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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Oct 03. 2024

입에서 핀 날개를 펼쳐


레몬버터빛 나비 두 마리가 서로 날개를 비껴 휘청이면서

젖은 모래에

실금 같은 다리를 붙이고 쉰다


이렇게 바람이 센 날은 그냥 날 수도 있겠지

날고 낮고 낡고 남고 낫고 낳고 다시 날아오르는

두 쪽의 날개를 손바닥에 포개어


어때, 레몬빛 날개를 샐러드에 얹어 먹는 건.


그 죽음은 나의 것이 아니고

나의 것이 아닌 건 뭐든지 쉬워

찢어지게 쉽다니까


초록을 짓이겨 손톱에 얹어 봐. 날개를 네일팁처럼 장식할 수 있어 불면 후- 날아갈 빛들을 무연히 바라보며 터덜터덜 걸어갈 수도 있고. 이것 참 난해한 비행이네 가벼운 착각은 덤이지


이렇게 바람이 센 날 그냥 날 수도 있는 날

아니면 우리

쉬고 숨고 삼고 싣고 싫고 살고 다시 쉬다가


가려운 어깻죽지를 곧게 펴고

네 쪽의 레몬버터 빛 날개를 뜯어 물고

진짜로 도약하는 거야 죽음으로 그들의 쉬운 죽음으로

짓이기고 짓이긴 날개를 하나 둘 떨어트리며

반짝이는 편린을 먼바다에 뿌리면서

노랑과 파랑은 보색이라 잘 어울리는구나, 슬피 감탄하면서


그렇게 쉽게

그렇게 간단하게


나비 발등의 모래가 젖었구나 또 혼자 착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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