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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 Oct 24. 2024

나나의 위대한 서점

젤리사탕 가게 데이트

“그건 진짜 아니다, 그 제초제 맞은 풀색은 나 촌년이에요~ 하고 광고하는 것 같다니까”


오덕이는 푸푸루와의 약속 때문에 외출준비를 하는 나나에게 딱 붙어 머리 스타일이 어쩌니, 옷은 그게 아니라느니 하며 폭풍 잔소리를 하는 바람에 나나는 외출하기도 전에 지쳐 쓰러질 것 같았다.


“오덕아~ 그냥 대충 입어도 돼, 데이트 아니고 그냥 친구 만나러 잠깐 나갔다 오는 거야”


나나는 벌써 4번째 갈아입 블라우스를 들어 보이며 오덕이에게 계속 말했지만,

오덕이는 그럴 때마다 “그래~ 나도 알고 있어, 일단 이걸로 입어봐” 하며 다른 옷을 건네주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그렇게 한창 실랑이를 벌이며 결국 오덕이의 고집으로 입은 연한 크림색의 원피스를 입고 현관문을 나서는 나나에게 오덕이가 달려들다 시피하여 ‘칙칙’ 상큼하면서 달달한 향의 향수까지 뿌려주자, 나나가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친다.


“야! 오덕, 너 뭐 하는 거야? 데이트 아니라니까~~~!”


“그래~ 데이트 아니야, 누가 뭐랬니?”


오덕이는 얼른 한발 뒤로 물러서며 짜증을 내는 나나와 거리를 두었고, 나나가 뭐라고 한마디 더 하려 하자마자 후다닥 집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나나는 아침부터 했던 오덕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꾹 참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향수까지 뿌려주자, 폭발해 버렸다.


하지만 이미 오덕이는 집안으로 숨어들었고, 지금 나가지 않으면 약속 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 씩씩 거리며 버스 정류장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향수까지 뿌리면 내가 엄청 신경 쓰고 나온 것 같잖아!”


나나는 양팔을 번갈아 들어 냄새를 확인하며 투덜 거린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창가 커튼 뒤에 숨어서 보고 있는 오덕이.

오덕이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연신 혼자 미소를 짓는다.


“아~ 우리 나나에게 남자 친구가 생긴 걸 아주머니께도 알려드려야 하나?”


사실 오덕이는 나나의 어머니와 가끔 통화를 하면서 나나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려 주고 있었다.

처음 겪는 회사 생활에 치여 마음처럼 자주 부모님에게 연락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금처럼 나나가 외출하거나 출근했을 때 시골집으로 전화를 걸어 어머니와 통화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물론 이 사실은 오덕이와 나나의 어머니 둘만의 비밀이다.

하지만 나나의 사생활까지 낱낱이 파헤치듯 알려주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장미축제 기긴 동안 서점일이 바빠 나나가 연락을 자주 못할 것이라던가, 일을 곧잘 해서 같이 일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칭찬을 들었다 같은 잘 지내고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안부확인 내용들이 대인, 엄마는 듣고 싶어 하지만 나나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 내용들인것이다.


나나의 어머니는 이런 오덕이와의 통화로 걱정을 덜 수 있었고, 세심하게 마음 써 주는 오덕이에게 많은 고마움을 느꼈다.


타인게게 관심 없고 까칠한 성격의 오덕이지만, 자신의 유일한 친구인 나나와 그리고 병으로 요양 중이었던 자기 엄마에게 다정한 이웃이자 친구가 되어주었던 나나의 어머니게만큼은 언제나 진심으로 대했다.   


   




위대한 서점역 가까이 마을버스가 다가서며 속도가 줄자, 내리려는 승객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러설 때 이미 도착해 버스 안에 있는 나나를 바라보며 가볍게 손을 흔드는 푸푸루의 모습이 보이자 나나는 이유 모를 두근거림이 살짝 일렁였다.


