 공급자는 유저가 게임 내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그 활동으로 인해 어떤 만족감을 얻을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공급자가 시장에 상품을 출시할 때는 게임기와 게임을 매칭하여 게임을 하는 것을 예상한다. 그런데 이 게임 활동이라는 것이 게임을 넘어 현실에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이 생명력을 가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커뮤니티 활동이다. 그러면 기차역처럼 활용도가 확장된다. 공급자 중심의 세계관에서 사용자 중심의 세계관으로 옮기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유저는 게임 업데이트 또는 신규 게임이 발매된다는 소식을 알고 싶어 한다. 이미 발매된 게임의 다른 유저의 평가를 확인한 후 구매를 결정하고 싶어 한다. 같은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게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혹은 그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나누기도 한다. 공략이나 게임 기술도 본질은 같다. 게임은 성취 과제를 주고 달성하면 보상이 있다. 그런데 재미를 위해 과제 달성을 쉽지 않게 구성한다. 유저는 효과적인 과제 달성 방법을 알고 싶어 한다. 이를 공략이라고 부른다. 게임 기술에 대해서는 후에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이 기술에서 이스포츠가 나왔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어떤 유저는 같이 게임할 친구를 구하기도 한다. 게임 캐릭터를 동인화(만화 등으로의 2차 창작물)하거나 모에화(그림을 통한 사물의 인간 형태화)해 공유하기도 한다. 게임 캐릭터가 입은 의상을 똑같이 따라 만들어 입고 사진을 찍어 커뮤니티에 올린다. 코스-프레다. 게임 내 소품들을 직접 제작하거나 여러 굳즈도 만든다. 넥슨과 같은 회사는 이들을 모아서 페어(전시회)를 열어주기도 한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 보조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마리오 카트(닌텐도의 마리오 시리즈의 캐릭터들이 출연하는 레이싱 게임)는 닌텐도 게임기만으로도 게임을 할 수 있다.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런데 핸들 모양의 조작기가 있다면 더 재미있다. 골프 게임도, 테니스 게임도, 복싱 게임도, 탁구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보조 장비를 안 사도 게임은 된다. 그런데 사면 더 재미있다. 생태계에서 이 부류를 서드-파티로 구분한다. 링-피트는 링 없이는 게임 실행이 안된다. 그러나 이처럼 의존도가 절대적이어도 (콘솔 본기기가 아니기에) 서드-파티다. 연장 선상에서 게임 산업의 대표적인 서드-파티를 이스포츠라고도 설명할 수 있다. 

   

전체 가치 생산에는 관여를 하는데, 핵심 가치 생산에는 필수가 아닌 것들은 어디든 있다. 퍼스트-파티와 세컨-파티가 만든 생태계가 있기에 존재 의미가 있게 된 것들이다. 더 진보적으로 표현하면 서드-파티가 있기 때문에 산업은 더 고도화되고 다양해지고 보다 확장적으로 변하고 성장한다. 또한 생태계는 생명력을 지니기에 항상 유동적이다. 어떤 서드-파티는 이후 성장해 또 다른 생태계의 퍼스트-파티가 된다. 그러면 그 생태계에서는 서드-파티로 그대로 남아 있지만 그가 속한 또 다른 생태계에서는 퍼스트-파티로서 존재한다.


이스포츠는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마케팅의 한 부분이며 서드-파티다. 그런데 이스포츠만을 바라보면 이스포츠에도 퍼스트, 세컨, 서드로 파티가 나누어져 있다. 따라서 언제든 이스포츠가 새로운 산업이라고 말할 수 있음과 동시에 여전히 게임 산업에 한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게임 산업도 마찬가지이다. 콘텐츠 산업에 일부로 이해할 수 있다. 게임이 콘텐츠에 속해 있다고 이해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가 우리나라다. 우리나라 게임 산업 진흥 과업 담당은 문화체육관광부다. 문화→콘텐츠→게임→이스포츠 순이다.

  

끝으로 학술적으로 생태계를 파악할 때는 이와 같은 모양으로 퍼스트, 세컨드, 서드로 나눈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서드-파티’만 주로 사용한다. 또 서드-파티도 회사의 상황에 따라서 의미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다. 보통 회사는 스스로를 자사(일인칭 시점)라고 한다. 전지적 시점인 퍼스트-파티와 같은 단어는 사용할 일이 없다. 또한 자사에게 관계사는 주로 이인칭 시점인 계열사라 말하거나 멀어도 관계사로 표현한다. 따라서 세컨-파티라는 단어를 사용할 일이 없다. 다만 외부 기업은 삼인칭이기에 서드-파티로 지칭할 수 있다.

