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개의 오아시스를 품은, 렌소이스 마라넨지스 3박 4일 트레킹 기록
책 『어린 왕자』 속에서 어린 왕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야.”
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건조하고 메마른 오렌지빛 사막 어딘가에, 보이지 않는 ‘샘’이 존재한다는 믿음. 그 문장은 희망을 은유하는 아름다운 표현이었다.
그러나 브라질 북동부 마라냥 Maranhão 주 렌소이스 마라넨지스 국립공원 Parque Nacional dos Lençóis Maranhenses 렌소이스 사막에서는, 그 은유가 책 밖의 현실이 된다.
건기에는 보통의 사막처럼 모래 언덕뿐이지만, 5월부터 9월까지 우기가 시작되면 사구 사이사이에 수만 개의 맑고 푸른 호수가 차오른다.
문학적 표현이 아닌, 사막 속에 실제로 흐르는 물이라는 기적.
누구라도 사막과 물이 끝없이 펼쳐지는 파노라마를 보게 되면, 크게 감격하는 지구 속 별세계 풍경.
이 글은 3박 4일 동안 직접 트레킹하며 마주한 렌소이스의 기록이다.
렌소이스 사막으로 향하는 여정은 사구로 둘러싸인 무더운 마을, 바헤리냐스 Barreirinhas 에서 시작된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렌소이스 사막 여행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는 이곳에서는 라군 일일 투어, 기간별 트레킹, 샌드보딩, 경비행기 체험 등 이곳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나와 일행 언니는 좀더 무모하면서도 색다른 걸 해보고 싶었기에, 체력의 한계에 도전할 겸 렌소이스 사막 트레킹을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기왕 가는 김에 제대로 해보자며, 보통 2박 3일로 많이 진행하는 트레킹 대신 3박 4일 트레킹 코스를 찾아 예약하기로 했다.
렌소이스 사막은 안전상의 이유로 숙련된 가이드 없는 트레킹 행위를 전면 금지한다. 따라서 트레킹을 하고 싶으면 반드시 공식 가이드를 예약해야 하는데, 정확한 투어 정보는 포르투갈어로 적혀 있어서 나는 구글 번역을 돌리고 돌리며 정보를 모았다.
가이드와 함께하는 트레킹 비용은 당시 현금가 기준 4500헤알(환율로 약 110만원 정도)로, 가이드에게 바로 현금으로 지불하기 때문에 1명이 가든 4명이 가든 그 비용은 같았다. 며칠씩 사막을 횡단할 수 있는 숙련 가이드의 경우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만 일정이 잡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우리가 방문한 7월은 렌소이스 사막 최성수기였으므로 가이드 일정에 맞추기도 꽤 신경을 써야했다. 그렇게 수많은 검색 끝에 겨우 영어가 되는 가이드를 찾아 연락을 했고, 무사히 예약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바헤리냐스에서 영어로 트레킹 가이드가 가능한 숙련자는 몇 명 없다고 한다.)
한 달 전 예약을 마친 우리는 바헤리냐스에 도착한 날 저녁, 사전 미팅을 위해 숙소에서 만났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3시, 아주 캄캄한 어둠 속에서 우리를 데리러 온 픽업차량을 타고 모래와 물이 어우러진 세계로 향했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흰 모래 사막 위를 걸으며 보내는, 4일간의 여정.
으레 사막은 비가 오지 않는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 생기지만, 대서양을 마주하고 있는 렌소이스 사막은 그 형성 원리가 매우 독특하다.
동쪽으로 쭉 가면 렌소이스 마라넨지스 국립공원이 위치한 마라냥 주와 피아우이 Piaui 주 사이 경계를 형성하는 커다란 파르나이바 강 Rio Parnaíba 이 있는데, 이 강은 내륙에서 엄청난 양의 모래 퇴적물을 대서양 바다로 쏟아내는 역할을 한다. 이 모래는 바다의 조류를 타고 다시 서쪽으로 밀려와 렌소이스 사막 쪽 해안으로 밀려오고, 여기서 내륙으로 휘몰아치는 바람이 사막의 커다란 사구를 만든다. 그렇게 형성된 사구 사이로 지속되는 우기 동안 정말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지는데, 그 사구 사이에 물이 고이는 것이다.
