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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Oct 08. 2024

불안이 생장하는 식당


유통기한이 지난 허파와 손가락은 어떠세요.

당신의 축축한 입 속으로 비틀어진 몸통과 비틀어진 위장으로

달고 짠 체액은 살짝만 찍어 새로운 환희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에요 생은 살아지는 것

살아버리고 마는 것               


불안한 현의 음을 타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할까요.

몸을 늘여 손끝은 바닥에 발끝은 천장에

소화를 위한 준비 춤을 추어요. 새의 울음을 들어요. 실크로 이루어진 테이블 매트에 올라

모두 함께 발을 굴러요.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개구리와

날갯짓하는 백합

천사채는 흐드러지게 피어있고요.          


두드려요. 식탁을 바닥을 의자에 끈적이는 손을 닦고

뜨거운 포크로 이마를 찧어요.

투명한 유리에 담긴 레몬첼로를 마시고 다시 한번  살아버리자고

이까짓 부조화된 생 따위 다시 한번  내리치고 견뎌보자고               


살아지고 사라지는 가여운 것들은 냉장고에 밀어 넣고                 


위태롭지요, 당신을 잘 아는 사람과의 식사는

어미 돼지를 먹는 새끼 돼지의 마음은

미끄러운 접시에 굴러다니는 당신의 눈알은.          


입으로 넣고 자꾸만

입으로

넣을 데가 거기만 있는 건 아니지만 가지런한 치열이 부딪히는 속   

먹어야 사는 나의 귀여운 몸은 얼마나 사랑스러운 가요

결국 부패할 나의 이 귀여운 몸은               


희고 깨끗한 옷을 입고 희고 깨끗한                


면을 무릎에 깔고 한 손에는 웃음을 한 손에는 버리지 못한 손톱을 쥐고

침을 흘려요 이제 살 수 있대요.

줄줄 흐르는 침이 생의 그 증거라네요                


자 이제 입을 크게 벌려 조리된 생을 먹어요.          


벌려요 벌려요 벌려요.

씹어요 씹어요 씹어요.

삼켜요 삼켜요 삼켜요.                


당신이 먹는 수많은 죽은 몸과 노동은 줄을 서서

자신의 결말을 지켜보고 트림을 합니다.          


잘 섞인 이빨과 갈비뼈와 발뒤꿈치를 생의 한 부분이라 오해하는 전부를

씹어 삼키고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몸을 숙이고

숙이는 건 체질이라서

숙이고 숙이고 숙이고

토하고 토하고 토하고      


괜찮아요. 더러워져도  빨면  모두  새것으로

새 테이블보  새  수건  새  숟가락  새  포크  새  정신

당신의 생 외엔  모두  깨끗이 살아나니 걱정 말아요.     


여기에서는 식사를, 오로지  씹고  빨고  뜯는  것만을.      


참, 나갈 때 계산은 잊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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