“안녕 나나야~ 오늘 진짜 예쁘다”


버스에서 내린 나나에게 푸푸루는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자 나나는 순간적인 부끄러움 같은 느낌이 들어 괜스레 딴청 하며 얼버무린다.


“예.. 예쁘긴 뭐가 그냥 집에 있다 급하게 나온 건데...”


자신의 얼굴도 쳐다보지 않는 나나를 바라보며 푸푸루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미소를 띠며 인파를 헤치고 나나와 나란히 걸어 젤리사탕가게가 있는 골목으로 향한다.


그리고 들어선 젤리사탕가게에는 많은 손님들만큼 여러 다양한 색과 모양으로 만들어진 사탕들이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었는데, 종류가 너무 많아 무엇부터 먹어봐야 할지 고민에 빠질 정도였다.


푸딩 같은 종류부터 캐러멜과 초콜릿, 딱딱한 사탕들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맛있어 보여 침이 한가득 고였다.


처음인 나나를 위해 푸푸루는 이곳의 가장 인기가 많은 젤리 사탕 두 종류와 자기가 즐겨 먹는 캐러멜과 나나가 먹고 싶다고 말한 종류까지 한 봉지 가득 사 들고 나와 근처 공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나나야 이거 먼저 먹어봐, 진짜 맛있어”


푸푸루가 동그랗고 연분홍색의 달콤한 향이 느껴지는 젤리 사탕을 들어 나나에게 내밀었다.


“응? 아 고마워~ 근데 색도 그렇고 냄새가 너무 좋다”


나나는 푸푸루가 준 젤리사탕을 입에 물고 오물거려 본다. 입안으로 들어온 동그란 모양의 젤리사탕은 순식간에 풍부한 딸기맛으로 시작해 사과와 복숭아 맛과 향이 연이어 터져 나오며 입안을 가득 채우자 나나는 너무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푸푸루를 쳐다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맛있지? 이제 살짝 깨물어봐, 그럼 사탕 안에 있던 젤리가 느껴질 거야”


푸푸루의 설명에 살짝 힘을 주어 입안의 사탕을 깨물자 ‘톡’ 하는 느낌과 함께 젤리가 순식간에 스르륵 흘러나오면서 또 한 번 동시에 여러 다양한 과일맛과 탱글한 젤리의 촉감이 느껴나나는 너무 맛있으면서 신기함까지 느꼈다.


“우와~ 굉장해 진짜 맛있고 신기해!


나나가 크게 웃으며 말하자 푸푸루는 행복해서 어절줄 몰라하며 함께 골랐던 다른 것들도 내밀며 하나하나 설명해 준다.


나나는 젤리사탕뿐만 아니라 캐러멜과 초코막대 사탕까지 모두 먹어보며 감탄했고, 너무 단것들만 먹었으니 음료나 차를 마시자는 푸푸르를 따라 카페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고는 끝내 가벼운 저녁까지 먹고 나서야 헤어졌다.


헤어지기 전 나나가 타야 할 마을버스를 기다리며 푸푸루는 자연스럽게 다음에는 안개 솜사탕을 먹자고 했는데, 그 안개 솜사탕은 레인보우 시티 외곽에 있는 놀이동산 안에서만 팔고 있으니 그곳으로 놀러 가는 것이 어떻겠냐며 물었다.

나나는 이번에도 선뜻 약속하기가 쉽지 않았다.


“글쎄?...”


나나가 머뭇거리자 푸푸루는 재빨리,

“당장 가자는 건 아니고 휴일에 딱히 약속이 없거나, 아~ 나나는 아직 레입보우시티에 모르는 곳이 많으니까 여기저기 다녀보면 도움도 될 것 같아서 얘기한 거야, 천천히 생각해 보고 말해줘도 돼”


푸푸루의 말에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응, 알았어 생각해 보고 대답해 줄게”


렇게 둘은 나란히 버스를 기다렸고 곧 도착한 버스에 오른 나나가 자리에 앉는 모습부터 출발한 버스가 완전히 멀어져 갈 때까지 지켜보던 푸푸루는 자신의 집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서며 자신도 모르게 “이야호~!”를 외치며 달려간다.


