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윤희 Nov 08. 2020

배려가 전공인 AI 허박사 이야기

배려는 성공을 이끈다.

 “타인에게 무심한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 세이노 -

왜냐하면 돈 또한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알아야 그들의 지갑을 열 수 있다. 배려는 경쟁과 효율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전쟁터에 어울리지 않게 피어난 흰 꽃 같지만 배려는 인간관계라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밝고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마음이다.  


배려는 성공을 이끈다.

허희수 박사는 남들이 보기엔 일이 잘 풀리는 행운아로 보인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다는 인공지능AI으로 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졸업과 동시에 유명한 검색포털기업 연구실에 취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일이 잘 풀리는 이유는 섬세한 배려가 바탕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최근 그와 밥을 먹기로 했던 날의 일이다. ‘을’ 거래처의 신입사원 담당자도 아니고 업무와 관련한 미팅도 아니었으나 그는 상대방을 최대한 배려하며 톡을 남겼다.


[약속 전날] 내일 혹시 편하신 시간대가 있을까요? 맞춰 갈게요. 내일 도착 전에 연락드릴게요!

[약속 당일] 저 갑자기 핸드폰에 문제가 있어서 대리점 좀 들려야 할 것 같아서요. 대리점 들렸다 가도 늦지는

                 않을 텐데 혹시 몰라서 말씀드립니다! 혹시라도 가다가 늦을 것 같으면 최대한 빨리 말씀드릴게요!


그는 약속 시간보다 5분 일찍 도착했다. 친할수록 배려를 잊기 쉽지만 그는 다르다. 상대방의 시간과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음식점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노력하는 모습에 관심을 보였더니 인생에 몇 가지 행동 원칙이 있다고 했다.


사무실에 누군가 방문하면 친절히 인사하고 앉을 자리를 안내하고 음료를 준비하는 것,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에서 핸드폰을 보면서 다른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것, 좁은 길가에서 친구들과 걸을 때는 반대편에 사람이 지나갈 길을 터주는 것, 낯선 곳에 누군가를 초대하면 되도록 혼자 두지 않고 세심히 안내하는 것, 약속 시간에 조금이라도 늦으면 사전 양해를 구하고 상대방이 불안하지 않게 하는 것 등 사람을 대하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고 한다. 본인이 곤란했던 경험을 토대로 반면교사 삼았다는 것이다.


허 박사의 지도교수였던 유하진 교수님께 직접 들은 이야기다. “허 박사는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력과 인품이 뛰어납니다. 저는 연구실 운영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하도록 맡깁니다. 그는 확인하지 않아도 좋은 연구 결과가 있으면 먼저 찾아와서 실험 결과를 설명해 주곤 했습니다. 신입생에게는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지식을 전달해 주고 동료들과 협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졸업 논문을 쓰고 발표하는 그 기간에도 후배들 프로젝트를 돕는 등 배려가 무척 뛰어난 학생입니다.


보통 대학원 마지막 학기에는 졸업 논문으로 기업체 프로젝트는 후배들에게 맡깁니다. 그런데 그는 그 기간에 석사 학생이 맡고 있는 기업체 연구과제 회의에 참석한다고 해서 제가 많이 놀란 적이 있습니다. 혹시나 그 후배가 잘 모르는 질문을 받거나 하면 도와주기 위해서 참석하기로 했던 것이었습니다. 요즘 세대답지 않게 윗사람을 공경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자세가 항상 몸에 배어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과 직접 대면하기보다 카톡으로 주로 대화하는데, 허 박사의 대화의 끝은 항상 ‘감사합니다’로 끝났던 것 같습니다. 그의 장점을 말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네요.”

유 교수님이 직접 기술하신 허 박사에 대한 피드백이다. 카이스트 박사이며 대기업에서 음성인식 시스템을 구현한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유 교수님은 연구실에서 화내신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성품이 좋으시다. 그러니 유 교수님의 인정은 정말 특별하다. 좋은 스승과 좋은 제자의 모습이다. 인공지능은 기술만 배우고 수학만 잘하면 되는 소위 ‘공대생의 학문’은 아니다. 인공지능은 사람을 관찰하는 학문이다. 사람의 필요를 섬세히 관찰하고 마음을 읽어내서 사람을 돕는 것이다. 허 박사가 인공지능을 전공하게 된 이유는 이러한 성품이 작용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배려하는 사람이 배려하는 스승을 만났고 배려의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눈치 보는 사람’과 ‘눈치 있는 사람’이 있다. 눈치 보는 사람은 마지못해서 배려 비슷한 것을 하지만 진정한 배려는 아니다. 눈치 있는 사람은 상대방에 대한 적극적인 마음으로 필요를 알아낸다. 상대방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느끼는 동시에 내 마음의 필요도 잘 챙겨서 서로에게 윈윈하는 계기를 만든다. 눈치 있는 사람은 여유에서 나오는 배려를 보여주어 편안하게 한다. 비행기는 좌우 날개 균형이 맞아야 하늘을 날아갈 수 있듯 나와 상대방 모두를 향해야 편안한 배려를 만들 수 있다.

이전 10화 보이지 않는 고릴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