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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E스포츠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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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마태 Oct 09. 2023

저변활성화Ⅲ

Chapter7-3 게임배우기

게임배우기


이스포츠 아카데미에서는 게임을 배울 수 있다. 그런데 게임 아카데미 또는 게이밍 아카데미라 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게임 아카데미는 게임 제작과 관련된 지식을 배우는 장소로 인식된다. 게임을 하는 행위라는 의미를 지닌 게이밍이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게이밍 아카데미라는 표현도 없다. 게임은 게임이지만 아무 게임을 가르치지 않는다. 경쟁적인 게임을 가르치고 배운다. 경쟁적인 게임을 이스포츠라고 표현할 수 있다. 경쟁적인 게임이 곧 이스포츠라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에서) 그렇게 사용할 수 있다


최초의 학원 아카데미는 프로게이머를 육성하기 위해서 설립되었다. 아카데미에서 프로로 즉시 데뷔하는 경우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대게는 연습생을 거쳐서 프로가 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팀 연습생으로 들어가는 여러 관문 중에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연습생을 배출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두 가지를 홍보할 수 있게 된다. 연습생이 되기 위해 얼마나 잘 준비가 되었는가(고랭크)와 실제 연습생이 되었다(입단)이다. 그런데 이 두 개를 홍보하고 나니 사회는 새로운 시각이 열렸다.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가르쳐주는 코치에게 게임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취미반이다. 또 아카데미가 지역에 있다는 것을 알게 공공기관들은 아카데미에서 프로게이머 직업 체험 교육을 있는지를 물었다. 체험 교육을 받아본 아이들은 분위기가 일반 학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회 공헌 활동으로 학원 홍보를 하고자 했기에 체험 교육 사진들이 인터넷에 많이 공개되게 되었다. 공개된 이미지를 보고 사람들은 더 학원에서 게임배우기에 친근감을 느꼈다. 


지역 공공기관이 상설 이스포츠 경기장에서 '원데이클래스' 종류의 프로그램들을 진행했다. 보통의 이름은 진로 체험 교육이다. 최근에는 이스포츠 프로게이머뿐만 아니라 PD 과정, 데이터 분석가 과정, 코치 과정, 리그 기획자 과정, 스트리머 과정 등 다양하게 운영 중이다. 대게는 학원 이스포츠 운영 기관과 협업했다. 이미 많은 교육생들을 대해본 경험이 있기에 유리했다. 대회도 개최했다. 직장인, 대학생, 장애인, 가족 대회 등이다. 과거 이스포츠는 프로만 하는 것이었다면 지금 이스포츠는 내 주변 가까이에 있다. 

 


아이들이 태권도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 태권도를 배우지 않는다. 단지 취미로 태권도를 배운다.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 좋을 수도 있고 사범님과 태권도 학원이 그저 마음에 들 수도 있다. 그런데 프로에 매진하는 것과 강도는 다르지만 같은 종류의 훈련 과정을 소화를 한다. 품새를 익히고 체력단련을 한다. 훈련 과정을 완수하고 때가 되면 국기원에서 심사를 보고 통과하면 품증도 받아온다. 품증에 이름이 있는 것을 보면 전산에 등록이 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활 태권도 체육인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   


사회를 알기 위해서는 사회에 속해야 한다. 사회에 속한다는 것은 그 속의 사람들과 부딪힌다는 뜻이다. 사회가 어른을 공경하는 이유는 어른의 의미를 체감하고 공경받아야 마땅하다 인지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다고 어른인 것이 아니다. 어른으로 인지할 수 없다면 어른으로 대우할 수 없다. 어른이 아니면 아이는 공경하지 않는다. 다만 그에 앞서 아이는 어른을 공경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이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다. 배우지 않으면 공경을 해야 할 때 공경을 할 수 없다. 이 공경은 말과 글로 배울 수 없다. 


태권도 학원에 가면 인사하는 법을 제일 먼저 배운다. 태권도는 도(道)이기에 예의(禮儀)의 개념을 가르친다. 공경의 배움의 시작이다. 학원이 도와 예의를 가르치는 이유는 학원생의 부모가 학원비를 지급했기 때문이 아니다. 지급을 했다고 해서 반드시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학원은 학원의 규칙을 원하지 않는 학원생을 학원에서 내보낸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만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서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일을 위해 개원하고 개원된 곳이 철학을 실현함으로써 존재하게 된다.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에 학원에 보낸다. 이렇게 되어야 힘의 균형이 생긴다. 이 근거에 의해 아이는 배워야 할 것을 배울 수 있다.


