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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사 Jul 07. 2023

어떤 인재를 기를 것인가

On Entrepreneurship and Business | 기업가정신

“너무 많은 인재가 인터넷, 금융, 법률 관련 산업으로 몰린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많은 혁신을 경험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I think there are probably too many smart people pursuing Internet stuff, finance and law. That is part of the reason why we haven't seen as much innovation."


자녀가 어떤 직업을 가지기를 바라는가? 현재 우리 사회의 인재들은 어디에 집중하고 있을까?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초등학생이 원하는 미래 직업 10개는 다음과 같다. 운동선수, 크리에이터, 요리사, 배우, 가수, 웹툰 작가처럼 명성과 재정적 성공을 함께 얻을 수 있는 직업군이 인기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4개는 전통적인 직업군이다. 의사, 법률가, 교사, 경찰이다. 수십 년째 부모와 자녀가 원하는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직업들이다. 일단 상위 10개 직업군에 과학자와 엔지니어는 보이지 않는다. 


소위 ‘사짜’ (의사, 변호사, 판사, 검사) 직업에 대한 열망은 산업화시대를 지나 잦아드나 싶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인재들은 전문직이 주는 희소성, 직업 안정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과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들은 묻고 따지지도 않고 의대로 진학한다. 5~6년 전이라면 학교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당연히 과학고나 영재고를 지원했을 테지만, 지금은 그 우수한 학업 능력을 이용해 직업적 희소성과 안정적 수입이 보장되는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해 정시를 노리는 아이들도 많다는 것이 요즘 트렌드다. 의대 편중현상은 과거보다도 더 심화되었다고 한다. 반면, 국가적으로 과학 영재를 키우기 위한 과학고와 영재고의 진학률은 해를 거듭할수록 낮아지고 있다. 2019년 15대 1이었던 과학고와 영재고의 경쟁률은 2024년 원서 접수 결과를 토대로 살펴보면 5.9대 1까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잠재적인 미래 혁신가로 자라날 과학 영재 풀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심각하다. 


정부와 교육 당국도 이런 사실에 대해 필사적으로 대응하려고 노력 중이다. 과학고나 영재고에서는 2022년부터 의대에 진학하겠다는 학생들에게는 대학 진학 시 추천서를 써 주지 않는다거나 그동안 투입된 학비를 모두 환수하겠다는 조치까지 꺼내 들었다. 국가 과학 영재를 육성하려는 설립 취지와 달리 학생들은 의대로 몰릴 뿐이다. 학생들 입장에서도 의대를 가지 못한다면 과학 영재고는 더 이상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갈 필요가 없다. 학비를 무료로 해 주고, 일반계 학생들의 두 배 이상의 예산 지원을 통해서도 과학 영재의 산실이 의대 입시반으로 변질되는 현상을 막지 못하고 있다. 


의대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최고의 엘리트 대학에 진학하고도 다시 반수를 택한다. 수능은 의대에 진학하려는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쟁 무대가 되고 있다. 재수, 삼수를 하더라도 의대를 가야 한다. 2022년 서울대에 입학하자마자 휴학한 학생이 225명인데, 대다수가 의대나 치대를 가기 위해 휴학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는 조심스러운 해석도 있다. 유튜브에는 십 수년간 대기업 엘리트 직원으로 근무했지만 다시 공부에 도전해 의대 신입생으로 입학한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는 40대의 이야기도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문과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제학과나 경영대를 나와서 고시를 통해 최상위 경제 엘리트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법조 엘리트의 기득권이나 카르텔 역시 마찬가지다. 법조인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회사가 있다. 법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김앤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김앤장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법률사무소다. 창업자이자 실질적인 오너인 김영무 대표변호사의 재산과 소득은 상상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 2006년에는 당해 연도 소득만 600억 원으로, 당시 삼성의 이건희 회장을 넘어서고 국내 개인 소득 국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화제가 되었다. 