 

소니의 콘솔 플랫폼은 플레이스테이션이다. 소니의 가장 유명한 관계사는 너티독(스튜디오)이다. 너티독은 ‘라스트 오브 어스’라는 게임을 만든다. 너티독은 소니에게는 세컨-파티가 된다. 소니는 이처럼 세컨-파티인 관계사로부터의 독점 타이틀로 인해 시장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관계사가 아니지만 자사 플랫폼을 활용하는 타이틀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 유비소프트는 너티독과 같이 게임 소프트웨어 제작사다. 그러나 소니와 직접적인 경영 관계는 없다. 이런 경우에 소니는 유비소프트를 서드-파티로 부르게 된다. 학술적이라고 표현한 전지적 시점과의 차이가 이와 같이 발생한다. 


퍼스트-파티


이스포츠는 게임을 종목이라고 부른다. 전통스포츠와 비교하면 축구, 야구, 농구 등과 같다. 그런데 전통스포츠와 이스포츠는 차이점이 있다. 이스포츠에는 종목의 주인이 있다. 퍼블리셔는 종목의 주인으로 종목에 대한 권리를 전부 가진다. 게임은 콘텐츠이기에 지적재산권이 보장된다. 결국 구조적으로 퍼블리셔란 사업권의 주체를 의미하는 표현이다. 반대로 이스포츠 산업에 특정 역할에 관한 것이 아니다.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생태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스포츠는 앞서 정의를 소개한 바와 같이 경쟁을 조직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일을 하는 곳의 정확한 명칭은 조직위원회다.  


중국에서는 이스포츠가 활성화된 종목에서 발생하는 매출도 이스포츠 산업 규모에 포함시킨다. 그뿐만 아니라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수익도 산업 규모에 삽입한다. 그 결과 발표하는 시장 규모는 중국만 23조 원이 넘는다. 북미는 다른 관점을 지닌다. 대회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분만 이스포츠 시장의 범위로 판단한다. 물론 이스포츠 시장의 범위에 대한 해석은 학자마다 자유다. 다만 필자는 북미의 관점이 조금 더 타당하다고 본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조직위만을 퍼스트-파티로 인식한다.

   

이스포츠에서 대표적인 퍼블리셔는 라이엇게임즈, 텐센트, 크래프톤, 넥슨, 스마일게이트, 슈퍼셀, 밸브, 블리자드, EA, 가레나, 문톤, 소니, 반다이남코 등이다. 언급된 회사의 대부분은 대회를 직접 조직한다. 이때는 퍼블리셔라고 부르지 않고 조직위라고 부를 수 있다. 퍼블리셔라고 부르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조직위로서 퍼블리셔라는 의미를 함축한다는 뜻이다. 


퍼블리셔는 일반적으로는 대행사를 선정해서 대회를 개최한다. 그런데 특별한 경우에는 관계사를 설립하거나 전문 기업을 인수하기도 한다. 조직위의 또 다른 구분은 대회 타이틀의 주인이 누군가이다.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이스포츠는 정식 종목이다. 이때는 OCA가 조직위다. WCG는 WCG가 타이틀의 소유자다. 이 경우 퍼블리셔는 그 대회에서 자기 종목으로 대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주는 역할로 남는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오늘날 이스포츠 표준 모델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첫 시작이 방송사로부터였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그 모델이 적용된 첫 이스포츠 대회를 99 프로게이머 코리아 오픈으로 판단한다. 우리나라는 이 역사의 영향으로 방송사를 조직위로 본다. 스타리그는 OGN이 소유자다. 이때 OGN은 조직위다. 그러나 OGN에서 방송된 모든 대회가 OGN에 주최권이 있는 것은 아니다. OGN이 외주로 제작 또는 방영을 맡아하는 경우에는 조직위가 아니다. 방송사 또는 제작사로 구분해 표현한다.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주최권이 있어야 한다. 이는 종목사로부터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게임은 종목사가 가진 고유의 지식재산권이다. 종목사의 허락이 없으면 게임 대회를 개최할 수 없다. 이를 라이선스란 발급을 받는 작업이라고 이해해도 된다. 오늘날 이스포츠는 전 글로벌로 볼 때 체계가 잘 잡혀 있는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그러나 원칙은 발급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몇몇의 일본 기업들은 이스포츠에 대해 확신을 못했다. 다만 몇 개의 타이틀이 북미에서 인기가 있었기에 대회에 대한 수요는 있었다. 여러 노력이 있었지만 결국 개최되지는 못했다. 종목사의 허락을 최종적으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종목사가 조직위에게 게임 대회를 의뢰를 했다면 자동으로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별도의 대회 개최에 대한 지적재산권 활용에 대한 허가나 동의의 과정이 없었다고 해도 암묵적으로 필요 절차가 완료된 것이다. 지금은 이와 같이 다양한 상황들이 공존하는 시대다.


