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맞추고 경청하면서 보고 듣고 느껴보라
#1
몇 년 전 일이다.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외국계 기업의 점심 풍경은 국내 기업과 좀 다르다. 일반적으로 국내 기업은 점심시간에 팀원이 함께 나가서 식사를 한다. 상사가 원하는 식당을 정하면 싫어도 같이 가야 하는 어려움이 종종 있다. 반면 외국계 기업은 개인별로 사전에 점심 약속을 하여 따로 먹는다. 점심 식사 약속을 잡는 게 일이 될 정도다. 함께 점심을 하기로 했던 동료가 급한 일이 생겨 혼자 먹어야 했다. 혼자 먹어도 되지만 점심 시간을 활용하여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옆자리에 있는 A에게 물었다.
"A님, 점심 약속 없으면 함께 할까요?"
"저 약속이 있긴 한데... B와 먹기로 했거든요."
"아 그래요? 그럼 저도 같이 가도 돼요?"
"저 근데 그게..."
평소의 A답지 않았다. A와 가끔 밥도 먹었고 잘 모르는 동료와 같이 먹기도 했었다. B와는 한 번도 식사를 한 적이 없기에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 제안했는데 A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더 이상 말하면 안 될 것 같아 함께 식사하지 않았다.
나중에 망설인 이유를 알고 깜짝 놀랐다.
"요즘 애들은 나이 많은 분과 점심 먹는 거 부담스러워해요."
A는 30대였고 B는 20대였다. 그제야 나는 젊은 동료에게 먼저 점심 식사를 제안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같은 또래와 편하게 밥을 먹는 게 좋지 굳이 불편하게 시니어 동료와 점심을 먹고 싶지 않다는 논리다. 그 이후로는 젊은 동료가 먼저 요청하지 않는 한 내가 먼저 제안하지 않는다.
#2
나는 2주에 한 번씩 회사 근처 도서관에 가서 책을 2권 빌린다. 혼자 가면 심심해서 우리 팀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20대 동료 C와 함께 간다. 위의 경험으로 분명 내가 먼저 가자고 제안하지는 않았다. 내가 책을 혼자 빌려오는 것을 보고 C가 어디서 빌렸냐고 물어봐서 같이 가게 되었다. 도서관이 좀 멀어서 오고 가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것을 느끼고 배웠고, 무엇을 할 것인지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로 나눈다. 종종 나는 어려운 질문을 던져 C를 당황하게 하거나 생각할 공간을 제공한다. 일 뿐 아니라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누면서 까르르 웃기도 한다. 외국에서 공부하여 어려운 한국말을 잘 모르는 C에서 한국말 테스트를 하며 놀리기도 한다. 농담으로 내가 업무와 관련하여 어떤 질문을 던져도 대답할 준비를 하라고 한다. 내가 C를 특별훈련시켜주라는 거라며 생색도 낸다. C 역시 나에게 궁금했던 것을 질문하면서 회사 내 맥락을 이해한다. 그야말로 비공식적인 상호 멘토링의 시간이다. C는 나의 경험과 태도를 간접적으로 배우고 나는 C의 패기와 도전정신을 배운다.
#3
대학생 시절 방학 때 은행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했다. 손님이 은행에 오면 반갑게 인사하고, 안내가 필요하면 도와드리고, 읽다가 두고 간 잡지를 제자리에 꽂는 역할이었다. 두 달 근무가 끝날 때 즈음에 창구에서 일하는 직원 언니가 이런 말을 했다.
"이제 일도 다 끝나 가는데 이야기도 못 해 봤네. 미안해."
사회생활 경험이 없던 나는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다. 당시는 '왜 미안할까? 직원 언니들과 이야기를 좀 나누었어야 했나?'라는 의문이 있었다.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의 인턴들은 아주 적극적이다. 직원들에게 점심 미팅을 신청해서 인생 경험을 묻는다.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많은 이야기를 해주면서 과거의 나를 돌아본다.
'나도 이랬더라면 직장생활이 어떤지 조금이라도 알 수 있었을 텐데... '
회사에 젊은 동료는 2가지 부류가 있다. B처럼 또래나 편한 사람과만 어울리기 원하는 부류와 C처럼 오픈하여 또래가 아니더라도, 어려워하지 않고, 편하게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부류다. 마찬가지로 시니어 동료도 2가지다. 젊은 동료를 어리다고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는 부류와 존중하고 어울리면서 나이와 상관없이 오픈하고 20대 같은 마음으로 생활하는 부류다. 어떤 부류에 속할지는 여러분이 판단하라. 가급적 함께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누려라.
시니어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공경과 존경을 강요해선 안된다. 젊은 동료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고 이들의 패기, 열정, 도전정신, 학습 능력, 지적 능력을 배워야 한다. 젊은 동료 역시 시니어 동료를 꼰대라고 무시하기보다는 이들의 경험, 태도, 끈기, 관계 능력을 간접적으로 학습하는 게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
눈과 귀를 열어 보라. 눈을 맞추고 경청하면서 보고 듣고 느껴보라. 대화를 하면서 조금이라도 배울 점이 있으면 가져오면 된다. 그렇지 않더라도 나와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도 학습이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떤가? 오픈 마인드가 일상화되어 지혜가 양방향으로 흐르는가?
여러분은 어떤가? 마음을 열어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하는가?
* 댓글로 답하는 일머리 체크 질문: 오픈 마인드로 가득한 사람이 100% 오픈 마인드 지수를 가진다고 볼 때 여러분의 오픈 마인드 지수는 몇 % 인가? 부족한 지수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 TED 소개: 직장에서 베이비 부머와 밀레니얼이 서로 배울 수 있는 것 (What baby boomers can learn from millennials at work -- and vice versa)
직장인을 위한 일머리 역량 매거진 목차
01화 프롤로그: 일머리란 무엇인가?
02화 긍정성_크게 웃어본 적이 언제인가?
03화 대인관계_만남, 인연에 대하여
04화 공감_공감이란 무엇인가?
05화 배려_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할까?
06화 신뢰_신뢰는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07화 태도_좋은 기회를 만들어보자
08화 변화_학습할 자유를 누리자
09화 창의성_창의성은 어떻게 발현되는가?
10화 질문_제대로 알려면 모르는 게 뭔지 알아야 한다
11화 발표_발표를 잘하는 법
12화 의사결정_탐색과 활용
13화 위험 감수_실패를 통한 학습
14화 마음 챙김_지금 여기 나의 마음 챙기기
15화 공유_고성과자는 어떤 사람인가?
16화 오픈 마인드_세대 간 협업하라
17화 에필로그: 이제 일의 현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