아이가 학원에서 형성되는 관계는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만이 아니다. 같이 배우는 언니도 있고 동생도 있다. 모두가 같은 학원비를 내고 수업을 듣지만 관계에는 미세한 차이가 있다. 같이 놀고 싶은 언니가 있을 수 있고 나를 잘 안 끼워주는 형이 있을 수도 있다. 단순한 교육만을 받는 것이라면 이런 관계들은 의미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먼저는 아이가 이런 사회에 속하기를 원한다. 아이들이 태권도를 좋아하는 이유는 거기에 형 누나 동생으로 구성된 동료 무리가 있어서다. 부모도 원한다. 아이가 무리 활동으로 인해 발생할 다양한 상황에 대해 적절한 경험을 얻는 것을 선호한다. 이유는 실제 사회가 그렇기 때문이다. 아이가 온실 속의 화초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형이라고 해서 위이고 동생이라고 해서 아래가 아니다. 다만 미세한 차이에 의해 형은 강자이고 동생은 약자다. 여기서 아이들은 갈림길에 선다. 학원이라는 무리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건 속에서 강자가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한다. 강자가 되기 위한 훈련은 약자를 도울 때 의미를 발휘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학원은 말과 글이 아닌 상황과 환경을 도구로 사용해 그것을 가르친다. 


집 근처의 태권도에서는 선배가 후배를 지도하는 과정이 있다. 개개인의 학생을 강사가 지도하지만 선배가 후배를 지도하는 환경을 일부러 만든다. 이 과정을 통해서 선배도 후배도 둘 다 배우는 것이 있게 된다. 선배는 선행해서 얻은 지식을 뒤에 따라오는 후배에게 전할 수 있다. 후배는 나를 위해 아무 대가 없이 지식을 전수하는 선배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아이는 구체적으로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활동이 긍정적이었다는 기억을 가지게 된다.


도움을 줘본 기억과 도움을 받은 기억을 통해 가치에 대한 인지 활성화가 진행된다. “(선배) 이렇게 하는 거야!” “(후배)아! 이렇게 야?” “(선배) 그래 그렇게 야!” “(코치) 잘 가르치고 있구나”라는 대화 속에서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알게 되고 알게 되면 자연히 추구하게 된다. 관계의 가치는 어른에게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아이와의 차이점은 그 사실을 이미 배웠다는 것뿐이다. 


생활 스포츠는 심신의 단련, 배움에서 오는 즐거움, 성취욕, 단순 취미나 힐링에서 시작할 수 있다. 다만 단순히 목표가 그 정도에서 머문다면 조직으로 활동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산악, 축구, 농구, 탁구, 낚시, 골프, 당구, 어느 것 하나 클럽 형태로 운영되지 않는 것이 없다. 결국 어른도 관계를 원한다. 만나서 같이 해야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쉽게 설명할 수도 있다. 물론 원하지 않는 경우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관계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클럽이 있고 이와 같이 활성화가 되었다는 부분을 확인하고 있다.


그렇게 생활 스포츠라는 것은 결국 일종의 사회화를 위한 도구다. NSG(Nerd Street Gamers)는 이스포츠 커뮤니티 퍼실리티라는 개념의 시설을 최근 오픈했다. 이 시설은 언뜻 보면 국내 PC방처럼 생겼다. 언제든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시설에 찾아와서 같이 게임할 수 있다. 동시에 상주하는 코치로부터 주민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지역 청소년을 위한 게임 동아리도 운영한다. 방과시간이 되면 성별, 연령 인종, 종교와 관계없이 다양한 아이들이 모여서 활동한다. 


미국에 있는 몇 개의 대학들은 소속 팀을 위한 이스포츠 시설을 구축함과 동시에 시민에게 공간을 개방했다. 시민들은 대학에서 개방한 공간에서 이스포츠를 체험하고 공간에서 연습하는 대학생 선수들과 교제하고 게임도 배운다. 대학에 팀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팀이 외부 리그에 출전하게 되면 공간에서 이스포츠를 즐긴 시민과 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시민들이 모여 팀을 응원을 한다. 게임 커뮤니티와 지역 사회의 상호 연계에 관한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아직 이스포츠는 생활 스포츠로의 저변 확대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이스포츠를 생활 스포츠로 받아들이기까지의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게임 리터러시에 관해 이스포츠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이처럼 분명하다. 동시에 생활 이스포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도 필요하다. 언급해 온 생활 스포츠로서 이스포츠가 가진 장점과 가치를 체계적으로 전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생활 이스포츠 리터러시 교육이 준비되어야 한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은 광명과 판교에 이스포츠 트레이닝 센터를 오픈했다. 경기지역 이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건립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이제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 카페나 PC방 대신 이스포츠 아레나와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스포츠 퍼실리티 또는 이스포츠 커뮤니티 센터로 쓸 수도 있다. 다만 시설에 대한 표현이 무엇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시설이 가진 철학이 중요하다.   


이스포츠의 구조는 단계적으로 프로-연습생-육성군-생활 스포츠’다. 이스포츠를 스포츠에 빗대어 설명하는 전문가들은 연습생 이하를 풀뿌리 이스포츠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풀뿌리 이스포츠는 육성군에 치중된 프로 이하의 단계 전체다. 이스포츠 저변이 확대되어야 프로가 그 위에 단단히 설 수 있다고 언급한다. 여기서 풀뿌리 한 한마디로는 아마추어 대회다. 