필자는 대회와 관련할 때는 ‘종목사’, 게임과 관련해서는 ‘게임사’를 사용한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게 ‘퍼블리셔’만 활용한다. 주최권을 받았고 행사의 추진을 강조한다면 조직위 대신 주최사라고 표현할 수 있다. 퍼블리셔는 영화, 드라마, 뮤직, 애니메이션 등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서 두루 사용되는 단어다. 그런데 주최는 공연과 스포츠에서 주로 활용한다. 이스포츠는 공연과 스포츠 간 이중적 개념이다. 따라서 주최라는 단어를 사용함도 어색하지 않다. 모두 보다 분명한 표현으로 명확한 의사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대회는 사람들이 모여서 특수 목적의 활동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는 대회를 주되게 이끌어가야 하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특수 목적 자체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조직위가, 특수 목적 실현 활동을 강조할 때는 주최가 더 어울린다. 물론 혼용해도 상관은 없다. 공공기관에서 개최하는 대회는 주최기관과 주관기관을 나눈다. 예를 들어 문체부 주최 대회는 문체부가 기획하고 국회에서 예산을 승인받는다. 승인된 예산은 기재부에서 지급되는데 이때 대상 기관이 (문체부가 아닌) 법에 근거한 공공기관이 된다. 그래서 조직위 등보다 주최와 주관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사용된다.

 

주관기관은 주최기관이 세운 사업의 목표를 실현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관련법에 의해 문체부로부터 이스포츠 산업지원센터로 지정받았다. 문체부가 세운 사업 목표를 한국콘텐츠진흥원을 통해서 실현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따라서 대회를 개최한다면 문체부거나 한콘진이기 때문이 아니다. 관련법에 의해 이스포츠 진흥을 위한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고 그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산업지원센터인데 한콘진이 문체부로부터 지정을 받았기 때문에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을 경우 문체부는 주최기관이 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주관기관이 된다.


영문으로 번역할 때 조직위는 오거나이저로 번역하지만 주최는 스폰서로 주관은 호스트로 번역한다. 간혹 국내에서는 주최를 호스트로 주관은 오거나이저로 번역하는 경우도 있는데 위의 개념에 비추면 그 번역은 (할 수는 있으나)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산업지원센터가 호스트가 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오늘날 이스포츠는 공공기관이 아닌 경우 주최주관이라는 단어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주최측이다. 굳이 따진다면 조직위, 주최, 주관 등을 전부 아우르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이스포츠의 퍼스트-파티이다. 


세컨-파티


이스포츠 생태계에서 세컨 파티는 선수다. 선수는 대회를 개최하지 않는다. 그런데 대회는 참가하는 선수가 없으면 개최의 의미가 없다. 기차가 안 오는 기차역, 게임이 없는 게임기와 같다. 개최를 발표한 대회 중에 참여율이 저조해서 무산된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 


이스포츠에서 소비자가 소비하는 상품은 퍼스트-파티(주최측)가 만든다. 여기서 상품이란 오프라인 경기장에서 보여지는 경기일 수 있고 그 경기를 영상으로 제작해 방영(송출)하는 콘텐츠일 수 있다. 그런데 선수는 소비자가 소비하는 대상인 이스포츠라는 상품의 핵심 가치다. 여기서 핵심 가치란 선수가 경기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다. 그래서 이스포츠는 콘솔과 달리 퍼스트-파티와 세컨-파티가 상품을 같이 만든다. 같이 만든 상품이기 때문에 수익도(상금, 참가비, 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둘이 나눈다.

 

농구장을 찾는 이유는 선수의 플레이를 보기 위함이다. 따라서 선수가 곧 게임이기에 선수가 세컨-파티다. 다만 학술적으로 접근할 때 이스포츠는 선수를 세컨-파티라고 하지 않고 반드시 팀(선수)을 세컨-파티라고 한다. 선수라는 단어는 직업군의 특징을 대변하는 일종의 포괄어다. 생태계 내에서 파티의 성격을 보여주는 역할을 담고 있지 않다. 팀(선수)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선수가 파티 개념의 활동을 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대로이든 새로운 이름이든 사업자 등을 냈든 상관없이 1인도 팀(선수)이다. 