같은 시각 버스 안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앉은 나나는 순식간에 지나간 푸푸루와의 시간들을 되짚어 보며 생각했다.


푸푸루의 에게서 느껴지던 장난기 많고 단순한 성격 뒤로 섬세하고 다정함이 묻어있던 행동 하나하나에 나나는 다음에 놀이공원 안에서 판다는 안개 솜사탕을 먹으러 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 스스로 살짝 놀란다.


‘아니야, 그건 좀 그래... 만약 가더라도 웽씨나 오덕이와 같이 가자고 말해봐야겠다’


나나는 버스에서 내려 오덕이의 저택으로 걸어가면서도 푸푸루와의 다음을 생각해 본다.


그렇게 집에 도착한 나나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서있는 오덕이와 눈이 마주쳤다.


“앗 깜짝이야~ 뭐야 오덕아 놀랬잖아~”


나나가 깜짝 놀라 말하자, 오덕이는 나나 주위를 빙글빙글 거리며,

“우리 나나가 남자랑 데이트도 하고 들어오고~ 다 컸네~ 다 컸어~”하며 놀리듯 말하자,

나나는 “데이트 아니라고 했다~” 하며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어 말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자, 오덕이는 또다시 쪼르륵 나나의 뒤를 따라가며 오늘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한다.


“일은 무슨~ 그냥 젤리사탕 가게에서 산 사탕이랑 초콜릿, 캐러멜 먹고 왔을 뿐이야”


나나가 말하자마자 오덕이가 다시 물었다.


“젤리사탕들만 먹었어? 진짜?”


“아니... 그건 아니야, 입이 너무 달아서 근처 카페 가서 차가운 허브티랑 탄산음료 마셨... 어”


“그래? 그러기엔 돌아온 시간이 좀 늦은 것 같은데?” 오덕이 벽시계를 슬쩍 쳐다보자,


“아니 그러다 그냥 저녁까지 먹자고 해서 간단하게 먹고... 이야기 좀 하다 온 거야, 진짜 그게 다야”

 

나나가 옷을 갈아입으며 별일 아니라는 듯 이야기하 애를 썼지만, 나나의 침대에 걸터앉은 오덕이는 슬쩍 미소를 지으며


 “그러니까~ 남자를 만나서 젤리사탕도 먹고, 카페도 가고, 저녁까지 먹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하다가 들어왔다는 거지?”


오덕이의 되물음에 나나는 “아니, 많은 대화는 아니고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 조금...”


우물거리는 나나에게 오덕이가 “그럼 다음에는 또 언제 만나기로 했는데?” 하고 무심한 척 묻자,

“다음은 무슨~ 그런 거 없었어 그냥 무슨 안개 솜사탕인가 뭔가 먹으러 가자고 했는데 대답은 안 했어”


나나가 왠지 오덕이 이 눈치를 살피며 말하자


 “안개 솜사탕? 그건 일반 가게가 아니고 놀이공원 안에 있는 한 곳에서만 파는 건데... 으흠~ 다음에는 놀이동산 이트구나”


오덕이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나나의 방문을 열고 나가자, 나나가 오덕이의 뒤를 따라나서며 변명하듯 외다.


“아니라니까~ 놀이동산은 무슨, 아직 약속 안 잡았다고”


“그래 그래 알았으니까 얼른 씻고 쉬어 첫 데. 이. 트. 라 긴장 많이 해서 피곤할 텐데~~”


오덕이는 또다시 놀리듯 나나에게 말하자

“진짜 아니라니까~~!” 하고 나나가 크게 말했지만 오덕이는 싱글싱글 거리며 자기의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그날 늦은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일기를 쓰던 나나는 잠시 글을 멈추고 오후의 일을 생각해 본다.

