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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cilando

by Andrew Hong

앞으로도 나는 미우면 미워하고, 행복하면 미소 짓고, 감사하면 고마워 할 것이다. 주변 인물들이 툭툭 던지는 시선과 말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의 감정에 세심하게 기울여 살 것이다. 나를 아끼고 나를 사랑함으로써 나오는 따뜻함이 내 주변에 전달되길 바라며...


사실 전달이 되지 않아도 큰 상관은 없다.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나누는 것에 대해 관대해질 줄 아는, 깊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괜찮다. 혼자라도 괜찮다. 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이해한다. 그리고 언제까지고 긍정할 것이다. 오늘 하루는 참담할 수 있어도 잘못된 게 아니다. 더 괜찮아질 것이다. 내가 가장 나 다울 수 있고 내가 누구인지 알게 해준 순간과 존재가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인생은 결국 혼자 태어나서 혼자 간다. 그러니 더 행복하게 살 것이다.


나는 지바센 예술학교를 나와 연기를 전공했다. 그리고 나의 졸업작품 연극 공연을 마치고, 뒤풀이 술집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엄숙하면서도 근엄한 표정에 시가를 물었고, 왜소하면서도 번듯한 상체로 꼿꼿이 앉아 위스키를 마시고 있었다. 그의 주변은 빛이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호기심을 자아내는 끌림이 있었다. 내게도 마찬가지였다. 난 당당히 그에게 정면으로 걸어가서 마치 내 전공 수업을 발표할 때처럼 한 장면의 연기를 하듯이 대놓고 물었다.

"이름이 뭐에요?"

그렇게 나는 토마시를 알게 되었고, 우리는 첫눈에 사랑에 빠졌고 그렇게 우리 관계의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그가 결혼을 했는지 여자친구가 있는지는 사실 알고싶지 않았다. 나와 그 사람간의, 우리 둘만의 지금 순간의 관계만이 내게 중요했다. 나는 어릴때부터 꽤나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인 사람이었다. 동생들이 있었지만 결코 먹을 것을 양보하지 않았다. 나의 시간을 동생들을 보살피는 것보다 우선시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밖에만 계시는 부모님 대신 부모 역할을 하는 내 자신에게 지친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자유'와 '여행'을 노래 부르며 지긋지긋한 집구석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의 독립적인 삶을 살아왔고 이는 물론 연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토마시와의 관계를 깊게 가져가고 싶지는 않았다. 정확히는 두려웠다. 그저 내가 외롭고 내가 사랑을 나누고 싶을 때 그가 와줬으면 했다. 때때로 내가 필요로 하지 않았지만 즉흥적인 토마시의 방문은 미묘한 흥분감을 더해줬기에 허락했다. 나는 그를 사랑하지만 그를 소유하고 싶지는 않았고, 나는 그를 사랑하지만 내 자신을 그에게 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게 내가 살아온 삶의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토마시는 이곳에 잠깐 출장 진료를 온 의사였다. 그리고 그는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내게 말했다. 우리는 노을 지는 황혼 빛 아래 격정적인 마지막 섹스를 즐겼다. 그 어느때보다도 격렬한 신음소리를 내었고, 토마시도 그 어느때보다 힘차게 앞뒤로 나를 휘저었다. 그리고 그는 돌아갔다. 그가 떠나고 나는 계속 연극 공연을 해오며 삶을 전전긍긍 했으나, 문득 그를 그리워하고 그를 사랑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다시 그에게 입맞춤의 사랑을 받고 싶은 건 처음이었다. 어느 날 나는 팀 공연이 앞으로 이틀간 두 차례나 남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의 도시로 무작정 떠났다. 돈 몇 푼 없었지만 간신히 그 도시에서 6개월치 작은 방을 임대할 수 있는 여비는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를 만나기 위해 찾으러 다녔다.



수소문 끝에 그의 집을 마침내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무작정 그의 집을 방문하지 않았다. 그저 근처에 맴돌며 어떻게 지내나 살펴보기로 했고, 그래서 일단 그 근처에 방을 임시로 구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한 여인과 같이 집으로 들어가는 그를 발견하고 말았다. 그녀가 여자친구인지 부인인지는 알 수 없었고 솔직히 알고 싶지 않은 마음도 들었다. 나는 그에게서 나와 같은 결의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했기에 타인에 대한 질투보다는 앞으로도 나와의 연을 계속 가져갈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그의 집 문 앞에 쪽지 하나 남겨 놓고, 나는 이 곳 새로운 도시의 연극 팀을 찾아보며 생계를 유지할 수단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주일 쯤 지났을까, 마침내 그가 내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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