보통 사막이라면 물이 금방 스며들어 없어지기 마련인데, 특이하게도 렌소이스 지역의 사구 밑바닥에는 물이 스며들지 않는 단단한 암반층이 있다. 이 덕에 우기를 지날 때마다 각각의 사구 사이로 그릇처럼 물이 고이게 되고, 푸른 빛의 라군 Lagoon 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비의 양에 따라 라군과 라군끼리 커다란 물길을 형성하기도 하고, 때로는 인근의 강과 물길이 연결되어 물고기 알이나 치어들까지 흘러들어온다. 그렇게 사막 한가운데, 생명이 깃든 신비로운 수영장이 탄생한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렌소이스 사막의 모래는 불순물이라고는 없는 것처럼 눈처럼 새하얀데, 이는 모래가 강과 바다를 거쳐서 다시 오는 동안 불순물들을 전부 씻어내고 순수한 석영 성분만 남아서이다. 그래서 이곳의 모래는 부드럽지 않고 까끌까끌한데, 성분상 일반적인 모래를 밟는 게 아니라 잘게 부서진 보석가루 위를 걷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물과 생명이 함께 살아 숨쉬는, 시간이 만들어 낸 보석으로 빚은 사막.
단어 하나하나가 아이러니의 절정을 이루지만, 그만큼 이 사막은 지구에 존재하는 기적 그 자체였다.
렌소이스 Lençóis 는 포르투갈어로 침대보를 뜻하는데, 끝도 없이 펼쳐진 하얀 모래 언덕들이 마치 바람에 날리는 흰 침대보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말그대로 영원할 것만 같던 침대보 모양의 사구와 라군들 속에서, 갑자기 오아시스 마을이 뿅! 하고 나타났다.
사막 트레킹은 특성상 뜨거운 낮에는 걸을 수가 없어서, 새벽에 일찍 시작하고 최대한 12시 전에는 마쳐야 한다. 그래서 새벽 여섯 시쯤 출발했는데, 가이드 왈 우리 일행이 생각보다 체력이 좋아서 오늘의 목적지인 첫 오아시스 마을인 무캄부 Mucambo 에 예상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다고 한다.
며칠 동안 이어지는 트레킹 숙소는 이렇게 사막 중간 중간에 위치한 오아시스 마을의 민박집에서 묵는데, 보통 설치해 둔 해먹 위에 올라가 잠을 청한다. 친절하고 다정한 민박집 주인 아주머니가 정성껏 차려주신 점심밥을 먹고, 빨래도 하며 느긋하게 동네 산책을 나섰다.
렌소이스 사막은 기본적으로 오지라서 전화나 인터넷 신호가 없는데, 높은 사구에 올라가면 가끔씩 인터넷 신호가 잘 잡히는 경우가 있다. 이날 노을을 보러 갔다가 갑자기 카톡 알림이 뜨길래 놀랐지만, 주변에 간단하게 근황을 전하며 잠시나마 문명과 맞닿은 순간을 즐기기도 했다.