의대와 로스쿨 대신 과학과 기술을 선택한 영재들은 어떤 진로를 택할까? 머스크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수긍이 간다. 미국 자본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지며 가장 높은 가치로 평가받는 기업들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분위기를 알 수 있다. 기술 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정서와 일치하는데, 빅테크 기업들이 수익성이 좋은 인터넷과 디지털 광고에만 집중하다 보니 다른 혁신 분야에 필요한 인재와 자원이 배분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빅 테크 기업들이 광고에서 어떤 재무적 성과를 얻고 있는지 데이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검색 엔진 시장의 지배적인 기업인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광고에서 창출한다. 재무 수치를 살펴보면, 2020년 구글의 광고 매출은 1,470억 달러다. 2023년 6월 기준 환율로 한화 약 194조 원으로, 당해 연도 알파벳 전체 매출의 약 80%를 차지했다. 2022년 이런 현상은 더 가속화되어 광고 매출은 2250억 달러에 달했다. 한화 약 296조 원이다. 구글의 광고 사업에는 구글 검색, 유튜브, 200만 개가 넘는 웹사이트, 동영상 및 앱으로 구성된 네트워크인 구글 디스플레이 네트워크Google display network 및 구글 애즈Google Ads 등 다양한 플랫폼이 포함된다. 


페이스북Facebook의 모기업인 메타Meta는 어떨까. 마크 주커버그가 설립하고 인스타그램Instagram, 와츠앱WhatsApp 등 다양한 소셜 네트워킹 플랫폼을 보유한 메타는 디지털 광고 업계의 또 다른 주요 플레이어다. 이 회사 역시 매출의 대부분을 광고에서 창출한다. 2020년 그들의 광고 매출은 840억 달러(110조 원)로, 당해 연도 매출의 98.5%를 차지할 정도로 광고는 그들의 비즈니스에 절대적이다. 이 정도면 SNS 기업이 아닌 광고 회사라고 불러도 될 법하다. 2022년에 메타의 광고 매출은 1140억 달러(150조 원)에 달했다. 


이런 재무적인 숫자들은 구글과 메타 같은 기업들이 광고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으며 재무 의존도가 높은지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역으로 이들 기업의 인재와 리소스 중 상당 부분이 광고 플랫폼을 최적화하고 확장하는 데 투입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세계적인 기업들이 최고의 인재들을 무제한으로 빨아들여 광고 매출을 올리기 위한 작업에 사용하고 있으며, 순수 엔지니어링 분야에는 충분히 고급 인재들이 공급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머스크의 포인트다.


“우리 시대 최고의 인재들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광고를 클릭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The best minds of my generation are thinking about how to make people click ads).”라는 이 유명한 말을 남긴 것은 데이터 분석 플랫폼 기업인 클라우데라Cloudera의 수석 데이터 과학자이자 공동창립자인 제프 해머바커Jeff Hammerbacher다. 그는 월스트리트에서 퀀트(계량적 방법을 응용한 포트폴리오 관리, 투자 의사결정 등을 하는 방법론) 분석가로 일하기도 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어려서부터 숫자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초기 페이스북에서 데이터 팀을 이끌었다. 2011년 초창기의 페이스북에서 그는 빠르게 성장하는 소셜 네트워크 사용자의 행동, 관계, 욕구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궁극적으로 이 데이터를 통해 정확한 광고 타겟팅을 가능하도록 하는 일에 전력했다. 


페이스북에서 몇 년을 보내고 난 후 해머바커는 데이터에 기반한 획기적인 컴퓨터 과학의 상용화와 기술 진보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믿게 되었지만, 구글과 트위터를 포함한 빅 테크 기업들이 지배하는 실리콘밸리에서 자신과 동료들이 정밀한 광고 기계를 만들고 다듬으면서 재능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업계에서 유명해진 자신의 발언에 덧붙여 "그건 정말 짜증나죠(That sucks)."라고 말했다. 당시 영국의 가디언The Guardian 등 언론은 구글이 이공계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들을 고용해 온라인 광고 전문가가 되었다고 비꼬는 당시 분위기를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 구글의 초기 네트워크 하드웨어 담당자는 전직 뇌를 연구하던 의사 출신의 엔지니어였다고 한다. 


초창기의 웹 서비스는 1.0으로 정의되는데, 이것은 인터넷 상에서 일방적인 정보 전달을 의미한다. 유저들은 단지 특정 사이트에 접속해서 정보를 가져갈 뿐이었다. 다음 웹 2.0으로 정의되는 시대는 개방, 참여, 공유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곧 크리에이터가 되어 직접 정보를 생산하면서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노드node들이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웹 시대를 의미했다. 웹 2.0 시대의 비즈니스 대부분은 각종 도구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광고 판매에 주요 수익원을 의존하는 구글 스타일의 비즈니스 전략을 추구했다. 때문에 빅 테크 기업들이 광고에 목숨을 걸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어떤 비즈니스도 영원히 무한정 공짜로 제공될 수는 없다. 


