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신 May 29. 2024

밤이겠네요


이불 안에 물이 차오른다


오래 앓던 이가 끝내 빠지질 않고

몰래 깨트린 낱말이 서랍 속에서 달싹이면

습한 눈을 감고 오늘도


밤이겠네요

유독 긴 밤이겠네요


시커먼 물의 한가운데

나는 빠지고 밑도 없이 빠지고

쥐고 흔드는 너의 이름은 뭐야

알 수 없는 것들이 잉태되던 알 수 없는 말들이 지나고

살겠다고 나는 기도하고

쥘 손을 찾지만 어쩐지 그곳엔 아무도 없어서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사람들은 이런 걸 끌어안고 어떻게 사나

캄캄한 속에서 눈만을 오직 습한 눈만을 열었다 닫으며

이 밤이 지나기를

새벽이 차오른 물을 삼킬 때까지 숨을 참다가 또

어디선가 익숙한 얼굴이 떠내려오면


밤이겠네요 거기도

유독 긴 밤이겠네요


어느새 만진 이불이 축축이 젖어있다



_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불쌍하지 않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