노을을 보고 돌아오니 민박집 주인 아저씨께서는 상을 놓고 집을 정리하고 계셨고, 주인 아주머니께서 우리를 위해 맛있는 밥을 차려 놓으셨다. 친척이 근처에서 잡은 새우를 굽고 튀기고, 콩을 쑤어 향신료와 버무려 밥에 얹는 반찬, 그리고 브라질에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매콤한 고추 소스인 몰류 지 피멘타 Molho de Pimenta 와 함께 이 지역 특산물인 노란색 카사바 소스 투쿠피 Tucupi 까지 - 전형적인 브라질 북부식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오아시스 마을의 사람들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도 있지만, 대부분 아주 어렸을 적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이곳으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브라질 내 지역 간 격차는 현재에도 부유한 서유럽 국가들과 아프리카 최빈국의 차이급으로 여겨질 정도로 심각한데, 몇 십년 전 지금보다 훨씬 더 가난했던 시절에는 정말로 먹고 살 길이 막막해 무작정 도시로 떠나거나(브라질 룰라 대통령 역시 빈곤율이 높은 북부 지방 출신으로, 상파울루로 와서 소년공으로 일했다), 혹은 살기는 어려워도 세금 부담은 없고 물가가 저렴한 시골로 숨어들었단다.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네도 어렸을 적 오아시스 마을까지 흘러 들어오게 된 가난한 가족들의 자식이었고, 빈곤 속에서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 어렸을 때는 너무 힘들어 되물림되는 고단한 삶에 원망도 했으나, 시간이 지나고 이곳이 관광지로 거듭나면서 사막 체험을 하러 오는 여행자들을 위한 민박을 꾸리게 되어 지금은 온 가족이 번듯하게 살 수 있는 돈을 벌게 되었다. 덕분에 집도 더 크게 짓게 되었으며, 자가용 오토바이도 사고 저축과 투자도 하는 등 형편이 정말 좋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는 항상 행복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주인 아주머니는 겸손하면서도 기쁜 미소를 지었다.
가이드의 통역을 바탕으로 오아시스 마을 사람들의 강인하면서도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저녁 시간을 이어갔다.
산다는 것은 이토록 질기고도, 힘겨우면서도 위대한 일이다.
또한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고진감래라는 인생의 진리 역시 한 번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태양열 전지를 사용하는 전기등 하나에 겨우 의존하는, 빛도 거의 없는 캄캄한 밤.
배부르게 먹고 해먹에 누워 잠을 청하려고 하니 뭔가가 다리 쪽에서 왔다갔다하는 느낌이 들어 간지러웠다. 하도 이상해서 손을 뻗어보니 그 뭔가가 후다닥 달아난다. 커다란 바퀴벌레였다.
가족들은 워낙 흔한 일이라 그런가 대수롭지 않은 듯 그대로 발로 차버렸는데, 순식간에 벌어진 이 짧은 순간은 결국 이곳이 브라질 북부의 시골 오지인 것을 실감하게 했다.
찝찝한 기분으로 맞은 아침. 그러나 주인 아주머니의 훌륭한 아침 식사 덕분에 금세 기분이 풀렸고,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새벽부터 힘차게 트레킹을 시작할 수 있었다.
떠나기 전,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다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트레킹을 마친 뒤, 그 사진을 휴대용 프린터로 인화해 가이드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힘차게 걸은 덕인지, 두 번째 오아시스 마을인 바이샤 그란지 Baixa Grande 에도 일찍 도착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노릇하게 구워진 듯한 내 발의 물집 때문에 아팠지만, (후에 양말을 두 겹으로 신은 다음 쪼리를 신고 걸으니 그나마 괜찮았다) 걷는 내내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 덕에 조금은 통증이 가시는 듯 하기도 했다. 가이드는 저녁을 먹고 자러 가기 전에 물집을 한 번 봐주겠다고 했다.
밥을 먹고 빨래를 한 다음 해먹에 잠시 누워서 쉬려고 하는데, 낡은 공익 광고 포스터가 벽에 붙어 있는게 보였다. 그러나 거기에 적힌 문구는 눈을 의심케 하는 수준이었다. 영어와 포르투갈어로 "어린 소녀들을 사지 마세요. 어린 소녀들과 성관계를 맺지 마세요. 명백한 범죄입니다." 라고 적혀 있었던 것이다. 이를 보자마자 몇 년 전 아마존에서의 흉측한 기억이 떠오른 나는 이를 가이드에게 확인해 보고 싶었다.
