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by 초록

아르바이트 사이트마다

구직중 란을 체크하자

전화벨이 울렸다

여기는 ㅇㅇ생명입니다

기업금융보험팀에서 구인중입니다


생명, 보험

그런 단어들을 구직중 처음 접한 것은 아니다

20대 시절 지인을 따라 몇번 도전 해볼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추천하는 일이 재이에게는 늘 어려웠다

맛있게 먹은 음료 한잔 추천하는 것도

재이는 망설이는 사람이었다


수능이 끝나고 친구를 따라 아르바이르를 하러 갔던 곳에서 처음으로 학습지 전화 영업을 했다

전화를 걸면서도

이런 식의 전화를 받으면 너무 싫을 것 같다고

재이는 생각했다

그런 재이의 전화를 반기는 사람은 없었다

그럼 그렇지 이런 식으로 누가 학습지를 가입 할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친구는 알토란처럼 계약을 따냈다 뿌리가 얽힌 감자가 주르륵 달려오듯 여러개의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추운 겨울이었다 사무실에는 냉기가 돌았다

재이는 친구에게

보일러 좀 틀어달라고 말해주면 안될까?

하고 부탁했다


이번에는 법인 영업이라고 했다

법인 영업이라면 조금 다르지 않을까

재이는 한번만 와서 설명회를 들어보라는

채용 담당자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시간 약속을 잡고 있었다

모든 일의 근간은 영업이라는 사실을 상기했다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세일즈를 했다는 사실도.

전처럼 넋놓고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이건 별로 저건 별로.

그런 선택의 여유를 부릴 시간이

재이에게는 없었다


많은 지원자들이 테이블마다 앉아있었다

황금빛 펜과 다과를 나눠주며 직무설명을 이어갔다

재이는 조금 설득 되었다가 다시 시무룩해지기를 반복했는데 마지막에 사무실을 돌아볼 때에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수없이 많은 책상이 한 방향으로 놓여있었다

책상마다 사람들이 앉아서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전화를 하고 컴퓨터를 두드렸다

그저 메마른 표정이었는데

재이는 그 모습이

아득하도록 불안해 보였다

학습지 영업을 했던 차가운 사무실이 떠올랐다

손끝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재이는 그곳을 서둘러 빠져나왔다


지하철에 몸을 실었을 때 문자가 왔다

고시원이었다

함께 하기로 한 이모님이 사정이 생겨

내일부터 나와줄 수 있냐는 질문에 재이는 네 하고 바로 대답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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