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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Jul 21. 2020

육아도 하면서 친구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요

상대의 마음을 여는 것으로 시작하는 커뮤니케이션

연애를 시작하면 친구들과의 관계가 점점 소원해집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잖아요. 누구나 그럴 테니, 친구와 만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부족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일하다 보면 친구와 점점 멀어지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의도적으로 만나지 않는 한 간단한 문제는 아니죠.


비전공자로서 개발자의 길을 걷던 저는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전문성을 쌓고 싶어 야간 IT대학원에 입학했고 그때 그녀를 만났어요. 나중에 알았는데 그녀는 저와 같은 대학의 1년 선배였어요. 전공자였던 그녀는 새로운 도전을 즐기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했죠. 사회에서 만나서 그랬는지 그녀는 저보다 선배인데도 저를 존중했고 늘 높임말을 썼습니다. 같은 팀이 되어 주말에 프로젝트 과제를 하면서 그녀와 친해졌어요. 우리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고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더 친해졌습니다. 서로 칭찬도 아끼지 않았죠.


“참 대단해요. 어쩜 그렇게 노트 필기를 꼼꼼하게 해요? 매번 수업도 안 빠지고 똑똑하기까지 하고.”

“어휴, 아니어요. 정아 씨야말로 정말 박학다식하세요. 어떻게 그 많은 걸 다 아세요? 정말 해박하세요.”


경기도로 이사를 하게 되어 부득이 1학기만 다니고 대학원을 자퇴해야 했습니다. 그녀는 수석에 가까운 성적과 우수한 논문으로 대학원을 졸업했어요. 학교를 같이 다니다가 저처럼 한 사람이 자퇴하면 일반적으로 두 사람의 인연은 끝나기 십상이잖아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보이지 않는 끈이 우리를 묶어 주었어요.


당시 저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의 엄마, 남편의 아내, 시어머니의 며느리, 그리고 직장인으로 친구를 만나거나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직장은 서울이고 집은 경기도이다 보니 출퇴근 시간도 꽤 오래 걸렸어요. 일이 끝나면 집에 가기 바빴죠. 집에 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평일 저녁에 친구를 만나기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일 년에 적어도 네다섯 번은 만났습니다. 당시는 학창 시절 친구나 친정 식구보다 더 많이 만난 셈입니다.


그녀는 잘나가는 외국계 회사에 다니다가 불현듯 사표를 던지고 캐나다 시민권을 얻어 이민을 다녀오기도 했어요. 오랜 직장생활에 지쳐 있었고, 영어 실력을 향상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습니다. 대학원 졸업 이후 새로운 도전을 원했기 때문이기도 했죠.


캐나다 이민을 떠나기 전 그녀를 만났어요. 일년을 기약하고 떠나는 그녀를 보내면서 앞으로 직장생활의 애환을 누구와 나눌 것인가,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녀를 만날 때마다 전 육아나 회사일과 관련된 고민을 털어놓았고 무엇보다 그녀는 경청하고 공감해 줬거든요.


캐나다에 간 그녀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연락을 이어갔어요. 제가 직장을 그만두고 잠시 쉴 무렵 그녀는 예정보다 6개월 일찍 귀국했어요. 캐나다에 막상 가 보니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환상이 깨지는 바람에 빨리 돌아왔다고 했어요. 우리 둘 다 구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서로 취업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죠. 소개받은 포지션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취업 전략도 함께 고민했어요. 서로 힘든 시간을 보내며 어렵게 구직활동을 하는 입장이어서 위안이 되었습니다.


이후 각자 취직했고 그 이후에도 몇 개월에 한 번씩 만났습니다. 다니는 직장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커리어에 대해서도 정보를 주고받았어요. 10년 이상 같은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관심 분야도 비슷해서 서로 연결되었어요. 저는 워킹맘이었고 그녀는 미혼이라 라이프스타일에 많은 차이가 있었죠. 그녀는 항상 제 일정에 맞추며 배려했습니다.


“아기 엄마가 늘 바쁘죠. 전 괜찮으니 편한 시간과 장소를 말해 줘요. 내가 맞출게요. 난 가진 게 시간밖에 없어요.”


그녀를 만나면 든든한 후원자와 함께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직장생활, 경제, 건강, 영어, 인간관계 등 모든 분야에 박식했으니까요. 따뜻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정보도 얻었습니다. 제 삶의 촉매제였죠.


그녀와 저의 보이지 않는 끈은 1년이라는 선후배지간임에도 불구하고 저를 존중하는 그녀의 태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만일 선배라고 저를 어린 후배 취급했다면 제가 진심으로 다가가지 않았을 수도 있겠죠. 서로를 대등하게 생각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자세잖아요.


우리는 기본적으로 서로에게 호감을 가졌고, 격려했고, 상대를 믿었습니다. “뭐든지 잘할 수 있어요.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죠. 더 잘해 낼 거예요.”라는 기대를 서로 가졌어요. 물론 과대평가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그녀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신봉자라는 것을 그녀가 알았고, 그녀 또한 저의 적극적인 지지자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 지지와 호감, 신뢰가 우리 관계를 지탱했습니다.


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같은 분야의 일을 했기 때문에 소통이 가능했어요. 여성으로서 직장인으로 겪는 어려움이나 느낌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거든요. 더군다나 우리는 같은 업종에서 일했습니다. 비슷한 근무 환경은 그녀와 저를 묶어 준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상대의 마음을 여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짧은 만남이든 긴 만남이든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존중과 배려입니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태도에 진심이 없으면 사람들은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습니다.


육아를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만나는 친구가 있나요?

어떻게 하면 친구와 만남을 지속할 수 있을까요?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요?


http://bitly.kr/RhbCD8KSBh




신간 《아이 키우며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건》의  내용 중 한 편을 매주 화요일 연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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