해머바커의 말은 빅 테크 기업들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쉬운 돈벌이에 집중한다고 비판한 것이다. 물론 구글과 메타 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전사적으로 광고 역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광고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다른 혁신 분야의 기술에도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은 자동차의 자율 주행 기술을 진전시키고 있는 웨이모Waymo, 인공지능 연구에 집중하며 2017년 바둑으로 인공지능 열풍을 일으켰던 알파고AlphaGo의 딥마인드DeepMind와 같은 자회사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메타는 가상현실 장비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오큘러스Oculus 같은 회사를 인수하여 적극적으로 미래의 컴퓨팅 환경을 제시하는 기술에도 앞장서고 있다. 


물론 이런 의견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광고를 클릭하게 만드는 기술은 단순하지 않다. 이 과정은 다른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의 기반이 되는 복잡한 최첨단 기술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프로세스다. 광고를 클릭하게 만드는 기술이 높은 수준의 컴퓨팅 능력, 대규모 분산 스토리지 시스템의 생성 및 관리, 머신 러닝 기술을 위한 대량의 데이터 조작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기여한 바도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심도 있고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엔지니어링 능력도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고객에 대한 최적화된 광고를 제공하기 위해 기계 학습 능력이 발달한 것도 사실이다. 이 분야의 발전이 머신러닝이 다루는 일반적인 문제와 무수히 많은 응용 분야에 대해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너무 많은 프로그래머가 의미 없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경력을 낭비하고 있다고만 보기는 힘들다. 실제로 광고가 없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다. 또한 광고가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연료 가운데 하나라는 것도 부정하기 힘들다. 광고 수입으로 구글은 지도, 동영상, 이메일, 각종 모바일 및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에 투자해 왔다. 수익을 내지 못하고 사라진 사회적 기업가정신 바탕의 서비스들도 있다(예를 들면 기구를 띄워서 인터넷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오지 환경의 사람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WiFi 환경을 제공하려던 프로젝트 룬Project Loon과 같은 시도들 말이다). 시민들을 억압하는 독재 국가의 실상을 실시간으로 언론 통제 없이 세계에 전하던 SNS의 피드들을 접한 적이 있다면, 광고 수익으로 전 세계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세상에 대한 기여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셈이 된다. 이러한 서비스들도 대부분의 수익을(90% 이상) 광고에서 창출한다. 


실제 많은 유능한 엔지니어들이 사람들이 광고를 클릭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 온 결과, 우리가 누리는 편리한 서비스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광고 역시 나름대로의 기여를 통해 기술을 발전시켰다. 그 기술이 중요하지 않다고 폄하할 만한 근거는 역시 충분하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수학자들은 ‘지적으로 아름다운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유용한 문제보다는 지적인 문제를 선호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본적인 수학의 전제는 수학뿐 아니라 물리학, 화학, 엔지니어링, 프로그래밍 등 모든 영역에서 매일 사용되고, 실용적 가치를 지닌 수많은 발명과 발견의 기반이 되었다. 


사실 기업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기술이 사용되지도 못한 채 사장되거나, 쓸모없어서 처박아 두었던 기술이 향후에 엄청난 혁신을 일으키는 기반이 된 일은 셀 수도 없이 흔하다. 즉, 어떤 기술이 세상에 도움이 되고, 어떤 기술이 그렇지 않은지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혁신 기술들은 처음에 쓸모없다고 여겨졌고, 우리가 ‘혁신’이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일들이 누구나 처음에는 반대했던 일들이었음을 생각해야 한다. 숫자로 만든 알고리즘이 오늘날 세상을 바꿀 줄 누가 알았겠는가. 모든 과학적 발견의 50%가 우연히 이루어진다고 한다(우연하지 않은 발견이 50%라면, 결국 알 수 없다는 것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포르노 산업 역시 가상현실 기술 및 스트리밍 기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 무엇이 세상을 바꿀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머스크가 지적하듯, 앞으로의 인재들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도록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지구 밖으로 나가는 일, 우주 식민지를 개척하는 일, 지속 가능한 에너지의 가속화를 진전시키는 일 등이 그렇다. 쉽게 돈을 벌거나 경제적인 해자를 만들 수 있는 직업적 선택에 대해서 미래 세대들이 어떤 결정을 하도록 만들지는 지금 기성세대들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혁신이란 누구나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에서 탄생하는 법이다. 어려운 일에 다음 세대가 도전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어떤 비전을 심어줄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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