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는 아무것도 안 했다.
치과치료 도수치료 예약된 것 다 취소 전화하고 운동하러도 안 가고 책 읽기 글쓰기 심지어 음악도 안 듣고 정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소설 작법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단편소설을 두 편 쓰고 퇴고하는 중이다. 3월 말에 있을 공모전에 출품하기 위해서다. 데드라인이 있는 건 나에게 유리하다. 25년 방송쟁이로 살다 보니 주어진 시간에 맞춰 일하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월마다 있는 공모전에 매번 떨어지더라도 작품을 쌓아간다는 심정으로 쓰고 있다.
시나리오도 캐릭터를 만들고 줄거리를 만들어야 되니까 늘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어제는 아무것도 못하게 되었다. 그냥 가만히 있고 싶었다. 그것도 어떤 주기인지는 아직 정확히 모르겠으나 큰 사이클 상의 루틴에 포함하기로 했다. 가끔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는 시간.
이제 막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루틴을 만들려고 애를 쓰고 있는 나로서는 한 달 만에 찾아온 멈춤의 시간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비우는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하고 잘 받아들였다. 아 빨리 글 써야지 책 봐야지 하지 않았다. 그럴 생각도 아예 들지 않았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루틴을 만들어가는 지금. 나는 그저 노력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어제 하루 종일 멍 때리고 나니 오늘은 다시 창작욕이 솟구친다. 이제 글을 쓰고 책을 보고 작가다운 몸을 만들기 위해 다시 정해진 쳇바퀴에 발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