오덕이에게는 아니라며 계속 부인했지만, 오늘은 누가 봐도 테이트에 가까웠고 무엇보다 자신을 바라보던 푸푸루의 두 눈동자에서 느껴지던 호감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둔하지도 않았기에 나나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푸푸루는 왜 자기에게 호감을 보이는 것일까? 나나는 쓰던 일기장 한 귀퉁이에 푸푸루의 이름을 끄적여 보다 이내 직직 그어버리고는 지면 한가득 빼곡히 글로 채운 후 일기장을 덮고는 이불을 푹 뒤집어쓴 채 누웠다.


그런데 눈을 감자마자 환하게 웃던 푸푸루의 얼굴이 보여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선 나나.

잠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이불을 뒤집어쓴 채 쓰러지듯 누웠다.


‘아니야 나는 나보다 연상이고 지적인 느낌에 보고 배울 수 있는 점이 많은 남자 친구를 원한다고, 물론 푸푸루는 밝고 재밌고 좋은 사람은 분명 하지만...’


오늘 푸푸루와의 시간은 정말 유쾌했고 즐거웠다.

그리고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놀이동산으로 놀러 가면 오늘보다 훨씬 더 재미있을 것 같아 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리고 만약 푸푸루가 진짜 남자친구가 된다 해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진짜 푸푸루가 자기를 좋아하는지도 확실치 않고 진짜 고백 같은 걸 해서 사귀게 될지, 아닐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나나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한참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새벽이 다 되어서야 잠이 든다.     



 






     

한산했던 위대한 서점은 웽의 말처럼 다시 많은 손님으로 가득 찼고 이제 곧 수습이 끝나가는 나나는 더욱더 열심히 일했다.


나나는 문학 코너에 아직 미련이 있지만 계속 이곳에 있어도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주위 사람들과 친해졌고 일도 익숙해졌다.


오늘은 유난히 신작 도서가 많이 입고되어 아침부터 정신없이 정리하며 일하고 있었는데, 까가미누 코너장이 나나에게 찾아와 붉은색 카드 한 장을 내밀며 평소보다 더 중저음의 톤으로 말한다.


“나나씨 하던 일을 멈추고 지금 바로 지하 3층으로 내려가 오늘 하루는 그곳에서 일해주세요”


까가미누 코너장의 말에 나나는 물론 같이 일하고 있던 모두가 놀랐다.


“네? 하지만 지하 3층은 일반인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 아닌가요?”


나나가 까가미누 코너장을 바라보며 이상하다는 듯 묻자, 짧은 한숨을 내쉰 까가미누는,

 

“맞아요, 평소라면 그렇겠지만, 며칠 전 일어난 일로 적지 않은 직원들이 출근을 하지 못했다는군요,

그래서 각층 코너마다 한 명씩 내려보내기로 했고 2, 이 코너에서는 바로 나나씨예요”


“코너장님, 그럼 제가 대신 내려갈게요”


당황한 채 멍하니 서있는 나나 대신 이 말했지만, “아니, 사실 그쪽에서 지목한 사람이 나나씨예요”


“네? 저를요?”


“그래요, 나도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네요, 여하튼 급한 상황이니까 어서 내려가봐요”


나나는 까가미누 코너장이 준 붉은 카드를 받아 들고는 떨리는 마음으로 직원용 엘리베이터로 향하자,

그런 뒷모습을 바라보는 웽과 미씨, 레씨 베리까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서있었다.


직원용 엘리베이터에 탄 나나는 붉은색 카드를 한쪽면 파인 홈에 끼워 넣자 꺼져있던 지하 3층 버튼에 불이 들어왔다.

켜진 지하 3층 버튼을 누르자 서서히 아래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나의 심장은 크게 요동쳤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지하 3층.


입구는 커다란 검은색 문이 열려 있었는데 슬쩍 들여다본 안쪽은 여러 희미한 작은 불빛들만 있을 뿐 아무것도 보이지도 누군가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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