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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울 May 20. 2024

프리랜서는 이런 것이군요.

간조와 만조가 있는 일의 조차.

지난주 몸을 좀 움직여보겠다는 마음을 먹고서 사부작사부작 움직이며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남편 출근 시간에 맞춰서 동네도 돌아보고, 유튜브로 요가 수업도 들어보고, 근력운동도 하면서 몸을 좀 쫀쫀하게 쪼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훨씬 활기도 생기고 의자에 앉아서는 일만 딱 할 수 있을 만큼의 집중력도 더욱 늘어난 것 같았어요. 


이렇게 여유가 좀 찾아왔다 싶었는데 갑자기 일이 몰아쳤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경기도 지원사업 1차 서류평가에 통과했으니 수요일에 있을 발표평가를 준비해라. 화요일까지 발표 ppt도 제출해라. 는 내용의 메일을 하나 받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였어요. 마음이 급한 저는 모든 일들을 잠깐 정지시키고 발표 평가 준비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러다 저녁이 되니 협찬 물건이 택배로 도착했고, 그 이후부터는 ppt제출보다 빨리 업로드해야 하는 협찬 콜라보 인스타툰을 그리기 위한 작업으로 넘어갔습니다. 토요일에는 남편과 놀러 가기로 했어서, 금요일 저녁, 토요일 오전까지 해서 인스타툰을 모두 완성시키고 다녀왔고요. 일요일엔 ppt를 완성해 냈습니다. 5분짜리의 발표 ppt인데도 욕심이 자꾸 생겨서 뭘 넣고 또 넣고 추가하고 하다 보니 페이지도 한 바가지, 할 일도 한 바가지인 거예요. 그러고 오늘 저는 서산엘 다녀왔습니다. 같이 그림 그리는 작가님과 만나기로 했거든요. 점심을 먹을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카페에 간 이후부터 제안을 받았어요. 진짜 4일을 내리 몰아쳤던 것 같아요.


아 프리랜서란 것은 이런 것이구나. 갑자기 어디서 무슨 일이 들어올지 모르지만. 또 일이 언제 다시 들어올지 모르니 지금 기회가 왔을 때 일단 수락하고 봐야겠다는 생각 말고는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안해 주시는 모든 일들을 일정표에 끼워 넣어 맞추기로 했습니다. 출근이 자유롭다는 것은 퇴근도 언제가 될지 모르는 일 이니까요. 그래서 오늘도 저녁을 먹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이 프리랜서 생활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한 일기 같은 브런치도 어떻게든 마무리 지어서 연재를 지속해야 하고, 추가로 받은 업무가 대략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인지 파악해서 오늘 자기 전까지 전달해야 하고, 시범운영 중인 웹툰 플랫폼에서 제작하는 영상툰을 위한 자료전달과 계약서 전달을 또 해야 하거든요. 이렇게 또 쓰니까 할게 많네요. 벌써 9시인데 오늘 안에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론산(?)이 생각나는 저녁입니다. (지난주에 했던 생각이 또 드네요..) 


바닷물은 주기적으로 밀물과 썰물을 반복하며 가장 수위가 높은 만조와 가장 수위가 낮은 간조가 나타납니다. 지난 금요일부터 끊임없이 몰아치던 이 모든 일들을 쳐내면서, 또 오늘 추가된 일들을 받으면서. 왠지 지금 제 상황이 해수의 흐름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 지금 나는 밀물이구나. 하고 또 이 정신없는 와중에 생각에 잠겼습니다. 



보통 만조와 간조의 차이를 조수간만의 차이라 합니다. 이게 큰 건 서해바다고 작은 건 동해바다인데 프리랜서는 아무래도 클 테니 서해라고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만조일 때는 그냥 일반적인 바다죠. 물도 한가득에 그 속에 담긴 모든 것들이 한가득. 풍요로운 바다의 겉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속에서는 많은 생물들이 정신없이 삶을 이어나가고 있고요. 일이 한가득 들어왔을 때 겉에서 보면 풍요롭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잘 들여다보면 정신없이 일을 쳐내고 있는 프리랜서가 있잖아요. 그러다 썰물로 물이 다 빠지고 간조가 되면 바다는 땅을 드러내게 됩니다. 겉에서 봤을 땐 이게 바다야? 싶을 정도로 물이 하나도 없는 모양이지만은 사실 그 속에는 갯벌이라는 또 다른 생태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을 볼 수 있죠. 그니까 일이 왕창 없어진 상태 일지라도 잘 보면 좀 더 성장하고 있는 프리랜서를 볼 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이런 생각들을 하며 집에 왔습니다. 서산에서 고양으로 오는 길에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오는데, 아무래도 그때 갯벌과 바다를 보며 들었던 생각인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오늘도 무사히. 월요일의 연재를 마무리지어봅니다.

다음 주에는 또 어떤 삶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약간 두렵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5월. 진짜 스펙터클하네요! 다음 주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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