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주의 맹시, 편향, 휴리스틱. 무엇을 보는가??
#트럼프 지지율 #사이비종교에 헌신하는 사람들 #익숙한 큐레이션 서비스 #나도 마찬가지 아닐까?
사내 강의에서 직원들에게 주의력 착각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며 유명한 실험 영상을 보여준 적이 있다. “2분 영상입니다. 흰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농구공을 몇 번 패스하는지 맞춰 보세요.” 그리고 영상이 끝나고 농구공의 패스 횟수를 묻고 나서 이어 질문한다.
“고릴라 보셨나요?”
이 질문에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당황해한다. 개중에 몇몇 사람들이 자신이 고릴라를 봤다고 말한다. 하지만 절반 이상의 사람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한다. 이때 영상을 두 번째로 보여주며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놀란다. 흰옷을 입은 사람들 사이로 고릴라 한 마리가 걸어와 가슴을 두 번 두드리고 사라지는 장면이 분명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흰 옷 입은 사람들의 농구공 패스에 정신이 집중되어 그것을 보고도 못 본 것이다. 다들 ‘내가 저걸 못 봤다고?’ 하며 놀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IGQmdoK_ZfY&feature=emb_logo
사람은 보이는 대로 믿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믿는 대로 본다. 사람들이 흔하게 하는 말 중 “내가 정확하게 봤는데….” “내가 확실하게 들었는데….”에서 ‘정확’과 ‘확실’에는 검토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대로 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 『대학』에서도 말하듯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心不在焉 視而不 見 聽而不聞.’ 사람은 누구나 그렇다. 따라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그 사실을 활용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집중할 수 있는 영역은 제로섬 게임 같다. 부주의 맹시不注意盲視라는 말이 있다.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것은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첫 번째 영상에서 고릴라를 본 사람은 30%가 안 된다. 다른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12회 차 교육에서 교육생 400여 명 중 고릴라를 본 사람은 110여 명에 불과했다. 70% 사람들은 흰옷 입은 사람들의 공 패스에 집중하다 보니 영상 중앙에서 가슴을 두드리는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고릴라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의심했다.
고릴라가 보이지 않은 이유는 집중할 때 주의를 분산하지 않으려는 뇌의 특성 때문이다. 정보처리 용량에 한계가 있는 뇌는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정확한 정보처리를 위해 중요한 것(농구공, 패스)에 집중하면 나머지는 자동 차단된다. 이 실험은 인지 심리학자 크리스 토퍼 차브리스 Christopher Chabris의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다. 여기서 한 교육생이 “의식하고 보면 속지 않을 텐데.”라며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기다렸던 말이다. 그래서 다시 영상을 보여준다. 이번에는 밀밭 사진이다. “집중해서 봐주세요! 변화가 있으면 조용히 손을 들어주세요.” 밀밭 사진은 조금씩 바뀌었다. 밀밭 사이의 길이 15초 만에 서서히 사라졌다. 좁은 오솔길이 아니다. 처음 화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큰길이 사라져도 교육생의 80% 이상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세상은 내가 집중하는 것만 보인다. 두 눈 똑바로 뜨고 보면서도 때로는 변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부주의 맹시는 일상에서도 자주 경험한다. 지하철에서 휴대폰 톡에 집중하다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혹은 휴대폰 통화에 집중하다가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을 못 보고 부딪치기도 한다. 우리는 늘 어떤 것에 집중하면서 아주 중요한 다른 것을 못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못 봤다는 것조차 모른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부분은 한정되어 있다. 집중할 수 있는 영역은 제로섬 게임과 같다. 한쪽에 주의를 기울이면 다른 한쪽에는 주의를 덜 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에, 누구에게, 어떤 곳에 관심을 가져야 할지는 매우 신중하게 선택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