스포츠는 오프라인 대회가 없으면 조직(팀)이 결성이 안된다. 조직이 없으면 활동을 할 수 없다. 고교 야구 대회가 없으면 고교 팀이 없다. 고교 팀이 없으면 선수는 프로가 될 실력을 쌓을 방법이 없다. 이스포츠는 스포츠와 프로가 되는 과정은 다르다. 공교육이 아직 없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이스포츠는 월드클래스다. 이를 두고 풀뿌리 저변이 탄탄했기 때문에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탄탄한 저변이라는 개념이 스포츠와 같지 않다. 어디서든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아카데미, 그리고 연습생 시스템이 핵심을 이루는 것으로 이미 완성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이 저변이 확대될 필요가 더 이상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이스포츠는 아이들에게 열정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사회를 미리 경험하게 해주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어른들에게는 즐거운 사회 활동을 위한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미래에는 사용자 간 경기 또는 대결이 기술적으로도 감각적으로 고도화될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이 사람들이 즐길 것이라는 큰 흐름은 바뀌지 않는다. 결국 남은 건 도구를 바라보고 활용하려는 우리의 자세다.


학원의 운영


강사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학원법에 의해서 2년제 이상의 대학을 졸업해야 한다. 강사는 이스포츠 선수 경력자이거나 전직 코치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대학 졸업장이 있는 경우가 적다. 그래서 아카데미 중에는 코치의 학업을 지원하는 곳도 있다. 자격에 이르기 전까지는 보조 강사다. 자격이 되는 시점이 오면 등록 강사가 된다. 아카데미 강사를 은퇴 이후에 진로로 염두에 두고 있다면 현역 생활 동안 사이버 대학 혹은 학점은행제가 가능한 평생교육원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것이 좋다.


아카데미는 행정 전문가와 강사로 나뉜다. 원장과 이하 행정 전문가들을 매니저라고 부르고 강사를 코치라 부른다. 팀에 비유해 이해하면 원장은 단장이고 단장 아래 사무국이 있는 것처럼 행정팀이 있다. 행정팀은 수강생 상담 및 관리, 회계, 홍보 마케팅, 교육청 등 기관 대응, 그 외 필요한 다양한 행정 관련 일을 한다. 업무는 다른 학원의 행정팀과 유사하다. 


팀에 선수단이 있는 것과 같이 아카데미에는 코치팀이 있다. 코치는 각 과목별 헤드 코치가 있고 헤드 코치와 함께 수강생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예하 코치들이 있다. 예하 코치들은 각 반에 속한 수강생 개별에 초점을 맞춘 커리큘럼을 헤드 코치에게 확인받고 교육에 임한다. 교육이 완료되면 교육생의 성장을 기록하고 헤드 코치에게 보고한다. 그 외로도 코치는 주기적으로 교육생 및 교육생의 부모와 상담한다. 상담 내용은 전부 기록되고 헤드 코치에게 보고된다. 보고된 내용들은 헤드 코치에 의해 종합된다. 교육생의 진로에 대해 결정하는 밑바탕이 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학원의 운영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프라인 학원생이 온라인으로 전환 배치되고 신규 온라인 강의 수강생들은 늘었다. 게임은 다른 스포츠 학습보다 온라인에 적합하다. 다만 이런 환경 변화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곳은 사업을 종료했다. 이후 젠지, T1, 담원과 같은 프로 팀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가 출현했다. 소속 팀에서 은퇴한 선수나 코치가 전환 배치되고 팀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공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물론 팀이 운영하는 연습생 조직과의 뚜렷한 연계점은 없다. 주기적인 테스트 기회 확보 정도는 구조적으로 가능하다고 강조할 수 있다. 다만 연습생이 되는 방법은 실력 외로는 없다. 준비만 되었다면 5명으로 그룹 활동을 해도 되고 혹은 10명으로 해도 되는 아이돌과 이스포츠는 같지 않다. 아카데미 담당자는 수강생 중에서 연습생이 되는 것을 원하지만 연습생 조직은 아카데미 담당자가 아닌 연습생 담당자 책임하에 있다. 누구도 아카데미 수강생 중에서만 발굴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는 제약을 만들 수가 없다. 


아카데미의 사업이 어디까지 성장을 할 수 있는지는 정확하게 예측을 할 수 없다. 지금의 성격에서 혁신적 전환이 없다면 한계는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분명하다. 잠재적 소비자수가 곧 정점에 이를 것이고 기존 시장 진입자들 간의 경쟁은 더 치열하게 될 것이다. 방법은 해외 시장 공략과 타깃 소비자층을 넓히는 것이다.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조직들은 한계를 받아들이고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추진하고 있다.


사업 구조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일반인 게이머를 유치해 소비자를 다양화하고 있다. 일반인이 프로 레벨의 코치에게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메리트가 된다. 다른 직종을 교육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데이터 분석, 마케팅, 대회 운영, 영상 제작 등이 대표적이다. 책을 공개하는 시점은 팬데믹이 막 종료된 시점이다. 해외 시장 공략은 이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수 있다. 해외에 지사를 설립하거나 혹은 해외 지망생들을 국내 시설에 유치하는 것 등이다. 한국의 인지도를 고려해 볼 때 가능성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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