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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유미 Jul 25. 2019

창작이 일이 되면

프리랜서의 장점과 단점에 대하여

프리랜서의 장점은 출근이 없다는 것이고,
프리랜서의 단점은 퇴근이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 유튜브 '겨울서점'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이라는 책의 저자 김겨울이 본인의 책에 썼다는 한 구절을 라이브에서 말했을 때, "저거 난데?" 싶었다. 남들 출근할 때 자고, 남들 퇴근하기 전에 쪼르르 집안으로 달려와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볼 때가 많은데도 하루에 한 번 낮잠을 자야 할 정도로 피곤할 때가 많아서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저 말을 듣는 순간 그제야 답을 찾은 기분이랄까. 딱히 엄청나게 유명하거나 아주 잘 나가는 프리랜서가 아니라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콘텐츠를 창작하는 일을 하는 순간부터 그야말로 '출구 없는 삶'이 시작된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하는 모든 활동에 생각이 끼어든다. 소재를 찾겠다고 기를 쓰고 긴장된 상태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고 해도 저절로 일상에서도 재료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이나 매일 시간을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다는 압박이 있다. 읽는 것, 보는 것, 듣는 것 하나하나도 작업이 시작되면 다루고자 하는 주제와 관련된 것으로 선정해서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흡수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멍 때리기가 불가능한 각성 상태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실제로 앉아서 글 쓰는 시간이 회사에서 근무하던 시간 대비 턱없이 짧다고 해도 피곤할 수밖에. 예를 들어 지난주에 책 8권을 읽고 영화는 한 편을 보았는데 물론 그 과정 자체가 재미있긴 하지만 모두 원고를 작성하기 위한 준비였기 때문에 순수한 의미에서 '재미만을 위해' 보고 읽은 콘텐츠는 없다. 한 마디로 예전엔 덕질로 하던 걸, 이젠 공부처럼 한다.


그런데 저는 솔직히 퇴근이 그립지는 않아요.


같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영화 유튜버 '거의없다'는 겨울서점의 말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면서 동시에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근이 있는 일상이 그립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겨울서점 역시 거의없다의 말에 공감했다. 그리고 방송을 지켜보던 나 역시 또 두 사람의 말에 보태어 "저거 난데?"하고 또 혼잣말로 공감을 표현했고. (그들은 나를 모르지만 그 순간만큼은 잘 알던 사이처럼 친근함이 느껴졌다. 인지도가 꽤 있는 유명 크리에이터들도 비슷하구나 싶어서)


취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솔직히 '적성'이라는 단어에 회의적이었다. '적성에 맞는 일'이라는 개념 자체가 마치 '자아실현'이라는 단어만큼이나 절대 잡히지 않으며 도덕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한가한 단어라고 느껴져서. 그런데 요즘엔 역시 교과서는 교과서인 이유가 있다고 느낀다. (재수 없게도 다 맞는 말이긴 해...) 일이 적성에 맞으면 아무리 단점이 있어도 장점이 더 크게 느껴진다. 나는 물론, 주변에서 창작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퇴근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지만, 출근이 없다는 장점을 더 높이 산다는 공통점이 있다. 게다가 하루 종일 출구가 없다는 게 누군가한테는 극한의 단점이겠지만 프리랜서들은 대부분 출구를 열어도 또 자기 일의 연장선으로 도망친다. 예컨대 영화를 영화로 풀고, 음악을 음악으로 풀고, 작가들은 또 다른 이야기로 푸는 식이다. 귀소본능처럼 제일 좋아하는 분야로 돌아간다. 나 역시 질릴 때도 '또 다른 이야기'에 저절로 손이 가는 편이라 다행히 퇴근하는 삶이 그립지는 않다. 오히려 출근하는 삶을 살게 될까 겁을 내면 냈지.


이제는 단점이 없는 일은 절대 없고, 공짜는 없다는 걸 너무나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단점을 생각하면서 아쉬워할 시간에 그냥 잡코리아나 사람인을 들어가 본다. 나름대로 찾은 '마음 다잡기 용' 해결책인데, 채용공고 몇 개를 쭉 보다 보면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뭔지 바로 깨닫게 된다. 퇴근할 생각 그만하고 그냥 글이나 쓰자. 출근할 생각 하면 벌써 두통이 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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