이 오아시스 마을 주변의 노을이 아름다우니, 우리 일행에게 노을을 보러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다. 그리고 노을을 기다리면서 내가 벽보 문구에 대해 품었던 의문점을 말했는데, 가이드는 한숨을 쉬며 이런 브라질의 시골 마을에서는 매우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 부모들이 나서서 자신의 딸을 소아성애자들의 먹잇감으로 던지는 잔혹한 일에 가담하지만, 여기서는 아마존과는 조금 다르게 - 이곳 사람들의 성관념의 문제도 깊게 얽혀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에서도 손꼽힐 만큼 개방적인 성문화를 지녔지만 모순적이게도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무지에 가까운 성 관념과 상식을 가지고 있는 브라질 시골의 청소년들은 10대 중반부터 이미 잦은 성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피임을 제대로 하지 않아 아기가 생기면 - 책임감의 부재로 아버지인 소년은 비겁하게 마을에서 도망가고, 의료 시설의 부재와 사회 전반적으로 가톨릭 종교 문화 역시 강하게 남아있는 탓에 낙태도 어려워 결국 소녀가 미혼모로서 아이를 키우는 일을 너무나 많이 봤다고 가이드가 담담한 어조로, 하지만 분명한 분노를 담아 말했다. 주로 성수기에 오아시스를 돌아다니며 일을 하는 가이드의 입장에서는, 시즌이 지나고 다시 찾으면 "마을 남자애들은 떠나고, 여자애들이 한무더기로 임신한 상태로 나에게 인사한다"라며, 자신이 나서서 청소년 성교육 캠페인이라도 하고 싶다며 치를 떨었다.
그렇게 우연히 마주한 낡은 포스터 하나로, 나는 브라질 사회의 껄끄럽고도 아픈 단면을 정면으로 들여다보게 되었다.
저녁밥을 먹고 약속대로 물집을 봐주겠다 가이드를 찾아갔다.
브라질 북부식 포르투갈어 실력이 워낙 유창해서 몰랐던 사실이지만 - 이날 대화를 통해 우연히 그녀가 베네수엘라 출신인 것을 알았고, 물집 치료 겸 둘이서 스페인어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나라의 경제가 송두리째 무너지자 옆 나라 브라질로 이민하여 새로운 삶을 꾸리기를 선택한 우리의 가이드. 남미에서 사는 동안 워낙 많은 베네수엘라 경제 난민들을 봐온 탓에 놀랍지는 않았지만, 그녀처럼 자국의 유수 대학에서 석박사까지 전공한 엘리트들이 앞장서서 조국을 탈출할 수 밖에 없던 사정을 볼 때마다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수많은 우여곡절과 긴 세월 끝에 브라질 영주권을 따냈고, 곧 브라질 시민이 될 그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와 동생이 있는 베네수엘라를 완전히 등질 수는 없어 한번씩 몰래 기나긴 버스 여행으로 생필품과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들고 집에 다녀온다고 한다. 외국에 사는 동안, 내 출신 나라의 입지가 결국 나의 입지가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게 되었기 때문에,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니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나의 마음을 알아챈 듯 그래도 가이드로 자리잡고 잘 살게 되었고, 집도 도와줄 수 있게 되었으니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에는 나에게 자신의 조국 베네수엘라도 편하게 가이드 해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했다. 나 역시 언젠가 그녀의 조국을, 그녀의 안내로 여행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
트레킹 셋째 날, 이날은 케이마다 두스 브리투스 Queimada Dos Britos 오아시스 마을로 갔다. 렌소이스 사막 한가운데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고 규모도 큰 마을 중 하나지만, 우기가 되면 마을 주변이 온통 거대한 호수로 둘러싸인다고 한다. 그말인 즉, 마을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물 속을 가로질러야 한다는 뜻이다.
