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로 전달 받은 지시사항 뿐이었다
인수인계 같은 거창한 일을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재이는 당황스러웠다
그와 동시에 안도했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와 눈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도 모르게 청소하고
아무도 모르게 돈을 받고
아무도 모르게 돌아가고 싶었다
재이의 인생도 그렇게 조용한 가운데
제자리를 찾아가길 바랐다
1928* 비밀번호를 누른다
청소 도구를 꺼낸다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하고
고시원 주방 청소
실내 복도 청소
화장실청소를 마친 후
실외복도 걸레질까지 마무리하면 끝.
간단하게 보였으나 간단하지 않았다
지난 이모님이 오래 자리를 비운 듯 보였다
실내 복도에 들어서
재이는 처음 보는 광경에 멈칫했다
온 방안의 여자들이 모두 나와
머리를 뜯고 싸운 것처럼
머리카락이 수북했다
주방은 ㅡ 온갖 음식물과 라면 국물로
싱크 위 바닥 할 것 없이 얼룩져 있었다
돌아갈까
빨리 끝내버릴까
재이는 빠르게 몸을 움직이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이내 부엌쯤은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큰 고비는 화장실이었다
변기가, 막혀있다고 해요ㅠㅠ
고시원 주인의 문자를 읽고 재이는
학습지 영업을 하던 차가운 사무실의 공기와
보험 영업 사무실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등을 떠올렸다
마주할 용기가 조금은 생기는 것 같았다
변기 뚜껑을 열고
상태를 확인했다
뚜거운 물을 들이붓고
물을 내리자
다행히 오물들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디행이다
재이는 다행에 대해 생각했다
많을 다에 행운 행.
누군가의 다행은 이적의 노랫말 가사 같은 것이고
오늘 나의 다행은.
그런 생각을 하며
마스크 속 오른쪽 입꼬리를 올리며 조금 웃었다
그리고 나머지 처리해야할 오물들을
살뜰히 닦아 냈다
재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 일들을
해나가는 것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땀이 흘렀다
마무리를 하고 나오는데 고시원 문 앞 방에서
창백한 여자 한명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아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재이는 자기도 모르게
마스크를 올리고 고개를 숙이고
모자 속으로 얼굴을 숨겼다
고시원을 걸어나와
지하철까지 걸어가는 동안
재이는 쇼츠 제작 , 유튜브 조회수 늘리는 법 같은 영상을 켰다
영상을 바라보며
고시원 안
작은 방 문 뒤에 있을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