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난 글과 친했다.
글 읽기를 좋아했으니까 자연스럽게 글쓰기도 좋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난 글을 읽고 새로운 걸 알아가는 걸 즐겼던 거 같다. 그렇다고 교과서에 있는 글까지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그래도 교과서 자체는 좋아했던 거 같다.
초등학교 때는 예쁜 포장지와 비닐로 교과서를 정성스럽게 싸던 기억이 난다. 중고등학교 때는 친구들이 교과서에 낙서할 때 난 색색의 펜으로 곱게 메모를 했던 기억도 난다. 줄을 그을 때도 자로 그었다.
그런 난 서점을 좋아했다.
동네 서점은 물론 (80년대 초반) 고등학교 때부터는 종로서적을 즐겨 다녔다. 난 이해하지도 못할 책들을 사 왔을 테지만 마음이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훌륭한 책을 집에다 두는 것만으로도 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아마 난 책을 좋아했던 것 같다. 책 그 자체를. 내용물만이 아니라 종이 질과 판형, 제본, 장정 그리고 손에 들었을 때의 그 감촉을. 난 책이라는 피조물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 같다.
나는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등을 볼 때면 그 어떤 멋진 장면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생활처럼 읽다 보니 어느 매체에 서평도 연재하게 되었다. 그런데 책에 대한 글도 쓰고 싶어 졌다. 이 글들은 서평이 아닌 책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어쩌면 나의 반생을 요약한 글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