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by 초록




이번 정류장은 성삼자이. 성삼자이역입니다.

재이는 처음 버스를 타 본 사람처럼 긴장했다.
두리번거리며 11번 버스에서 내렸다.
네이버 지도상에 도보 5분이라는 표시를 보며

길을 따라 걸었다.

길을 건너면 저 큰 건물 뒤쪽 그 어딘가에 있겠구나.

약속 시간보다 미리 오길 잘했다.


그때 재이의 전화가 울렸다. 선화였다.

여보세요.

재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선화는 이야기를 쏟아냈다.

지난 주말 겪었던 일들에 대해,

아이가 학원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과

그래서 배달시킨 음식을 주지 않은 것,

다음 달에 있을 캐나다 여행이 걱정되는 것들에 대해.


재이는 차분히 들었다.

그리고 적당히 공감했다.

어어, 그렇지 완전. 그럴 때 너무 화나지.

재이는 중간중간 수화기를 귀에서 떼고

네이버 지도를 보며

초코 고시원의 위치를 확인했다.


전화를 하며 몇 바퀴째 돌고 있지만

초코 고시원은 보이지 않았다.

선화의 넋두리는 끝나지 않았다.

약속 시간인 1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늦으면 안 되는데. 재이는 초조해졌다.

선화야, 나 잠깐만, 내가 다시 전화할게.

재이는 우선 전화를 끊었다.

주소를 다시 검색하자

재이가 선 위치에서 오분 가량 떨어진

다른 장소로 길안내가 시작되었다.

이디야 건너 편에서 왼쪽 골목.

재이는 걸음을 재촉했다.

면접 시간이 어느새 임박해 있었다.

마침내 길 끝에 작은 간판이 보였다.

초코 고시원.

재이는 안도했다. 그리고 고시원의 좁은 계단을 오르며

다시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건물 청소 **님 모십니다."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에서 위의 문장을 보았을 때

왜 **님이라고 썼을까 생각하면서도 재이는

"건물청소 이모님"이라고 자동으로 읽었다.

그 아래 작은 문구로 나이, 성별을 지칭하는
차별적 단어는 가림처리 된다고 쓰여있었다.


재이는 자신이 이모님이라는 조건에 부합할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잠시 고민했다.


이층 고시원 입구 문 앞에서 숨을 고른 재이는

가만히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주인이 문을 열었다.

눈이 마주치자 서로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침묵을 깨고 고시원 주인이 먼저 말했다.


..?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재이는

건물청소 이모님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었으며

고시원 주인 또한

고시원 주인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방금 막 보톡스를 맞고 온 듯한 얼굴에

샤넬 귀걸이를 반짝이는,

화려한 모습의 고시원 주인이

그녀와 대비되는 작은 방 안으로

재이를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재이는 작은 방으로 몸을 욱여넣었다.


젊으시네요.

고시원 주인이 말했다.

청소 일은 해보셨어요?


재이는 망설였다.

했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이내 자신이

'청소는 처음'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는 그런 사람은 아니에요,

같은 말들.


어, 그건 아닌데, 음.

그래도 아르바이트는 많이 해봤어요.


말을 뱉고 재이는 바로 후회했다.

청소일을 많이 해봤습니다.

가 정답이라는 사실이 고시원 주인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몇 마디의 대화가 오고갔다.

복도 청소랑 , 화장실 청소,

쓰레기 비우기 뭐 그런것들 간단해요

고시원 청소 일은 생각보다 탐났다.

하루중 아무때나 와서 치우면 된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당장 내일이라도 할 수 있냐는 질문에

재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이 말했다.


그럼 제가 몇 분 더 면접을 보기로 해서

다시 연락을 드릴게요.


재이는 순간 아득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청소 일은 내가 하기로 마음을 먹느냐 마느냐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다른 지원자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온 재이는 손톱을 깨물었다.

이내 문자를 열었다.


-청소를 안해보셨다고 오해 하실까봐서요.

부모님 가게에서 청소 정말 많이 했구요,

주부 생활 청소 10년차에

편의점, 패스트 푸드 아르바이트

경험 다수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건가.

이미 너절해진 손톱을 다시 깨물며

전송 버튼을 눌렀다.

답장은 빨랐다.

오해는 안해요~


재이는 여섯 글자의 의미를 해석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점점 초조해졌다.

일을 구할 수 있을까.


이 면접을 올까말까 고민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버스에 올라탄 재이는 배달 파트너 어플을 깔았다.

어플이 다 깔리고

재이가 내릴 정류장에 도착할 때쯤 문자가 왔다.


죄송해요 다른 이모님을 고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모님이라는 명칭에 부합하지 못했던 걸까.

청소는 처음이냐는 질문에

적절한 답을 하지 못한 탓일까.

재이는 원인을 찾으려고 했다.

그리고 그 끝에

원인보다 중요한 결과에 대해 생각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청소일마저

자신을 거부한 것에 대한 좌절감,막막함.

청소일이 적합하지 않은 사람으로 보였다는

사실에 대해 일면 안도함과 동시에

돈에 대한 압박이 밀려왔다.


그러니까 직장은 왜 그만 뒀을까.


아니야, 그만 둔 게 맞았어.

그때는 그때 나름의 최선을 선택을 한 거야.


재이는 또 다시 무한히 반복되는

후회의 늪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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