'Matthew'라는 선수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선수는 인기가 있었다. 선수 활동이 예견되어 있기에 팀이 필요했다. 어떤 대회는 팀(선수)으로 참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다음날 'MT Gaming'을 만들었다.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팀에서 활동하는 선수는 'Matthew' 뿐이다. 이제 'Matthew'는 'MT Gaming' 소속으로 대회에 참가한다. 'Matthew'는 혼자 활동하는 팀 'MT Gaming'의 모든 의사 결정을 한다. 그러나 둘은 근본적으로 같지 않다. 'Matthew' 인격이다. 'MT Gaming'의 'Matthew'는 선수다. 현대 프로 이스포츠에서 세컨-파티는 비즈니스 대상자가 되는 이 팀(선수)다.    

  

프로 이스포츠는 대회 참가를 팀(선수)에 한정하는 추세다. 이유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오는 10월 30일 저녁 6시에 결승전이 계획되어 있다고 가정하자. 야외 이벤트 장소를 섭외하고 무대를 설치하하고 결승전을 홍보하고 프로모션비를 지출해 보니 약 10억 원 정도가 사용되었다. 티켓도 이미 팔았다. 그런데 선수가 늦잠을 자서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팀(선수)으로 참가하지 않은 경우 주최 측은 개인과 계약을 해야 한다. 계약을 작성할 때 개인을 대상으로 높은 수준의 책임을 책정하는 일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세컨-파티가 상품의 가치를 형성하는데 얼마나 위력적인지 간단히 증명할 수 있다. 우리 중에 누군가는 특정 게임을 하기 위해서 고스펙 하드웨어를 구입해 본 경험이 있다. 예를 들어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이 출시되었을 때 최신 그래픽 카드 수요가 순간적으로 상승했다. 이스포츠에서는 그 역할을 선수가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선수가 있다면 그 대회는 인기가 많아진다. 시청률이 치솟는다. 반대로 아무도 모르는 선수만 출현하는 대회는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리그오브레전드 프로 대회 LCK에는 페이커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가 항상 최고 시청률이다. 


서드-파티


같은 스포츠 콘텐츠라도 더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은 많다. 야구를 보러 갈 때는 응원 팀의 야구 점퍼를 입고 간다. 야구를 보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점퍼를 구입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도 구입한다. 팀 야구 점퍼를 입으면 소속감이 늘고 응원할 때 흥이 더 난다. 이스포츠의 서드 파티도 상품의 생산에 직접적인 관여는 없다. 그저 상품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역할만을 한다. 좋아하는 선수의 유니폼을 구매할 수 있다. 전적 검색 사이트에 방문해서 응원하는 선수의 개인 기록 검색을 한다. 


같은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과 인터넷 커뮤니티에 모여 수다를 떤다. 동경하는 선수처럼 되기 위해 게임을 배우기도 한다. 선수의 개인 스트리밍 알람 신청을 하고 선수가 방송을 시작하면 플랫폼에 들어가 시청한다. 이따금 도네이션도 한다. 리그와 관련 있는 파트너사의 상품을 구입할 때도 있다. 팀이 운영하는 팝업스토어에 방문하거나 PC방에 가기도 한다. 전부 좋아하는 것을 더 가치 있게 하기 위한 활동이다. 그러나 모두 본래의 상품(경기)이라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생산과 판매에는 직접적으로 개입하지는 않는 서비스다. 


LCK parties by Matthew Koo


끝으로 이스포츠 생태계를 예시와 함께 정리해 보자. 라이엇 게임즈의 ‘LCK(리그)’는 ‘LCK(회사)’를 운영한다. 라이엇 게임즈의 관점에서 LCK(회사)는 관계사다. 따라서 세컨-파티다. 자연히 그 외 기업은 서드-파티가 된다. 팀들은 여기서는 서드-파티로 분류된다. 그런데 라이엇 게임즈는 퍼블리셔로 이스포츠 생태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서 리그(주최)를 중심으로 판단하면 ‘LCK’는 퍼스트-파티 팀들은 세컨-파티다. 물론 ‘LCK’도 서드 파티가 있다. 예를 들어 트위치TV, 네이버TV, 아프리카TV 등은 LCK의 스트리밍 서드-파티로 판단할 수 있다. 또한 마스터 에이전시라고 표현하는 마케팅 에이전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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