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아무도 안 계세요...?”
나나가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용기 내어 누군가를 불러보지만 아무런 대답도 인기척도 없었다.
‘이제 어쩌지? 계속 여기 서 있어야 하나? 아니면 아무 곳이라도 들어가 봐야 하는 건가?’
열린 큰 문 안으로 들어오자 정 가운데에 길고 높은 검은색 테이블이 있었고 그 테이블 양옆으로 아치형 모양의 문들이 쭉 이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문에는 역시나 검은색 커튼이 쳐져 있어 문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으며 문 위에마다 제각각 태양, 초승달, 전갈, 뱀, 등등의 다양한 무늬가 황금색으로 찍혀있었다.
나나가 그 무늬들을 살펴보고 있던 그때, 누군가가 나나를 부른다.
“2층에서 온 송나나 씨인가요?”
갑작스러운 말소리에 깜짝 놀란 나나가 뒤돌아보자 창백하다 못해 푸른빛이 도는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의 흰 피부와 긴 백발을 가진 남자가 검붉은 후드를 쓰고 서있었다.
너무 놀란 나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겨우 입을 떼어 인사한다.
“아... 안녕하세요 송나나입니다... 저기...”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마른침을 삼키는 나나.
그런 나나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남자는, 나나의 현재의 심정에는 관심 없다는 듯 무심하게 뒤에 있는 테이블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송나나 씨는 오늘 저기 저곳에서 일해주시면 됩니다. 손님들을 안내해 주는 일이고, 곧 같이 일할 직원이 올 테니 업무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 마세요.”
자기소개도 없이 할 일을 말해주는 남자의 말에 나나는 “저기, 그래도 제가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하고 걱정스럽게 말끝을 흐리자, “안내일은 수습사원과 신입이 하는 일이니까 어려울 건 없어요 그냥 같이 일하는 우리 쪽 직원이 알려주는 대로 따라 하면 되고, 주의사항만 지키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나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 후 테이블 뒤쪽으로 걸어 들어가니 긴 두 개의 나무 의자가 놓여있고
아래로는 작은 서랍들이 빼곡하게 들어차있었는데 그 서랍에도 좀 전에 보았던 문양들이 찍혀있었다.
머뭇거리며 의자에 앉는 나나를 본 남자는 이렇다 할 말도 없이 그대로 복도 안으로 사라졌고 나나는 이 상황을 어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멀뚱히 앞만 보고 있기를 몇 분, 드디어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 나나는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나나 옆으로 다가와 말없이 의자에 앉은 여직원.
유니폼 위에 녹색 수습배지가 아닌 빨간색 수습배지를 단 입사 첫날 마주친 그 사람, 먼저 인사했지만 대꾸도 없이 자기를 무시했던 그 사람이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다는 것에 놀란 나나도 말없이 앞만 바라보며 앞으로 이곳에 있어야 할 시간들을 걱정했다.
앞서 했던 걱정과는 다른 걱정... 정적 이 흐르는 공간에 아무 말도 없이 인형처럼 앉아있는 두 사람 사이의 균형을 깬 건 의외로 지금까지 입이 없는 것처럼 행동했던 그 사람이었다.
“저기... 그때 미안했어요”
갑자기 들려온 사과에 놀란 나나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네? 뭐... 뭘요?” 하고 되묻는다.
“처음 만난 날요 탈의실에서 먼저 인사해 주셨는데 제가 대꾸도 안 하고 먼저 나갔던 일이요”
“아~ 그 일은 벌써 잊었어요 사실 다짜고짜 먼저 말 시킨 것도 이상하죠”
나나는 오버스러운 손동작을 취하며 별일 아니라는 듯 행동하면서 어색한 이 순간을 빨리 넘기려 했다.
“사실 누군가가 그렇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준 게 처음이라 어찌해야 할지 잘 몰라서... 그래도 정말 기뻤어요”
의외의 말에 살짝 이해가 가지 않는 나나.
‘뭐가 당황스럽고 기뻤다는 걸까?’
하지만 굳이 묻지 않고 살짝 미소를 띠며 “그럼 우리 정식으로 인사할까요? 전 송나나예요 지금 2층 매대에서 일하고 있어요”
나나가 환하게 웃으며 자기소개를 하자 “저는 튜모시 힐이라고 해요 보시다시피 지하 3층에서 안내를 맡고 있고요”
뭐가 그리 쑥스러운지 튜모시는 고개를 푹 숙이며 모기만 한 목소리로 자기를 소개한다.
