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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 eden Mar 17. 2021

까다로운 시아버지가 전문점 내라던 돼지수육

시아버지가 유일하게 인정한 내 음식

“애미야, 국이 짜다.”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말인진 몰라도 내가 만든 음식을 드신 시부모님이 이런 소릴하신다면, 그 앞에서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물 좀 부어드릴까요?”라고 대꾸할지도.


시부모님께 직접 음식을 대접한 일이 많진 않다.

결혼 후 맞은 시아버지 첫 생신 때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소갈비찜에 호기롭게 도전했다. 인터넷에서 재료며 맛깔난 양념이며 꼼꼼히 검색해 요리를 했는데, 그 와중에 가장 중요한 걸 놓치고 말았다. 바로 ‘시간’. 두꺼운 갈빗살에도 이가 쑥쑥 박히도록 오랜 시간 푹 익히는 것이 갈비의 기본이자 생명인데, 그 핵심을 놓치고 겨우 20분 삶아냈으니.. 질기기가 거의 타이어 수준이었다. 나름 구색을 맞춘다고 넣었던 전복이 아니었다면 다음날 전부 아구가 저렸을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생전 처음 하는 음식을 시아버지 생신상에 내다니 참 용감했구나 싶다. 그런데도 그날 시아버지는 질기단 얘길 하지 않으셨다. 그저 고기를 잘게, 아주 잘게 잘라 드셨을 뿐.


사실 우리 시아버지는 철에 맞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맛보시고, 핸드폰에 내공 깊은 음식점 번호 수십 개를 맛집 카테고리로 분류해 보유한 미식가다. 때문에 시아버지가 맛있다고 인정했다는 건 실패 없는 맛 보장 마크 같은 것이 되어 나는 때마다 그를 쫓아 맛난 것들로 배를 채우러 다녔다. 종종 우리가 알고 있는 맛집으로 모실 때는 자연스럽게 시아버지 입을 주목하게 되었다. 그 입으로 음식이 들어가고난 후 ‘이집 음식 괜찮다’하는 말이 나오면 그날 식사는 성공한 것이었고, 이조차 정말 맛있지 않고서야 먼저 말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시어머니 음식엔 더욱 냉철한 편인데, 짜다, 질기다, 저번만 못하다는 등 한식대첩의 심사위원을 방불케 하는 거침없는 평가를 내리곤 하신다. (참고로 내 기준에서 우리 어머님 음식은 참 맛있다.) 

그런 일이 익숙한 시어머니는 대가의 평가라도 받듯 겸허히 수용하시지만 나는 어머님이 민망하실까 싶어 더 요란스럽게 맛있다고 리액션을 했다. 그리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남편에게 말했다. 아버님 참 용감하시다고, 당신은 그런 용기를 냈다간 밥을 굶게 될 거라고.


그런 시아버지가 며느리의 엉터리 갈비찜에 독설을 퍼붓지 않은 건 꽤나 의외의 일이었다. 그런데 이후 더 놀라운 일이 있었다.

집들이를 하게 돼 10여 명의 시댁 식구들이 우리집에 모이게 됐는데, 메뉴를 고민하다 갈비찜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종종 해먹던 돼지수육을 대접했다. 차린 사람을 생각해 모두 맛있다고 한 마디씩 거드는 가운데 역시나 묵묵히 드시기만 하던 시아버지 가 입을 뗐다.


“이거 네가 삶았니?”

“네.”

(일동 긴장)

“수육 전문점 해도 되겠다.”

(일동 놀람)


그의 기준에서 극찬에 가까웠던 발언이 있었던 그날 이후, 시아버지에게 음식 칭찬을 듣는 일은 다신 없었다. 그래도 괜찮다.

질깃한 갈비찜을 묵묵히 드셔주신 것도, 보들한 수육을 맛나게 드셔주신 것도, 음식 맛을 떠나 며느리 기를 살려주고픈, 까다롭지만 따뜻한 시아버지의 마음이었단 걸 잘 알기에.




막상 생각해보니 더더욱 특별할 게 없어서 쓰지 말까 싶었던 돼지수육 조리법.


- 고기 고르기

역시나 살과 비계 비율이 적절한 삼겹살이 삶았을 때 보들보들 맛있다. 껍질이 붙어있으면 식었을 때 질겨지는 경우가 있어 가능하면 껍질 없는 통삼겹을 산다. 앞다리는 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있고, 비계가 적어 아이 반찬으로 좋기 때문에 주로 삼겹살과 반반씩 섞어 산다. 개인적으로 목살은 삶았을 때 퍽퍽하게 느껴져서 피하는 편.


- 삶기

고기 한근~1kg 미만 기준, 된장 두 스푼, 양파 한 덩이, 대파 한 대, 통마늘 한 주먹 넣고 물이 팔팔 끓을 때 고기를 넣는다. 뚜껑 덮고 중불에 40분, 약불에 10분, 불 끄고 5분 뜸들인다.


- 썰기

냄비에서 꺼낸 고기는 바로 썰지 않고 찬물에 샤워시킨 뒤 썬다. 한번 해보니 겉면이 탱글해져 고기가 부서지지 않고 깔끔히 썰리고 육즙도 잡혀 늘 이렇게 썰어낸다.


삼겹살 수육 / 아이용 앞다리 수육


수육은 그 자체로도 맛있어야겠지만 곁들여먹는 찬이 중요하다. 달달 자극적인 보쌈김치도 맛있지만 적당히 새콤달콤한 명이나물과 수육이 나의 최애 조합. 새우젓은 물론 가리비젓갈이나 갈치속젓도 참 잘 어울린다. 아이에겐 이런 자극적인 찬을 함께주진 못했지만 수육이 부드러웠는지 맛있게 잘 먹어주었다.

조금만 더 크면 꼭 엄마가 좋아하는 조합도 맛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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