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에 있는 신발 한 켤레를 들고 집을 나섰다. 나는 타지에서 자취 중이고, 아빠가 어제 다녀가셨다. 그런데 아빠가 내 신발을 신고 가버리셨다. 현관에 아빠의 신발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신발을 집게와 엄지손으로 집어 밑창을 본다. 아빠 신발에는 검게 변한 껌이 붙어있다. 언젠가 껌을 밟으신 모양이다. 언제셨을까. 그리고 껌이 붙은 걸 여태 모르셨던 걸까. 그리고 당신이 신으신 게 껌이 붙지 않은 내 신발이라는 걸 모르셨다.
아빠의 신발이 너무 낡았었다. 마침 내 신발에도 구멍이 나버려 새 신발을 사야 했다. 싸고 튼튼한 신발을 사서 신고 아빠에게 자랑을 했더니 아빠도 신발을 한 켤레 사달라고 하셨다.
"같은 걸로"
"사이즈는?"
"260"
같은 디자인의 신발을 나는 270, 아빠는 260을 신게 됐다. 아빠는 흡족해하시며 '커플 신발'을 신고 다니셨다.
아빠는 몇 주 전부터 날을 잡고 내가 있는 곳으로 집들이를 오셨다. 점심쯤 오셔서 식사를 하러 신발을 벗어야 하는 고급 한정식당으로 갔다. 끼니를 마치고 출입문쪽으로 가니 시원한 고구마 차가 슬러시 기계에 돌아간다. 한 잔 마시고 나가려는데, 내 신발이 없었다. 260 크기의 같은 디자인을 가진 신발이 놓여있었다. 나는 뒷굽을 구겨신지 않으려 하이힐을 신은 듯 까치발로 걸었다.
"어쩐지 크진 않은데 신발끈이 막 꽉 조이더라"
"나는 아빠 신발이 작았어"
어쩐지 크진 않은데 신발끈이 꽉 조이는 10mm 더 큰 신발을 신고 아빠는 서울로 떠나셨다. 아빠 신발을 집으니 현관에 남은 신을 거리라고는 슬리퍼뿐이었다. 나는 슬리퍼를 끌며 우체국으로 갔다. 아빠의 문자다.
"소포로 보냈다"
"작은 박스 500원, 배송비 4,000원"
아빠는 나에게 신발을 보내셨다. 나도 뙤약볕을 이겨내며 아빠에게 신발을 보냈다. 잠시 동안 우리는 신발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