“반가워요 ~ 사실 갑자기 내려온 것도 그렇고 이곳에는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엄청 긴장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아는 얼굴이 있으니까 긴장이 좀 풀리네요”
나나는 이제 좀 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자 튜모시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 마세요 이곳은 많은 손님이 오는 곳도 아니고 주요 안내일은 제가 할 거고 나나씨는 반납되는 책들 때문에 제가 자리를 비우게 되는 그때만 도와주시면 돼요”
“반납이요? 여긴 서점인데 왜 책을 반납하는 거죠?” 나나가 이상한 듯 묻자, “여기에 있는 책들 중 반정도는 판매 금지된 책들이에요, 주로 고대마법서들이 대부분인데 이곳 외에는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아 세계 곳곳에서 빌리러 와요”
“그렇군요!”
나나는 튜모시의 이야기에 좀 전의 두려움이나 불안을 잊은 채 어서 빨리 마법사나 마녀 혹은 연금술사들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생겼다.
흥미와 기대감 가득한 나나의 두 눈에 튜모시가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책상에 붙은 서랍장 하나를 열어 두꺼운 가죽으로 만들어진 장부를 꺼내 펼쳐보이며 나나에게 설명한다.
“이 장부는 책을 빌려간 손님들의 이름과 책제목, 반납날짜가 적혀있어요, 만약 나나씨가 혼자 있을 때 책 반납을 하는 손님이 오시면 이 장부를 펼치고 조금 기다리면 알아서 그 손님의 이름과 책 제목의 글씨에서 빛이 날 거예요 그럼 손님 이름과 책제목을 한번 더 확인하고 이 도장으로 옆 빈칸에 찍어주면 됩니다. 대부분의 마법사나 마녀들은 인간들과 말을 하지 않아요 아마 말을 시켜도 묵묵부답이거나 고개만 까딱일 테니 너무 기분 나빠하거나 당황하지 마세요”
“어? 진짜요... 그럼 친구가 되기는 힘들겠네요 아니 친구는 못되더라도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려면 대화를 해야 하는데... 그건 어렵겠네요?”
나나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시무룩해하자, 튜모시가 무엇인가 설명해주려 할 때 닫혀있던 지하 3층의 문이 열리며 손님이 들어왔다.
순간 나나는 긴장했고 튜모시는 침착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손님을 맞이한다.
나나도 얼른 튜모시를 따라 벌떡 일어나 어색한 미소를 띠며 자기도 모르게 “어서 오세요 손님~” 하고 인사를 했지만 두 직원 앞에 선 손님은 말없이 손바닥을 펴자 작은 불꽃이 일렁이며 글자들이 나타났다.
처음 보는 신기한 광경에 나나가 두 눈이 동그래진 사이, 튜모시가 보이는 글자를 메모지에 적고 책상밑 작은 서랍장을 열어 황금색 태양 조각이 달린 열쇠를 내어주며 “오른쪽 첫 번째 구간으로 들어가셔서 열쇠에 적힌 숫자와 같은 서가를 찾으시면 됩니다, 찾기 어려우시면 직원에게 이 쪽지를 건네주시면 도와 드릴 겁니다”
튜모시가 내어준 열쇠와 메모지를 받아 든 손님은 말없이 태양 문양이 찍혀있는 문의 커튼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아~”
나나는 자신도 모르게 참고 있던 숨을 내쉬자,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는 티모시에게 바짝 다가서며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저 손님 마술사예요?”
“네, 처음이라 신기하죠?”
튜모시가 놀란 토끼눈의 나나를 보며, “대부분 마법사나 마녀들은 찾는 책들을 저렇게 간단한 마술이나 환술 같은 걸로 알려줘요, 가끔 직접 말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하는 방법이 서로 편하다고 할까요? 이곳을 찾는 손님 대부분이 독특한 억양이나 부정확한 발음 때문에 알아듣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말보다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방법이 좋아요”
듀모시의 설명에 더욱더 호기심이 강해진 나나는 손님이 들어간 문을 가리키며 “튜모시씨도 저 안에 들어가 봤나요? 저도 슬쩍 들여다봐도 될까요?”
나나는 기대감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튜모시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나나의 기대를 저버리게 만들었다.
“들여다보는 건 가능하지만 일반분들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거예요 그냥 텅 빈 어두운 공간으로만 보인다고 하더군요”
튜모시의 대답에 실망한 나나.
“그렇군요...”
“대신 이따 퇴근하기 전에 제가 재밌는 책을 보여드릴게요”
“재밌는 책이요?”
나나가 튜모시를 쳐다보며 궁금해하자, “네! 마법서인데 제목을 부르면 이 복도를 뛰어다니면서 자기를 부른 사람을 찾는 책이 이예요”
“책이 뛰어다닌다고요? 와! 진짜요?”
