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람'의 울음이 힘든 당신에게
이전 글에서 '울음'이 힘든 것에 대한 이야기, 울음의 의미를 기록해 보았습니다. 이전 글을 읽고 이 글을 함께 하시면 더 좋을 듯합니다.
울음과 눈물의 그 의미가 좀 더 담아지셨을까요?
그런데 내가 아닌 누군가,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 울 때 우리의 마음은 더 흔들리기도 합니다. 자녀가 엉엉 울거나, 오랜 침묵 끝에 배우자가 눈물을 흘릴 때. 그 순간, 우리의 마음은 묘한 파동을 겪습니다. 마음이 짠해지고 안쓰러우면서도, 동시에 어딘가 불편하고 답답한 감정이 올라오지요. 어떤 이는 짜증이 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도망치고 싶어 집니다. 상대의 그 울음은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신호임을 아는 거죠. 상대의 슬픔이 진정되면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하고, 반대로 더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곁에서 해줄 수 있는 건 "왜 울어?"라고 묻기보다, 무슨 감정을 겪고 있을까? 하고 그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태도입니다. 공감은 울고 있는 사람에게 큰 위안이 될 것이고 가까운 이에게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은 그 자체로 치유로 이어지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배우자, 애인이나 자녀가 울 때 견디기 힘들고 짜증이 난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저도 솔직히... 어느 정도 그렇기는 할 것입니다.
소중한 이의 울음 앞에 짜증이 앞서는 마음,
왜 그럴까요?
그건 마냥 당신이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닙니다. 그 마음 안에는 여러 복잡한 심리가 숨어 있습니다. 애인이나 자녀가 울 때 짜증이 나는 그 마음은 복합적인 감정이 얽힌 결과일 수 있습니다. 우리 감정은 그 상황과 연결된 여러 가지 생각과 기대에서 비롯됩니다. 울음은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마음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신호입니다. 말로 다 하지 못하는 아픔, 억눌린 외로움, 위로받고 싶은 간절함이 그 안에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그 울음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압도당합니다. 더더욱 그 울음이 나의 소중한 이라면, 그들이 힘들어하고 있음에 마음이 아플 수 있지만, 동시에 나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 상대가 소중할수록, 내가 뭔가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상대의 울음은 나를 더 힘들 게 할 수 있습니다. 그 부담, 버거움이 불편함 혹은 짜증 나는 표정으로 표현되는 거 아닐까요?
도와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우리는 답답함을 느끼고 불편함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혹은 상대의 반복되는 행동에 지치기도 합니다. 이때 우리는 상당한 무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누구나 좋은 사람이 고픈, 조금 더 나은 상대이기를 바라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그 무력감은 나를 더 지치게 합니다. 같은 이유로 내가 지쳐 있을 때, 누군가의 울음에 대한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상대의 감정을 받아줄 여유가 없는 거죠. 나의 상황, 내 안의 스트레스를 한 번 돌아보면 그 여유 없음이 보일 겁니다.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사람과 아닌 사람 사이엔 이해의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민감성과 감정표현을 하는 방식과 정도차이에서 즉, 그 다름에서 오는 불편함이 힘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 나 개인의 어릴 적 가정환경이나 자주 들었던 말로 인해 '울음을 참아야만 했던 경험'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로 인해 울음 자체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반복하지만 이런 마음은 누구나 느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감정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조절해 보려는 노력입니다. 상대의 울음 앞에서 불편함이나 짜증보다 공감과 이해로 다가가려는 그 한 걸음이 필요합니다.
무력감/ 내 안의 스트레스/
감정표현 방식의 차이 / 개인의 경험/
그렇다면 상대의 울음에 어떤 태도를 보이면 좋을까요? 어떤 정답이나 해결책보다 따뜻한 존재감과 진심 어린 관심이겠지요. 먼저, 조용히 곁에 있어주세요. 말보다 먼저 필요한 건 ‘곁에 있어주는 것’입니다. 침묵 속에서도 '나는 네 편이야'라는 메시지를 충분히 전할 수 있어요. 괜한 말을 걸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니까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세요. '왜 울어? 보다는 '마음이 많이 힘들었구나', '그랬구나, 속상했겠다' 이런 말들이 상대의 감정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함부로 조언하지 마세요. 상대가 원하지 않는 조언은 오히려 그의 마음을 닫게 만들 수 있어요. 감정이 안정될 때까지는 공감이 먼저입니다. 꼭 조언이 필요해 보인다면, 먼저 물어보세요. '혹시 내가 뭘 도와주면 좋을까?', '내 생각을 좀 말해도 될까?' 하고 말입니다.
무엇보다 울음을 약하게 보지 마세요. '그 정도 일로 왜 울어?'라는 태도나 말은 그 순간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상대는 지금 그 일이 정말 크고 무겁게 느껴지는 거예요. 앞선 글에 설명하였듯이 울음은 감정을 회복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걸 기억해 주세요.
그래도 어려우신 분들을 위해 몇 가지 구체적인 제안 기록해 봅니다. 나는 어떤 태도가 가능하겠다, 할 수 있겠다 보시고, 직접 말 연습도 해보면서 도움 되셨으면 합니다.
1. 그냥 옆에 있고 싶을 때
지금은 아무 말 안 해도 괜찮아. 나는 여기 있어.
마음 다 풀릴 때까지 옆에 있을게.
2. 감정을 공감하고 싶을 때
많이 힘들었구나. 나였어도 그랬을 것 같아.
그 일 겪으면서 얼마나 속상했을지 상상이 돼.
괜찮아, 울어도 돼. 여기선 참지 않아도 돼.
3. 조심스럽게 도움을 제안할 때
혹시 내가 뭘 해줬으면 좋겠어?
말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릴게. 준비되면 얘기해 줘.
4. 감정을 위로해 주는 말
네가 그런 마음 들었던 거, 나한테는 중요해.
지금 감정이 너무 자연스러워. 참 잘 견디고 있어.
핵심은 ‘내가 너를 이해하고 싶다’는 태도입니다. 그 진심은 말보다 더 크게 전해지고, 관계를 더욱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울고, 또 누군가의 울음을 마주합니다. 그 울음이 나올 때까지, 마음속에는 얼마나 많은 감정이 차올랐을까요. 슬픔, 억울함, 외로움, 분노, 그리고 말로 다 하지 못한 상처들까지... 어쩌면 울음은 감정의 가장 진실한 언어입니다. 눈물이 흐르는 그 순간, 우리는 마음속에 오래도록 눌러두었던 감정을 비로소 세상 밖으로 꺼내어 놓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우리는 누군가의 울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내가 감당하지 못한 내 감정이 자극되기 때문입니다. 내 사람의 울음 속에서 내가 갖고 있는 책임감을, 과거에 울지 못했던 나 자신을, 혹은 억눌렀던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울음 앞에서 우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건, 그 울음이 우리 안의 감정과 상처를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울음을 회피하지 않고, 나의 반응을 이해하고, 상대를 수용하려는 노력 속에서 함께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울음과 눈물의 ‘회복, 치유’ 의미와 심리적 과정 그리고, 상대의 울음이 힘든 이유들을 기록해 보았습니다. 이 글이 울음을 마주한 모든 이에게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나에게 다정한 날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