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내가 이제 막 ‘워킹홀리데이’스러운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을 때, 그 시절 나는 호주 NSW 주에 있는 주위에 아무것도 없고 블루베리 농장이 주요 사업인 이 시골에서 블루베리를 포장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소중한 인연들을 참 많이 만났다.
블루베리 여신들
나는 그녀들을 여신과 같이 하나하나 아름다워 우러러보았다. 이탈리아, 브라질, 프랑스, 아르헨티나 이렇게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던 아름다운 그녀들과 함께 블루베리를 열심히 선별하고, 사이즈 별로 다른 패킹을 하고, 박스에 넣어서 컨베이어 벨트에 보내는 것이 우리들의 일이었다. 아마 내 인생, 처음의 공장 일이지 싶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의 워킹홀리데이 첫 해에 그곳에서 그녀들을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당시에 나는 잠시 만나고 있던 호주 남자친구가 있었고, 그는 그의 친구와 함께 나의 여정에 함께했다. 그 당시에 나의 시점은 그 호주 친구들로부터 배운 시드니에서 살아남는 법이었고, 파티하고, 가끔 시티 잡을 하고 그것이 일상이었다.
그 삶의 방식도 물론 재밌었지만, 뭔가 항상 빠진 느낌이 들었고, 무언가를 놓치는 기분이 들었다.
외로워서 만나 알게 된 남자친구, 그가 나에게 부쩍 마음을 의지하고 다가왔길래, 그를 받아들였다. 나보다 어린 그 친구가 의존할 사람이 필요하구나 싶었고, 나 또한 외로운 감정이 커 당시 거절을 잘 하지 못했다. 남자친구의 친구는 예술가지만, 본인의 생활능력이 시드니 생활비를 따라잡지 못했고,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던 친구였다. 그런 그는 우리를 따라와,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자꾸 기생충 마냥, 본인이 필요한 이익을 얻어가고, 어느 순간 나는 뭔가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니까 도와줄 수 있지’가 아니었다. 그가 혼자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들을 남자친구가 베이비시터처럼 다 메꾸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중에 만난 이 아름다운 ‘블루베리 여신들’ 이들은 그 당시에 내가 보기에 너무 독립적이고 멋있는 여성들이었다. 각자 본인의 차가 있어 이 시골에 왔거나, 아니면 차가 없더라도 방법을 어찌 구하여 여기에 혼자 직접 와서 일을 시작한 경우였다. 당시 나에게는 ‘독립적’이라는 단어가 내 삶에 크게 차지했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을 해, 네가 원하고 싶은 것 말이야.
'독립'. 그 당시 나에게 필요한 단어 중의 하나였다. 독립적인 사람들과 상황에 무척 매료되고, 끌렸다. 그녀들을 알아 행운이었고, 그중에 ‘이키오’라는 아름다운 프랑스 친구는 나와 이후 여정을 조금 더 함께했다.
하루는 자연스레 그녀들이 모여 한 친구의 캐러밴에서 둘러앉아 평소에 본인들이 느끼고 있는 느낌들, 생각들을 공유했다. 그 당시 내가 느꼈던, 이상한 느낌들. 내 남자친구의 친구와 더 이상 같이 여정을 하고 싶지 않다는 느낌. 자연스레 몇 번 본 적 없지만 마음이 금세 통한 이 친구들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때 그 느낌이 변태 순간 중의 하나였다. 어느 순간부터 과거의 나라고 생각했던 내가 튀어나와, 더 이상 예전의 나는 찾아볼 수 없는 것 같은 느낌. 나는 이 느낌을 공유했다. 아름다운 내 친구들은 나를 응원해 주고, 어떤 느낌이든지 본인이 해야 한다고 느껴지면 실행하라고, 주위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결론으로 든든한 응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그 남자 친구와 남자 친구의 친구에게 솔직히 말했다.
그리고 너무 하루하루가, ‘혼자’ 임에도 즐거웠다.
무언가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기분이 좋다.