새벽녘에 숙소를 떠나 한참을 사막을 가로지른 후 마을 근처에 도착했다. 이제 마을로 입성하기 위해서는 라군 안으로 들어가서 약 15분을 더 걸어야 했다. 가방이 물에 젖지 않게 하기 위해 머리에 가방을 이고, 거의 어깨 근처까지 차오르는 시원 물 속에서 첨벙대며 걸었다. 그렇게 마침내 마을 아낙들이 빨래를 하고, 남자 어른들은 고기를 잡고,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노는 정겨운 풍경 속 오아시스 마을에 도착했다.
가이드 말대로 이 마을은 렌소이스 트레킹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지나갈 정도로 나름 정비되어 있고 번화한 오아시스 커뮤니티였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으로 태양열 전지를 이용해 전기를 쓰는 현대적인 화장실 시설과 샤워 부스도 간이로 설치되어 있었다. 전기 덕에 따뜻한 물을 쓸 수 있다고 해서 씻으러 갔더니 맙소사, 심장 건강에 무리가 갈 정도로 커다란 크기의 바퀴벌레가 벽에 붙어있었다. 으악! 하고 나가려고 했는데, 그 순간 열린 창문틈 사이로 도마뱀붙이가 들어와 그것을 긴 혀로 낼름 잡아먹는게 아닌가. 어리벙벙한 상태로 잠시 서있는 순간 그 녀석은 전기등 근처를 날아다니는 날파리와 나방들도 먹어 없애버렸다. 덕분에 샤워를 쾌적하게 했지만, 야생의 먹이사슬을 눈으로 본 충격은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대망의 렌소이스 트레킹 마지막 날. 이날은 사막 가장자리의 베타니아 Betania 커뮤니티까지 가장 오래 많이 걸어야 하는 날이라(대략 30km 정도를 걸었다) 12시 전에 모든 트레킹을 끝내는 일정에 맞추기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나 밥을 먹고, 4시에는 출발해야 했다. 저녁과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물도 잘 챙긴 뒤, 사막에 내리는 별빛을 따라 천천히 출발했다.
체력도 좋고 잘 걷는 편인 우리 일행 역시 뜨거운 햇빛과 지쳐갈 때쯤, 가이드가 환호성을 질렀다. 브라질 국기가 보이면, 그 아래가 베타니아 커뮤니티로 가는 강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4일 동안 80km가 넘는 거리를 걸으며 렌소이스 사막을 횡단했고, 바람에 나부끼는 브라질 국기는 우리에게 도착과 성공의 징표가 되어주었다.
여기 지점에서부터는 약하지만 인터넷 신호도 슬슬 잡히고, 전화도 가능했다.
기적 같은 사막을 지나, 우리가 알고 있던 문명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오후 저녁에 바헤리냐스로 돌아왔고, 트레킹의 여파인지 계속 달달한 음식을 찾으며 꼼짝없이 누워 있었다.
하루를 쉬고 마침내 바헤리냐스를 떠나는 날이 되었다. 시간이 비는 오전에 나는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예약한 경비행기 투어 Sobrevoo nos Lençóis Maranhenses 를 갔다. 약 30-40분 정도 렌소이스 사막 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전체적인 모습을 조망하는 투어다.
이미 다녀왔는데 왜 또 가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가 꿈에 그리던 렌소이스 사막을 직접 4일간 걸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걸었던 곳을 눈으로 직접 다시 보고 경험하고 싶다는 마음에 비싼 돈을 내고 신청하게 되었다. (헤알화로 정확한 비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한화로는 약 25만원 상당의 금액이었다.)
지구 상에서 유일하게, 우기를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사구 사이마다 물로 가득찬 사막을 만날 수 있는 렌소이스 마라넨지스 국립공원.
2년 반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사진을 보면, 내가 정말 그곳을 걸었다는 사실 자체가 여전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내게 렌소이스 여행은 물을 품은 사막이라는 황홀한 풍경 그 자체이기도 했지만,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무게, 이야기까지 함께 짊어지고 걸었던 시간을 빚어 만든 여행이었다.
그렇게 렌소이스 사막은 내 인생에서 더 깊게, 더 오래 남게 될 보석 같은 추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