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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Aug 11. 2020

완벽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을까요?

완벽에의 충동 - 긍정으로 극복하기

여러분은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편인가요? 저도 나름 꼼꼼하게 일 처리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과연 우리 삶에 완벽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걸까요? 일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것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실수를 연속으로 하는 날이 있지 않나요? 제가 그랬어요. 매니저와 열심히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다른 부서 사람에게 보고할 파일을 작성하고 있었어요. 제가 먼저 초안을 만들어서 보낸 것에 매니저가 의견을 주면 그걸 반영해서 이메일로 보냈지요, 그렇게 주고받으며 수정하다가 결국 최종본을 만들었어요. 매니저에게 최종본을 보내면서 다른 부서 사람들에게 전해 달라고 메일을 보내고 한숨 돌리고 있었지요. 갑자기 다른 부서원이 와서 전달받은 메일 중에 잘못된 데이터가 있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설마 하고 다시 보니 없던 잘못된 데이터가 떡 하니 들어 있었어요.


‘이미 매니저가 확인하고 다른 부서에까지 넘긴 파일에 오류가 있다니⋯⋯. 왜 나는 완벽하지 못할까? 나름 꼼꼼하고 완벽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인데. 직장생활을 27년 넘게 했으면 실수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닌가?’ 이런 자책을 해 봤지만 이미 늦었지요. 그런데 다시 보니 그것뿐 아니라 몇 개 더 잘못된 데이터가 있었어요. 어떨 수 없이 매니저가 다른 부서에 넘긴 메일에 전체 회신을 하면서, 어느 부분이 잘못되어 다시 전달한다고 메일을 보냈죠. ‘매니저는 나를 얼마나 실수가 많은 팀원이라 생각할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신기하게도 매니저가 다른 부서장에게 알린 또 다른 문서에서 오류를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또 수정하면 제 두 번째 실수를 매니저가 알게 될 텐데⋯⋯. 그냥 모른 척 넘어가면 아무도 모를 사소한 실수이긴 했어요. 꼼꼼한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작은 실수였죠. 정말 고민스럽더군요. 그냥 둬도 될까요? 아니면 자백하고 수정을 해야 할까요?


솔직히 전 그 작은 실수조차 용서되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실수를 인정하고 팀 전체에 메일을 보내 ‘작은 실수이지만 다음 번 사용 때는 새 버전을 사용해 달라.’며 수정하여 보냈습니다.


이번엔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부서에 문서를 첨부하여 이 문서를 표준으로 사용해 달라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보내고 난 뒤 시간이 좀 지나, 정말 중요한 부분이 빠졌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누락된 부분을 둔 채로 넘어가도 큰 문제는 아닐 것 같았어요. 아무도 알지 못했고 문의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더 완벽한 문서가 되려면 누락된 부분이 꼭 들어가야 했어요. 할 수 없이 다시 메일을 보내 추가된 부분을 알리고, 변경된 파일을 첨부했습니다. 결국 그날 하루는 세 번이나 실수를 한 셈이죠. 모든 메일에 매니저를 참조했으니 매니저가 알 수밖에 없는 실수였습니다.


왜 실수는 미리 알지 못하고 저지르고 난 후에만 알게 될까요? 메일을 보내기 전에 그렇게 읽고 또 읽고, 보고 또 봐도 보이지 않던 실수가 왜 보내고 난 뒤에야 보일까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제가 꼼꼼하고 완벽한 사람이기 때문에 보낸 후에라도 실수가 눈에 보인다고 생각해요.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은 실수해도 실수를 했는지 모르니까요. 그러므로 꼼꼼하지 않은 사람은 한 번의 이메일로 끝날 수 있죠. 결국 나중에 다른 누군가가 잘못을 발견할 수도 있어요. 저처럼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은 보내고 나서도 생각하고 고민하다 보니 실수를 스스로 발견하고, 다시 수정해서 보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저처럼 메일을 보내고 또 수정해서 보내는 사람이 있다면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봐 주기 바랍니다.


《완벽의 추구》에서는 완벽주의자가 되기보다는 최적주의자가 되길 권합니다. 《마음 가면》에서는 완벽해질 필요가 없고 취약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드러내라고 합니다. 완벽을 추구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최선의 방법을 찾거나 혹은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는 거겠죠? 어쩌면 저는 아직 제 취약점을 드러내기보다는 완벽해지려고 애쓰는 사람 같아요. 차라리 제가 완벽하지 않다고 인정하면 더 마음이 편할 텐데 말이죠.


이런 긍정적인 마음으로 자신을 위안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퇴근하다가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는데 못 알아봤어요. 상대방은 저를 반갑게 아는 척했는데 미안하게 제가 늦게 알아봤어요.

‘으아, 오늘은 정말 실수가 많은 날인가 보다! 집에 가서는 제대로 해야지.’


여러분은 완벽을 추구하시나요? 아니면 취약점을 드러내시나요?

일에서 실수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내가 실수할 때와 다른 사람이 실수할 때 받아들이는 느낌이 같은가요? 혹은 다른가요?


http://bitly.kr/RhbCD8KSBh




신간 《아이 키우며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건》의  내용 중 한 편을 매주 화요일 연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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