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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가 이준호 Oct 06. 2018

10. 바티칸 옆의 어느 거리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다, 이탈리아 10편

 바티칸에 대한 이미지는 교황청이 위치한 로마의 한 작은 동네가 바로 하나의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과 영화 '미션 임파서블 3'에서 IMF 요원들이 완벽한 보안을 자랑하는 바티칸의 국경인 성벽을 넘어 침투하는 장면 두 가지로 기억된다. 또한 성 베드로 대성당, 시스티나 경당, 바티칸 미술관과 그 안에 있는 보티첼리, 베르니니,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는 르네상스 예술 거장들의 넘쳐나는 작품들로도 유명하다. 덕분에 바티칸 미술관은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가볍게 한두 시간 정도는 줄 설 각오를 해야 할 정도로 항상 붐빈다.

Piazza del Risorgimento, Rome
Piazza del Risorgimento, Rome
Piazza del Risorgimento, Rome

 바티칸으로 가는 시작점인 'Piazza del Risorgimento'에는 버스와 트램 정류장이 있다. 인근의 Ottaviano역에서 걸어오는 사람들까지 더해지면 작은 광장은 사람, 버스, 트램, 자동차가 뒤섞이는 복잡한 장소가 된다. 이곳에서 성 베드로 광장과 바티칸 미술관으로 가는 사람들의 길이 갈라진다.

 높은 성벽을 따라 오른쪽으로 가다 보면 바티칸 미술관으로 가려는 긴 줄을 만나게 된다. 성 베드로 광장은 외부이기 때문에 입장은 자유롭지만, 대성당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바티칸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Piazza del Risorgimento - Ottaviano Stn.
Musei  Vaticani, Roman Wall, Piazza dela Citta Leonia

 얼마 되지 않는 바티칸 시민의 대다수는 성벽 안에 살고 있으니, 바티칸 시국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로마 사람들이다. 동네는 Piazza del Risorgimento - Ottaviano Stn. 주변보다 훨씬 한적하고 고요하다. 일 년 내내 관광객과 순례자로 가득 차는 거리가 주민들의 것이 아니라고 느껴서일까?


 이곳의 길은 동네와 분리된 것만 같았다. 길과 건물들 그리고, 거리의 모습들이 잘 섞이지 않는 것 같은 묘한 이질감이 맴도는 길이었다.


 그렇다고 관광객을 상대하는 식당이나 상점이 많은 것도 아니다. 중간중간 호텔과 맛집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관광지와 비교해 보면 적은 편이다.

around Vatican City, Rome
around Vatican City, Rome
around Vatican City, Rome
around Vatican City, Rome

 길은 생각보다 좁지 않았다. 길은 그 넓이에 맞게 양 옆이나 한쪽 면에 주차를 위한 선이 그려져 있었다. 주택가 안쪽의 널찍한 길에는 양쪽으로 인도가 있는 곳도 있다. 간혹 중앙대로(Via della Conciliazione)를 이용하지 않고 성천사성으로 가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었다.

around Vatican City, Rome

 좁은 길이 많은 로마이기에 길가에 주차된 차들은 대체로 초소형이다. 일반 세단을 주차하기 적당한 폭의 주차구획에 길이 방향으로 주차할 수 있을 정도도 작은 차들이다. 쓰레기를 수거하는 차량도 작기는 마찬가지이다.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이 적을 테니 수시로 다녀야 할 것 같았다.


 예전에 유럽이 배경인 영화에서 나오던 몸집이 작지도 않은 사람이 아주 작은 차에 몸을 그야말로 욱여넣고 한껏 움츠리고 운전하는 장면이 단지 코믹한 설정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좁은 길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자리 잡은 여러 가지의 시스템들이 우리의 시각에서는 조금 불편해 보일 수도 있지만, 차량의 효과적인 이용만을 전제로 만들어진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불편함과 불합리에 대해 생각해볼 가치는 있다. 어느 방향이 옳다고 선뜻 결론 내리기는 어렵지만, 차량 위주의 시스템이 우리의 쾌적한 삶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에는 틀림없다.

Via della Conciliazione, Rome

 골목들을 조금 더 돌아보다 나온 30m를 훌쩍 넘길 만큼 큰 도로는 로마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화해의 길이라는 뜻의 'Via della Conciliazione'는 성 베드로 대성당과 성천사성을 이어주는 약 500m의 도로이다.

 1870년 여러 도시국가를 통합한 이탈리아 왕국에 의해 주요 도시국가였던 '교황령'이 멸망하여 합병된 후, '교황령'의 회복을 목표로 한 바티칸 시국이 1929년 무솔리니의 이탈리아 왕국과 맺은 '라테라노 조약'을 통해 독립을 이루게 된다. 그 후 무솔리니가 바티칸과 이탈리아 심장부를 상징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만들게 된다.

 이 지역은 원래 좁은 도로와 작은 골목들이 700여 채의 아파트들과 밀집되어 있으면서 미로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었으나, 파시즘을 위한 기념비 건축으로 말미암아 이곳에서 살던 주민들은 도시 외부의 거주지역으로 대규모 이주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결국 기존의 미로 같은 도로와 골목들은 사라지고, 지금의 거리와 골목이 'Via della Conciliazione'와 함께 남았다.


 거리에서 느껴지던 미묘한 이질감과 어색함은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니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Via della Conciliazi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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