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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Mar 22. 2018

계획된 우연#2 - 그릿

무엇이 나를 열정적인 끈기로 이끄는가?

그릿이라는 단어는 다소 생소하다. 그릿》이라는 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잘 몰랐던 단어이다. 한글로 번역하기도 애매해서 책 제목도 원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굳이 번역한다면 "열정적 끈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끈기가 있는 사람인 것 같다. 끈기라고도 표현할 수 있고 일관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스스로도 그렇고 다른 사람도 그렇고 일관성이 유지되기를 원한다.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보니 그 유지를 위해 끈기가 발휘되는 것도 같고, 열정이 넘치다 보니 열정에 의해 끈기가 유지되는 것 같다. 


그 어떤 것보다 쉽지 않은가?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지도 않다. 그냥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면 되는 것이다. 어쩌면 새로운 대안이 없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기 싫어서 원래의 것을 고집하고, 집착하고, 계속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끊임없이 끈기를 가지고 지속하다 보면 좋은 점이 있다. 일단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오를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칭찬하거나 부러워한다. 쉽게 포기하거나 변덕이 심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신기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그릿은 재능도 아니기에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 충분히 발휘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그릿을 발휘하는 데는 동기가 있는 것 같다. 무엇이 나를 열정적인 끈기로 이끄는가?



첫째, 결핍


일단 전제는 내가 좋아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아하지 않으면 아무리 부족해도 채우고 싶지 않다. 좋아하는데 부족한 것을 채우려다 보니 열정적으로 끈기를 가지고 지속하게 된다. 


나는 커리어의 대전환을 30대 중반에 가졌다. 비록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좋아하는 영역이라고 판단하여 커리어를 변경하였지만 경험도 없고 전문성이 없어서 스스로 많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가장 빨리 전문성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학위과정은 최소 2년 이상 소요되기에 자격증 취득이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업무와 관련 있는 자격증을 따기로 했는데 관련 교육기관이 없어서 사외 스터디에 참여하였다. 마침 새롭게 결성되는 모임이 있어 참여하였다. 각기 다른 회사에서 모인 스터디 멤버들 모두가 참석 가능한 일정은 일요일이었고, 어쩔 수 없이 주말을 반납하고 매주 일요일마다 만나서 학습을 하기로 하였다. 스터디 시작을 기점으로 1년 동안 전 멤버가 한 번도 빠짐없이 일요일마다 모임을 가졌다. 추석 연휴, 설 연휴 등이 포함되기도 했으나 휴일과 상관없이 모두들 열정적으로 참여하였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7명 중 4명이 자격을 취득하였다. 이후 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노력과 그릿은 지속되고 있다. 결핍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둘째, 유지 


나의 그릿을 잘 알 수 있는 다른 영역은 영어 분야이다. 해외파가 아닌 이상 영어 정복에 대한 어려움은 모두가 호소하는 바이다. 고등학교 때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대학교 시절부터 영어공부를 좋아하게 되었다. 다른 것은 노력해도 별로 효과가 없었는데 영어공부만큼은 노력한 만큼 그 대가를 안겨주어 그 정직함에 반한 것 같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초심자의 운이었다.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고 나서는 한계를 넘기가 어려웠다. 해외파 수준이라든가 원어민 수준까지는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잠시 포기하기도 하고 다시 노력하기도 했다. 오락가락하기도 했지만 거의 30년 정도 그릿으로 버틴 분야가 아닌가 싶다.


사실 영어 분야에 대해서는 열정보다는 끈기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은 부족한 것 같다. 다만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에 지속적인 노력을 한다. 다만 그 노력이 힘들거나 재미없지 않고 즐거울 뿐이다. 이러한 즐거움 중 하나는 토스트마스터즈(Toastmasters) 활동이다. 토스트마스터즈는 대중 스피치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의 국제적인 비영리 단체인데 주로 영어로 발표를 하다 보니 영어실력과 스피치 실력을 동시에 향상할 수 있다. 큰돈 안 들이고 비슷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학습하고 피드백해주는 구조화된 영어학습 동아리로 볼 수 있다. 최근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읽으며 조금 반성했다. 김민식 저자의 영어에 대한 그릿은 정말 대단하다. 그는 책 한 권을 꾸준하게 다 외워 영어실력을 향상했다. 정말 영어를 향상하고 싶다면 책 한 권 외우기를 도전해보라.



셋째, 최선


박사논문을 쓰는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하여 설문지를 받는 것이었다. 600-700부 정도 사람들에게 설문을 부탁하고 약 400부 정도 회수되었을 시점이었다. 그 정도면 박사논문을 마무리하는데 충분하지는 않지만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다. 나는 설문지를 부탁하고 받는 어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 순간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이게 최선인가?" 이 질문이 그렇게 강력한지 그전까지는 몰랐다. 스스로 그런 질문을 해 본 적도 없었다. 부끄러웠다. 더 부탁할 수 있는데 내가 안 하려고 한다는 것을 내가 더 잘 알았기 때문이다. 다시 노력하여 500부 정도 회수하였다. '이제 그만 해도 되지 않을까?'하는 유혹이 나를 주춤하게 했다. 또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이게 최선인가?" 여전히 부끄러웠다. '조금 더 아쉬운 부탁을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설문 대상자 리스트를 점검하고 부탁하고 회수했다. 약 600부 정도 회수가 되었을 때는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았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선의 품질을 위해서는 멈출 수 없다. 그것이 꼭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더라도 스스로에게 부끄럼이 없는 최선의 수준이 될 때까지 그릿은 발현된다. 


결핍, 유지, 최선의 세 가지로 구분하였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지속하게 되는 힘이다. 그래서 열정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좋아하기 때문에 열정도 생기고, 좋아하니 더 잘하고 싶어서 열정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한 열정으로 지속하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여러분의 열정을 어디에다 쏟고 싶은가? 그러한 열정으로 지속해보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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