“진짜요, 지금은 근무시간이니까 퇴근 전에 불러서 보여줄게요”
“네, 너무 기대돼요.”
나나가 밝게 웃자 튜모시도 희미하게 웃는다.
그리고 또다시 문이 열리고 이번에는 바닥까지 끌리는 긴 머리카락을 가진 손님이 빗자루를 손에 쥐고 들어오자, 나나는 벌떡 일어서려다 말고 침착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말없이 손님을 맞이했다.
마녀로 보이는 손님은 나나를 슬쩍 쳐다보고는 곧바로 튜모시에게 말려있는 종이를 내밀자, 갑자기 종이에서 불꽃이 일어나며 쇳소리 같은 음성이 들린다.
하지만 수신음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라디오 소리처럼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할 지지직 같은 소리만 들릴 뿐이어서 나나는 자기도 모르게 튜모시를 쳐다본다.
튜모시도 처음부터 금방 알아듣지는 못한 것 같이 귀를 기울여 다시 듣고는 역시 테이블 아래 서랍을 열어 입술모양의 붉은색 열쇠를 내어주며 “왼쪽 복도를 쭉 걸어가시다 끝에서 네 번째 문으로 들어가세요 그 안에서 열쇠에 적힌 숫자와 같은 서가를 찾으시면 됩니다, 찾기 어려우시면 직원에게 이 쪽지를 건네주시면 도와 드릴 겁니다.” 하며 역시 메모지에 뭔가를 적어 손님에게 전해주자 마녀 손님은 말없이 왼쪽의 복도 안으로 걸어간다.
손님의 뒷모습이 멀어지자 나나는 “튜모시씨는 방금 전의 그 소리를 어떻게 알아들으신 거예요? 전 아무리 들어도 지지직~ 하는 소리밖에는 안 들렸는데요?”
나나가 진짜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묻자, 튜모시가 희미한 웃음을 보이며, “사실 저도 잘 몰라요, 희미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무슨 책을 찾는지 정확하게 알 순 없어요, 하지만 다행인 건 저분은 이곳을 자주 오시는 단골손님 중 한 분이고, 거의 같은 종류의 책만 보는 분이라 항상 가시는 주문서 코너로 안내해 드린 거요”
튜모시의 말에 나나는 “세상에 진짜요?” 하며 조금 놀랐지만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다시 문이 열리며 손님들이 들어오며 나나의 본격적인 지하 3층 업무가 시작되었고 그렇게 퇴근시간이 될 때까지 의아함과 당황스러움, 그리고 놀라움을 느끼며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른 체 지나갔다.
서점 문이 닫힐 시간이 되자, 튜모시는 장부와 서랍장의 열쇠들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들어오는 문을 안에서 잠그자, 양쪽 복도에 있던 문들의 커튼이 열리며 퇴근을 하려는 직원들이 하나둘 보였다.
나나는 자리에 일어나 인사하고 싶었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서로 말도 없이 조용히 직원용 문으로 빠져나갈 뿐 멀뚱히 서서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나나에게 관심을 두는 이는 없었다.
그러다 나나처럼 일반층에서 지원을 나온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대부분 처음 보는 얼굴이라 눈인사만 나누었을 뿐 딱히 대화를 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여기 계시는 분들은 모두 말수가 없으신가 봐요?”
나나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자, 튜모시도 자리를 정리하며 “서로 다른 종족의 직원들이 많기도 하고, 하루종일 위험한 도서들과 범상치 않은 손님을 상대하고 있으면 체력적으로 많이 부쳐서 그런 것이기도 해요, 가끔 안내가 아닌 서가 일을 도와줄 때면 저도 녹초가 될 정도로 힘이 들거든요”
“아, 그런 거예요? 생각도 못한 일이에요”
나나가 약간 미안한 듯 답하자, “모르는 게 당연하죠~” 하며 텅 빈 복도를 쓱 훑어보고는 나나에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한다. 그리고는 “아까 제가 말한 거 기억하죠? 지금 불러 볼게요” 튜모시의 말에 나나는 “아, 제목을 부르면 뛰어온다는 그 책이요?” 하고 자기도 모르게 크게 말하자, 쉿! 조용히~ 하며 나나를 진정시킨다.
그리고는 “쿰쿠랄라 쿰쿠랄라 책이여 나에게 오라~!” 하며 주문을 외우듯 읊조리자 정말 오른쪽 복도 첫 번째 문의 커튼이 펄럭이며 짙은 청록색의 표지의 커다란 책이 고무공 튀듯 복도의 양끝을 왔다 갔다 달리기를 반복하다 어느새 튜모시를 향해 뛰어들듯 품에 안겼다.
