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저녁에 친구와 저녁을 먹었다. 오래된 친구들과의 연락과 만남의 빈도조차 줄어가는 서른 즈음에 결이 맞는 이를 친구로 얻게 된 것은 몹시 감사한 일이다. 언젠가 비건식당과 찻집을 겸한 사무실을 차려 함께 덕업일치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헤어지는데 마음이 즐거워졌다.
'서서히 멀어지다'라는 뜻의 'drift apart'는 시절인연을 참 직관적으로 형상화 해주는 표현 같다. 급류를 타고 가던 두 나무토막이 어디선가 만났다가 또 자연스레 떠내려가며 멀어져버리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싸운 것도 아니고 미워진 것도 아니고, 언제부터 왜 멀어졌는지조차 기억하기 어려운 사람들처럼.
결국은 다른 곳으로 떠내려가게 되었어도 그 때 그 시절에 만났어야만 하는 인연이 있다고 믿는다. 그런 식으로 헤어져버린 사람들조차 한때 서로에게 가깝고 소중한 존재였던 이상 어떤 방식으로든 얇은 지층처럼 서로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고, 그래서 사는 동안 영영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어떤 의미에서는 영원히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