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만들고 쓰는 거요.
올해 초, 퇴사하고 나서 욕심 낼 것들을 이리저리 적어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아니 학원이 너무 힘들었거든요. 하고 싶은 걸 못하면서 안 하면서 까지 온 힘을 다해서 일을 했는데 돈을 떠나서 보상이 쉽지가 않더라고요. 전 약간 마음이 가득 차오르면 그게 보상의 전부거든요. 칭찬받고 인정받고 뭐 그런 거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없다니! 스스로에게 칭찬하고 만족하면서 겨우겨우 버텨내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어요. 그렇다면 하고 싶은 걸 하러 떠나야겠다 하면서 퇴사를 결정했죠. 그 덕분에 하고 싶은 게 엄청나게 많았던 시즌이라 줄줄이 소시지처럼 쏟아져 나오는 '퇴사하면 하고 싶은 거' 목록을 추려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너무 많으면 올해 안에 해내기가 어렵고 또 하나라도 포기하지 않고 전부 목표로 설정한다고 하더라도 다 해내지 못해서 얻는 실망감이 저를 더 힘들게 할 테니, 어렵지만 몇 가지만 골라내보기로 했습니다. 제게 주어진 삶이 끝날 때, 어떤 사람으로 이야기되고 싶은지를 고민해 봤어요. 뭐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 그런 말도 있잖아요? 그런데 진짜 신기하게도 그 생각을 하자마자 수많은 리스트 중 딱 세 가지만 남더라고요.
그림을 그리고 싶다. 내 이야기가 담긴 그림을 좋아해 주는 사람을 모아보고 싶다.
만화를 만들고 싶다. 내가 그리고 싶은 이야기를 잘 그려내보고 싶다.
이야기를 쓰고 싶다. 매력적인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정말 웃긴 일이에요. 왜냐면 전 생명과학을 전공한 창작과는 거리가 좀 있는 이과사람 이거든요. 그런데 뭔가를 그리고 만들고 쓰고 싶다니? 그래서 좀 더 두려움이 함께 하는 것 같달까요. 그렇잖아요. 창작이라는 게.. 절대 그냥 하고 싶다 해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요. 근데 또 고민만 하고 난 안될 거야 하고 도전도 안 해보는 게 과연 내 인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해보기로 했어요. 두려움을 품에 안고서 모두가 쉽지 않을 것이라 하는 길을 가는 게 또 그 나름의 재미가 있지 않을까! 또 내가 잘 될 수도 있잖아! 이런 감당 안 되는 긍정에너지가 갑자기 막 차올랐거든요.
그래서 올해의 저는 잘 그리고 잘 만들고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직 한참 모자라기 때문에 '잘한다'의 기준이 꽤 낮거든요. 그래서 왠지 올해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지금 저에게 '잘'은 일 년을 꾸준히 해내면서 성장을 보이면 되거든요. 꾸준히도 쉽지 않으니까 저 이번 한 해를 잘 버텨낸다면 앞으로는 이 경험을 가지고서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성장 파트가 쉽지 않을 것 같긴 한데......
성장은 보통 정성적과 정량적으로 판단하더라고요. 저도 사실 명확하게 이름으로 나누지만 않았을 뿐, 인생의 모든 순간을 그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판단해 보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올해의 도전에서 저는 정량적 성장에 좀 더 초점을 두고 나아가보기로 했습니다. 이미 시작한 것으로 정성적인 성장은 이뤄냈다고 생각이 드니까요? 아무래도 숫자가 사람들에게 좀 더 확 눈에 띄는 결과이지 않을까. 그 사람들에 저 스스로도 포함이고요. 근데 또 그거 아세요. 숫자에 집착하면 또 맘먹은 대로 잘 못해내는 게 사람이더라고요. 하- 정말 쉽지가 않아요. 이런 조건 저런 조건들을 들이대니까 또 마음이 급해지는데 이걸 잔잔하게 조절해 나가면서 한해를 마음먹은 대로 잘 이끌어나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그럼 다음 주에는 왜 하고 싶은지 한 번 떠들어볼게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곁가지로 새어나가는 이야기들을 쳐내기가 바쁘네요. 나름 다듬었지만 투박한 제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