너무 놀라 입이 떡 벌어진 나나를 보며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보인 튜모시.
그렇게 나나의 지하 3층의 업무가 모두 끝이 났다.
퇴근 후 마을버스에서 내린 나나는 오덕이의 저택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린다.
오늘 있었던 어마무시한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오덕이에게 말할 생각에 없던 힘도 생겨 잠시 쉬지도 않고 달려 현관문을 얼자마자 오덕이를 부른다.
“다녀왔습니다~~ 오덕아, 오덕아 어딨어?”
나나의 다급한 부름에 읽던 책을 든 채 나타난 오덕이.
“나나 왔구나, 그런데 무슨 일 있어 왜 이렇게 흥분한 거야?”
“오늘 엄청난 일이 있었어 나, 지금까지 지하 3층에서 근무하다 왔다고~”
나나 가 두 눈을 반짝이며 말하자, 놀란 오덕이가 외치다시피 큰 소리로 말했다.
“뭐? 지하 3층! 거길 네가 왜 갔는데, 아무 일 없었어?”
“응, 아무 일 없었고 진짜 재미있었어, 아~ 또 한 번쯤 가보고 싶은데 어렵겠지?”
나나는 소원을 빌 듯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꼭 감은채 말하자, 오덕이가 물음표 가득한 표정으로 나나를 바라본다.
잠자리에 들기 전 나나는 오덕이와 허브티를 마시며 지하 3층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그리고는 끝맺음에 오덕이에게 물었다.
“튜모시씨도 그럼 어떤 힘을 지닌 종족이라는 걸까? 외모만으로는 평범해 보였는데...”
“나도 잘은 모르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어떤 식으로든 마법을 조금이라도 사용할 줄 알거나 적어도 스스로를 방어하는 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들었어”
“하긴 그 제목을 외치면 뛰어나오는 책도 내가 부르니까 요지부동이더라... 나도 그런 힘이 있다면 진짜 좋았을 텐데”
나나가 조금 아쉽다는 투로 말하자, “그냥 평범한 게 더 좋은 거야, 그런데 그 튜모시라는 직원의 생김새 중 특이한 건 하나도 없었어?”
“특이점이라...? 그냥 짙은 파란색이 섞인듯한 머리칼과 같은 눈동자색, 조금 긴듯한 손가락 정도? 아, 그리고 눈동자가 잠깐씩 회색으로 변하는 것 같았어, 손님들이 가져온 책들을 만질 때 아주 잠깐이었지만 분명히 눈색이 달라지는 걸 봤어”
“흠... 그럼 그 직원은 아마 베에멘스 종족이겠네...”
오덕이가 뜨거운 차를 조심스럽게 홀짝이며 말하자,
“베에멘스 종족?”
“응, 깊은 잠이란 뜻으로 불리는 사람 들인데, 그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죽음과 같은 깊은 잠이 든다는 전설이 있어, 그 방법으로 싫어하는 사람이나 미움을 산 사람들을 저주한다고 알려져 있지, 물론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리 달가워하는 부류는 아니야...”
오덕이의 말에 놀란 나나가 이상하다는 듯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설마 그럴 리 없어 튜모시 씨는 친절하고 다정했는걸, 그런 사람이라면 모두가 좋아할 거야. 처음이 조금 어려워서 그렇지 알고 보면...”
나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문뜩 자기에게 인사를 건넨 사람이 처음이라 당황했었다는 튜모시의 말이 떠올랐다.
시골에서 올라온 자신은 이 레인보우시티에 사는 소수 종족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알아볼 수도 없어 선입견 없이 인사를 했지만, 이 도시 시민들은 튜모시를 피했던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날밤 잠자리에 누운 나나는 심란한 마음에 쉽게 잠들지 못했다.
퇴근 전 다시 이곳에 올면 좋겠다는 나나의 기대에, 마법서가 터지는 이번일 같은 사고가 있지 않다면 어려울 것이라고 말을 했던 티모시.
그럼 점심이라도 같이 먹자는 자신의 말에 희미한 미소만 보이던 튜모시의 얼굴이 떠오르며,
“아마 그것도 어려울 거예요, 식사시간이 살짝 다르고 만약 같다고 해도... 전 그냥 혼자 먹는 게 편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말이라도 해주어서 너무 고마워요 정말요...”
외롭게 보이던 튜모시의 옆모습이 자신의 착각이 아니었음을 느낀 나나는 밤새 뒤척이며 튜모시를 다시 만날 방법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