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이라는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 남미에서 모은 무수한 조각들
지금까지 브런치 공간에 쓰여진 갖가지 남미 살이와 여행 에피소드 글들은, 벌써 9년을 훌쩍 넘긴 초창기 페루 시절 삶의 기록부터 비교적 최근인 아르헨티나 파견 기간 동안 이루어진 남미 여행 이야기까지 모두 얼기설기 엮으며 만들어 낸, 느슨해 보이면서도 단단하게 뒤엉킨 삶과 여행의 결정체들이다.
일상 속에서 지치고 흔들릴 때마다 잠시 누워 쉬어갈 수 있는, 내 마음 속 한켠의 푸르른 공간. 내게 깊게 자리한 남미라는 이름의 초록빛 풀밭을 뒤지며, 마치 보물찾기 놀이라도 하듯 그동안 숨겨져 있던 이야기와 추억들을 찾아 꺼내어 글과 사진으로 다시 풀어나갔다.
때로는 옛날 휴대폰과 각종 클라우드를 끊임없이 검색하고, 때로는 흐릿한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실오라기 같은 추억들을 잡아내는 지난한 과정이기도 했지만, 그 모두가 이제는 지나간 남미의 시간들을 다시금 붙잡아 곱게 색을 입히고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이었다. 그렇게 내 안에서 한 글자 한 글자 살아난 이야기를, 따옴표와 쉼표, 느낌표와 물음표, 그리고 마침표와 함께 느슨하게 직조하는 기분으로 써내려 갔다.
물론 본질적으로 이 모든 이야기는 나의 기록이지만, 이것이 단순히 이국적인 풍경에 대한 개인의 감상으로만 흘러가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내 삶뿐만 아니라 - 그 풍경 속에서 만난 수많은 이들의 조각 역시 함께 담겨 있는 만큼, 그들에 대한 존중과 애정, 때로는 분노와 비판적인 시선까지도 가능한 한 솔직하게, 그리고 책임감 있게 골고루 섞이도록 애썼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끊임없이 확장될, '내 인생'이라는 이름의 커다란 퍼즐판 위에, 남미에서의 일상과 여행이라는 테마를 덧입힌 다양한 형태의 퍼즐 조각을 하나씩 놓아가는 일.
그것이 이번 연재를 통해 내가 해온 작업이었다.
그 퍼즐 조각들 안에는 정말 다양한 장면과 감각, 감정들이 겹겹이 뭉쳐져 있다.
남미 민속 악기 삼포냐(팬플룻)의 선율, 페루 학생들의 밝은 미소, 안데스 콘도르의 비행, 파타고니아의 얼음과 바람, 이스터섬의 굳건한 모아이, 갈라파고스 물개들의 울음소리, 축제의 함성,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의 고단한 한숨, 아마존의 습기와 어둠, 보니투의 투명한 물빛, 렌소이스의 흰 모래와 푸른 라군까지.
가까이에서 보면 그저 조각들의 나열이지만,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나의 삶은, 남미에서 만든 그 크고 작은 조각들 덕택에 아름다운 빛을 내며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여전히 많은 부분이 완성되지 않았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남미에서의 조각들은 내 삶의 여백을 상당 부분 채워준 것을 넘어, 가장 자랑스럽고 빛나는 부분들이 되어줄 거라는 사실이다.
결국 삶은 완성된 그림이 아니라, 평생을 다해 하나씩 맞춰가는 퍼즐이라는 사실을 -
수많은 길을 걷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밀림과 강을 건너고, 사막을 넘으면서야 비로소 나는 알게 되었다.
그렇게 태양이 더 짙은 곳, 남미에서의 기억들은 어느덧 무럭무럭 자라나 나라는 사람의 일부를 바꾸는 새로운 자양분이 되었다. 나는 이를 손에 쥐고 글을 쓰는 동안, 조금씩 이전의 나를 내려놓으며 한국에서의 또 다른 퍼즐 조각을 만들어 맞추고 있다.
잊을 수 없는 그 모든 조각이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움직이기에, 나는 지금의 내가 되었다.
앞으로 어떤 길을 가든, 어떤 선택을 하든, 나는 이 조각들을 품은 채 살아갈 것이다.
이 시리즈는 이렇게 남미 살이 5년의 마침표이자 퍼즐의 마무리가 되겠지만 -
앞으로 이어질 내 삶의 문장에는 아직 수많은 쉼표들이 남아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새로운 삶의 조각들을 탄생시키며, 또 다른 방향으로의 퍼즐을 완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