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청소날
재이는 초코고시원에 들어서며
익숙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 사실에 스스로 놀랐다
어디에 무엇이 있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아는 장소,
재이는 조금 안도했다
몸을 움직이는 일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재이의 머릿속을 뒤덮던
형체 없는 불안과 괴로운 생각들이
걸레질과 함께 닦여나갔다
재이의 청소 이후로
고시원은 한결 환해 보였다
눌어붙은 라면 국물 자국과
복도를 뒤덮던 머리카락의
어두운 기운 같은 것들이 걷어졌다
좁은 고시원 복도 양쪽으로는
작은 문들이 빼곡히 있었다
어림잡아 열대여섯 개쯤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신기하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따금 드라이기 소리 정도가 들릴 뿐이었다
재이는 가만가만 밀대를 밀었다
벽에 부딪히는 소리조차 조심스러웠다
바닥 청소가 끝나갈 때 즈음
고요함 속에서
낮은 흐느낌이 들렸다
재이는 듣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토록 고요를 위해 모두가 애쓰는 와중에
새어 나오는 흐느낌은
참을 수 없는 슬픔일 테니까.
듣지 않으려고 애쓸수록
흐느낌은 더 크게 들렸다
재이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방문 앞에 멈춰섰다
창백한 얼굴의 그녀.
재이가 처음으로 마주쳤던 여자의 방이었다
이미 창백함 속에서 읽을 수 있었던 마음이 있었다
재이에게도 그런 밤이 있었다
나지막한 흐느낌이
어떤 고통 속에서 나오는 것인지 재이는 알았다
고통의 원인은 셀 수 없이 많은 종류가 있다
하지만 그 고통을 통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모두 닮아있다
문을 두드리고 가만히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재이는 사무실로 돌아가 가방에서 책을 한 권 꺼냈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검은 봉지에 책을 넣고 그녀 방 문고리에 걸었다
오지랖이다
재이는 다시 봉투를 거두었다
그때 방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